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날개를 꺾다 [6]
[나와]
어쩐일인지 갑자기 영화를 보자며
류신이 오랜만에 먼저 문자를 날렸다
정말 오랜만에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오늘 할것같은 느낌에
아침부터 샤워도 하고 옷도 이것저것 골라보고
한참동안 그러고나서야 나와라는 류신의 문자에 나갈수있었다
치마 입는걸 싫어하는걸 잘 알기때문에 바지와 티셔츠를 입었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깔끔하고 괜찮은거같다.
"왔어?"
왠일일까?영화를 보자고하고
사복을 입은 류신도 오늘따라 참 멋있어 보인다
캐쥬얼하게 입은 류신의 모습에 나는 기분좋게 웃어주었다
오늘은 류신의 눈에 꽤 괜찮게 보이겠지?
류신은 신경써서 차려입고 온 날 보고도 별 반응없이 타라는듯
바이크에게 시선을 던졌다
-..흠 속으론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겠지-
무뚝뚝한 성격을 알고있기에 나는 별말없이
바이크에 올라섰다
"류신 그런데 무슨 영화보려고?"
"몰라"
"요즘 신작 많이 나왔던데 영화표 구매는 해놨어?"
"아니"
..주말
주말에 특히 밀리는 영화극장에 표구매조차도 안해놨다는 류신
순간 나는 멀뚱히 류신을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이크에 익숙히 타고 시동을 거는 류신이었지만
-
"인간들 존나많아"
"주말이잖아"
역시나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표들은 다 매진이었고 사람들은 참 많이 북적거렸다
"영화보고싶냐?"
"아니..뭐 굳이 난"
"일어서"
"응?응"
영화표도 못 구하고 멍하니 그 앞에 의자에 앉아있는데
류신이 갑작스럽게 일어난다
그리곤 내 손을 잡곤 휘적 휘적 앞서 걸어갔다
나보다 어리지만 더 큰 키
나보다 어리지만 더 큰 손
얼핏보면 류신은 그냥 나랑 동갑같아 보이기도 했다
류신은 처음부터 내게 누나라는 소리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
바라지도 않았지만-
생일이 빨라서 일찍 고등학교에 들어왔지만 복학을 해서
올래나이대로 고2인 류신
류신 맘대로 사귄지 6개월도 훌쩍 넘었지만
아직 알아가야할게 참 많은거 같다
-
"여긴 왜?"
"보고싶은거 빌려"
뜻밖에도 앞장서서 걷던 류신이 간곳은 비디오방이었다
비디오방하면 순수하게 비디오만 보는게 아니라 난 별로 좋지않은곳이라고
생각했었기에 류신이 왔다는 사실에 놀라서 영화는 고를생각도 하지않고 서 있었다
"뭐하냐 안고르고"
"굳이 안봐도되..난"
내가 안고르고 서있기만하자
짜증난다는듯 류신이 나 대신 비디오를 고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성에 안차는지 불쑥 아무거나 꺼내온다
"이거봐"
"으응"
류신은 주인에게 비디오 제목도 보지 않고 비디오를 넘기고
방으로 들어왔다
나도 제대로 보지 않아 무슨 비디오인지도 몰른 상태에서
류신과 나는 그렇게 방안 쇼파에서 우두커니 앉았다
어색한 분위기
잠시뒤 텔레비전에 빛이들어오면서 비디오방영이 뜨고
그제서야 어색한 분위기가 사그러들었다
-색즉시공
.....
..................
"존나 오래된거잖아"
색즉시공..색즉시공
제목도 안보고 골랐던 비디오기에 뭔가 궁금해 텔레비젼을 쳐다보던 나는
곧 이어 임창정과 하지원의 얼굴이 보이며 색즉시공이라는 제목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류신은 봤다는듯 오래됬다는 짜증만 낼뿐 별 소리를 하지 않았다
예고편보니까 이 영화 되게 야하던데-그래서 나오고도 한번도 빌려보지 않았던 영화
그런데 지금 이 영화를 그것도 비디오방에서 류신과 단 둘이 보려니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안절부절
"안 야하다"
안절부절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나를 보던 류신은
툭하니 안야하다라는 말만 내던졌다
벌써 본거라는 말이구나
안절부절 못하는 나를 보고 생각해서 해준말같긴 한데
난 벌써 봤다라는 의미가 담겨진 그 말에 더더욱 당황스러워졌다
하지만 이미 영화는 시작되었고 잠시후 나는 눈으로는 안볼망정
가끔 이상한소리가 나는 것을 귀로 들어야만했다
-
50분후
류신은 좀 보던가싶더니 어느새 조용히 쇼파에 누워 눈을 감고있었다
비디오방에 처음 와본 나는 소리를 어떻게 줄이는지도 모르고
그저 고개만 숙인채 눈을 감고 자고있는 듯한 류신과 내 손톱을 번갈아보기만 했다
피곤했나-
그래도 오랜만에 데이트하는건데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는 이제 야한부분은 별로 안나오는 영화를 보고 안도하면서
눈을 감고있는 류신을 쳐다보았다
처음에 류신을 만난 그날도 이렇게 눈을 감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붉게만 보이는 류신의 입술이 내눈에 들어온다
류신의 얼굴을 가만가만 보고있으면 절대 싸움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싸움이란 말보다 자상한남자라는 스타일이 더 어울릴거 같은 외모
서도원-그녀석보다 그래도 류신이 잘생겼다
난 나도모르게 도서실에서 만난 서도원녀석을 떠 올리며 류신을 쳐다보았다
얼굴은 서도원이란 녀석이 좀 더 하얀거 같고
눈도 서도원녀석이 좀 더 큰거같고-그래도 류신눈이 더 이쁘다
날카로워보이는 눈이 가끔 무섭지만-
내주제에 류신과 사귀는건 정말 나쁜일이 하나도 아니다.
