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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과 2학년 때였나? 본과 2학년 때였군...
아침에 졸면서 학교에 온다고... 동래에서 아미동까지 무지 졸았죠
아미동에서 그냥 우루루 내렸는데... 헉스... 악기!~!!
참고로 제 악기는 클라걸랑요
오전 수업 다 째고 악기를 찾아 다녔죠
산부인과 수업 3시간 연강 째기
지하철을 타고 여기 저기 다니고 전화로 막 확인을 해 봤는데
악기는 분실물로 들어온 것이 없다고 하더군요
마지막 희망을 안고 노포동 유실물 센터를 찾았죠
(그때는 노포동에 유실물 센터가 있었음)
아저씨에게 악기 들어온 것 없냐고 물으니까 없다고 하더군요
억지로 그럼 들어온 물건을 돌아보겠다고 우겨서...
휘익 돌아보는데... 저기 악기가 보이지 않겠습니까
"이거 제 악기인데요" 하고 꺼내서 악기 케이스를 열자
"이게 어떻게 악기냐고 가방이지, 아무리 해도 안열리던데...
이거 여는 것을 보니 주인은 확실한 것 같군"
그러고는 악기를 받아 왔지요
흠...
내 악기는 악기로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가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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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연습에 못가서 정말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바보같이 지하철을 탔으면
악기를 가슴팍에 꼬옥 껴안고 앉아있거나, 악기가 들어갈 자리가 모자라면 서서 버텨냈어야지...
뮤직캠프후 지친 체력으로 차마 그 가벼운(?) 바이올린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선반위에 악기를 올려놓구 말았습니다.^^;;
어깨에 매져있어야할 악기가 없는걸 그제서야 알아채고, 정말 열나게 뛰어서 광안역으로 가는 2호선을 탔습니다.
마지막 광안역에 내려 역무실에 물었더니, 제가 탄 차 번호를 묻더군요,
제가 알턱이 있겠습니까?
제계산이 맞다면 바로 앞에 앞에 차라구 그랬더니.전화를 해주시더라구요.
그곳 소파에 앉아서 삼십여분간 기다렸습니다.
해운대까지 시운전 중이라 그 종점에 도착할때까진 모른다고 하시더라구요.
삼십분정도 앉아서 기다리는데, 진짜 진땀이 났습니다.
아무리 싸구려 연습용 악기라지만, 그래도 나랑 근 십년간을(제가 육학년말에 산 악기니)함께한 이 녀석을 잃는단 생각을 하니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물론 마음 한구석으론 이참에 기회를 포착해 좋은 악기로 한번 바꿔달라구 부모님께 졸라볼까 싶기도 했지만...
그냥 진짜 친구 한명 잃어버린 것처럼 불안하고, 답답했어요.
하지만 다행히 겨우겨우 악기를 찾았습니다.
그 순간 얼마나 기쁘던지...제 낡은 악기케이스가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인건 정말 처음입니다...
그때라도 열나게 차타고 뛰었으면, 연습시간에 늦게 일곱시쯤해서 갈수는 있었지만, 얼마나 놀랐던지 온몸에 힘이 쫘악 빠져서 그자리에 주저앉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번엔 우산을 지하철에 두고 내렸더라구요. 아까 악기때메 당황해서 급하게 광안역에서 내려 역무실을 찾느라, 지하철 내릴때 두고 내렸나 봅니다...
어쩔수 없이 덕포역에 내린뒤, 그곳 역무실에서 우산을 하나 빌렸습니다. (요즘 지하철에서 우산빌려주기 운동하는거 아시죠? )
그래서 지금 저희집엔 부산지하철역이란 로고가 새겨진 커다란 우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사람이 당황을 하면 역시 될일도안되나 봐요.
오늘은 정말 실수연발에... 진짜 바보된 날입니다.TT
거기다 비까지 추적추적...
슬픈 하루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