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멘스..
언제였나?
아주 오래전이었다.. 내가 어리고 젊었다.
사랑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사랑을 언제 해봤나?
사랑은 노래가사가 젤 아름답다..
감동적이고 아름답고 처절하고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군대이야기..
군인과 사랑이야기
..
..
정확한 일자는 기억할 수 없고
1986 또는 87년.. 가을인가.. 봄인가..
비가 제법 오고 있었고 날은 추웠다.
상병쯤이었나 일병 말 쯤이었나
그것도 아리까리 먼 옛 기억이 되었다.
우리부대는 예비진지구축작업으로
한마디로 말해서 정말 조뺑이 치던 때였다.
아침 6시기상과 더불어 시작된 사역은 밤 9시가 되어야 끝이 났다.
어릴 때 북한에서 한다는
새벽 별 보기 운동과 야간 횟불 작업을
적어도 우리세대 육군현역출신들은 거의 경험 했을 것이다.
난 포병 25사단 출신으로
파주지역을 거점으로 유명 명소로는 지금도 유지되는지 모르겠으나
서울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 용산 역
3대 섹스 촌과 그 명성을 휘날리던 파주 용주골 되시겠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공병대도 아닌 105미리 견인곡사포부대로
우린 똥포라 불렀으나 6.25때 그 명성을 날렸으며
2차 대전 때는 연합군의 주력화기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내 보직은 사격지휘병으로
포병 최고 엘리트만이 될 수 있다는 133(작전병)주특기를 받았다.
내가 머리 좋고 똑똑해서가 아니고
난 후임을 받지 못했던 사격지휘분과 고참들이
무조건적으로 날 데려갔으며 테스트는 숫자 빨리 쓰는 것이었다.
고참들은 매일 빵카 열외생활을 했으며
군복도 깨끗하게 다려 입는 야전 삽 들고 뺑이 치는
전포 포다리들과는 그 비쥬얼 나름 많이 달랐다.
하지만 당시 난 짬밥 부족으로
내무반에서 계속 조뺑이 쳐야 했으며
예비진지구축작업에 동원되었다.
우리부대 대대장은 3군 사관학교출신으로
대령진급을 위해 별 짓을 다하고 있었다.
ㅋㅋ.. 대대장의 우리 부대 구호는 “공병대를 능가한다~!”
아무튼 노가다에 힘들었다.
"단까"라는 것 다들 아시지?
두 사람이 철판에 두 각목으로 받침 손잡이 만들어진..
그 단까에 "떼"라고 알지? 야생 잔디
그거 퍼 나르는데 점심 시간 숟가락을 들면 손이 벌벌 떨리고 밥질 하기도 어렵게 힘들었다.
그런 나날을 보내니..
정말 내 가끔 소원은 차라리 전쟁이 났음 바랬다.
이 노역보다는 전쟁이 편하리라..
그렇게 힘든 조뺑이를 치던 토요일 오전 10시쯤인가?
벌써 오전 6시부터 시작된 단까질로
두 팔이 떨어져 나갈듯한 육체적 극한상황에 처해있던 내게 복음의 울림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위병소 분대장이 소리친다..
(계절아)~~~~~~ 부모님 면회 왔다..
일계장으로 갈아입고 위병소로 면회 나와라..
부모님 면회라? 그럴리가 없는데..
내 귀를 의심했으나 이 자리를 떠날 수 있으니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옷을 말끔히 갈아입고 위병소로 나가니
나의 부모님은 역시 보이지 않는다..
위병조장 왈~
너 말고 니 쫄병 부모님 면회인데..
넌 왜왔냐?
내 직속 쫄병 면회인데 착오가 있었나 보다.. ㅠㅠ
아~~ 작업장으로 돌아 가야 하나..
또 단까를 들고 떼를 퍼 날라야 하나..
씨발 탈령이라도 해버릴까..
그런 마음이 든다..
위병조장 김중사가
ㅋㅋ 날 귀엽게 봐주던 터
에이~~ 계절이 너도 그냥 나가..
놀다가 밤에 내방에서 자라하며 영외 생활하던 그는 자기 방 키를 준다..
와.. 이런 횡재를..
그 삼촌 같고 큰형님 같던 그 김중사는
사실 나와 동갑 65년생 그렇게 군대에선 계급이 나이다.
그렇게 면회 아닌 “가라 면회”로 위병소를 나왔고
어디 갈 곳도 없으니 혼자 김중사가 준 열쇠로 김중사 방에 들어가 죽은 듯 일단 잠을 청했으나 눈감으면 포상 진지작업이 보이고 ..
난 단까질에 손이 풀려 실어놓은 때가 쏟아지고
고참에게 얻어맞다 깜짝 놀라 눈을 뜬다..
악몽에 시달린다..
비참한 현실이다..
고위층 정치인들이나 그 자식새끼들
그 신의 자식들이 나 같은 인간의 자식이
군에서 조뺑이 치는 이 현실을
그 힘든 기간의 고통을 만분의 일이나 알려나..
아무튼 어쨋거나.. 잠을 잘 수 없다..