사실 류신과 사귀면서 주위애들이 함부로 못대하는것도 느껴졌고
잘생긴류신과 사귀면서 소설속에 나올법듯한 여자애들의 협박이나 다구리같은것도 없었다
길게뻗은 류신의 다리가 보인다
옆에있으면 든든한 아빠같은 느낌-한살이나 어리다는게 안믿겨질정도로-
"영화재미없냐?"
화들짝
"어?아..아니 곧 끝나는거 같아서"
갑자기 눈을 번쩍 뜨는 류신
그런 류신의 모습에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듯한 무중력상태를 경험해야만했다
내가 뚫어지게 쳐다봐서 느끼고 잠이 깬건가;-
"눈 돌리지마"
괜히 류신이 내가 보고있었다는걸 알고있었다는 생각에
곧 끝나가는 영화에 시선을 던지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던 류신이 작게 내게 말을 내뱉는다
"으응-"
솔직히 영화를 쳐다보고 있다고 해도 영화가 눈에 들어오는건 아니었다
나는 영화를 보던 시선을 류신에게 한번 던진후 다시 고개를 숙였다
사람눈은 다 갈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류신은 아니다
정말 가까이에서 봐야 갈색일듯 보일까-영락없이 검은색동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도모르게 그 눈을 볼수없어 고개를 돌리고 만다
휘익
"눈 돌리지마라고 유소영"
어느새 내 턱을 잡고 자기 눈을 응시하게 하는 류신
그리곤 곧 그 검은눈동자로 내눈을 쳐다본다
"아-저 영화 끝나가는거 같애"
".."
"안 갈거.."
"쉿-입다물어"
읍-
그리고 곧 얇게나마 담배향이 나는 류신의 입술이
느껴졌다
내 첫키스의 남자도 류신
아직도 키스라는 스퀸십에 적응안되는 내 서툰몸짓과 달리
능숙하게 류신은 내 허리를 잡고 입을 맞추었다
"하아.."
"유소영"
"으응///"
"나 아니고는 아무하고도 키스하지마"
"으응.."
"내가 아니면 손도잡지마"
"으응.."
"내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말고 말하지도 마"
집착이 강한걸까?..소유욕이 강한걸까?
또 다시 차가워진 말투에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거리는 내가 맘에들었는지 류신은
짧게 내 이마에 다시 입을 갖다대었다
"내 말 듣지않으면 가만안둬"
"...으응"
벌떡
"배안고프냐?가자"
류신이 일어서자 때 마침 텔레비전에서도 비디오가 끝나 자막이 올라가고 있었다
아직 화끈거리는 입술-이마
괜히 끝나버린 비디오 자막을 보면서
나는 손으로 이마와 입술을 쓱쓱 문지르며 류신을 따라 비디오방에서 나왔다
-
"류신 왜 안먹어..?"
비디오방에서 나오자 류신은 밥을 먹으러 이 동네에서는 그래도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아갔다
비디오방에서 하도 긴장을 해서 그런지 배가 고파 나는 음식이 나오자
류신을 의식하다가 그냥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내가 밥 먹는 소리만 들려서 고개를 들어보니 류신은
밥은 안먹고 멀뚱히 나만 쳐다보고있다
이미 식어버린 류신의 밥
"생각없어..?"
"곧 바빠질거 같다"
"응?"
"앞으로 나 대신 내 친구놈들 오면 집에 바로들어가"
"으응"
바빠질거라고 밥을 먹는 내게 조용히 말하는 류신
그 말을 하는 류신의 얼굴이 꽤나 어두워보였다
왜 바빠지냐고-묻고싶었지만 내게 고개를 돌리고 창밖을 보는
류신의 행동에 묵묵히 숟가락을 입에 가져다대었다
요즘들어 바빠지는 이유가 뭘까..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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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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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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