부대 앞 용다방에 들어갔다
다른 면회자들은 법원리 시내로 나가고 군 전문용어 까라면회자”인 난 부대 앞 곰시 용다방에 들어갔다..
비가 세차게 온다..
그날따라 군바리가 아무도 없다.
그날 처음 본 용다방 미스김언니..
친근한 척 날 잘 아는 척 내 옆에 착 달라 붙어 앉으며
주문을 받는다..
귀여운 군인아저씨 첨 보는데 자주 안 오나봐~
오늘 비도 오고 손님이 없다~~
내 커피도 한잔 같이 시켜 줄 꺼지?
내 옆에 앉아 매출을 올리고자
22살 혈기왕성한 군바리에게 살살 애교질이다..
사실 귀에 들리는 게 있나 분냄새 만이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레지언니의 손 터치에 오감이 곤두서던 때 아니겠나?
아.. 격세지감
이제 난 젊음도 청춘도 남자도 아닌 게지..
무감각한 내 오감..
그때 뭔 배짱인지 커피 말고 젤 비싼게 뭔데?
쌍화차 두잔 계란 노른자 띄워서 가져와~..
용다방 언니 몹시도 기뻐한다..
밖에 비는 내리고 손님은 없고
노른자 띄운 쌍화차를 홀짝이며 미스 김은 정말 내가 귀여웠는지..
어린 나를 노련하고 애로틱하게도 쓰담쓰담 ..
그녀는 나보다 몇 살 많았겠지만
나이보다 훨 깊은 내공으로 어린 군바리를 농락했다고 봐야지..
..
..
오늘 어디서 잘거니?
갑작스런 도발을 한다.. 이따 밤에 같이 잘까?
밤에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
..
..
내 귓 볼을 깨물고 거칠고 뜨건 바람을 불었지..
비는 오고..
22살 팔팔한 이계절상병은 숨이 꼴딱꼴딱 넘어갔다
내 귓 볼을 깨물고 거칠고 뜨건 바람을 불었지..
비는 오고..
22살 팔팔한 이계절상병은 숨이 꼴딱꼴딱 넘어갔었다
꼴딱꼴딱 숨은 넘어가는데
..
..
용 다방 미스 김이 내 귀에 속삭이는 한마디
몇 살이니?.. 나 22살…
몇 살인데?
나? 28…
한참 누나지?..
나이를 듣는 순간 꼬랑지가 확 내려지더라고..
나이 많구나…
에구…
미스김 누나도 곧 환갑진갑되시겠구나… 세월참…
어쨋거나.. 미스김은
이계절 너 “213브라보 포대지?”
다방 앞 부대가 보병 연대본부거든 가서 김ㅇㅇ 병장 면회 해줄래? 그냥 외출만 시켜주면 돼~
어린 나이에도 순간 “이건 뭐다냐?” 정신이 확 들었지..
김병장 면회해서 외출 나오면 뭐 할껀데?
난 뭐고? 따졌다..
용 다방 미스 김
또 노련하게 내 귀에 뜨건 김을 내 쏟으며
“에이 바보 김병장은 외출이자나~
“ㅇㅇ상병은 외박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졸라 웃긴 시추에이션 이지만
22살 혈기왕성한 난 이해 가는 시추에이션 이랄까! ㅋㅋ
군바리 할머니를 보더라도 여자다~ 소리 치던 때 잖냐~
당시 미스 김 젖가슴에서 손을 빼기 싫었다고 할까?ㅋㅋ
순진한 나는
이름도 성도 몰랐던 보병연대 김병장을 외출시켜주니..
그 김병장 놈이 한다는 말…
“용다방 미스 김이 보냈냐?”
그러더니 그 녀석은 법원리 시내 간다고 가더라고…
.
..
뻘쭘했다..
..
..
다시 용다방에 들어가니
그사이 왠 군바리 한 팀이 미스 김과 노가리를 까고 있더라고..
미스김 벌떡 일어나서
김병장은 외출 나왔냐 묻더니만
자긴 이따 문닫을 때와~~^^ 쌩끗 윙크를 날린다..
나도 “알았다~ 이따 봐” 약속하고
내 쫄병 진찬호가 있는 법원리 시내로 나와서
진찬호 와 그 부모님이 사준 통닭을 맛있게 뜯으며
시간을 죽 때리면서
어여 곰시 용다방이 문을 닫는 밤 9시를 기다렸지..
남자들은 22살 혈기왕성할 때를 경험했으니 내 맘 다 알잖냐? 그치! ㅋㅋ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나브로 밤 9시 졸라게 용다방에 갔어..
미스 김을 데려오려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쁜 미스김의 밝은 미소는… 없고..
늙은 왠 아저씨가 날 보더니..
문닫았어 끝났어~~ 난 주위를 둘러보며… 아저씨 미스김은 요?
아저씨 표정이 지금 생각해도 웃기다
ㅋㅋ 뭔 저런 띨띨한 청춘이 있나 하는 썩소를 날리며..
“미스김 아까 김병장하고 나갔어~~~”
이런 씨바~ 개 같은 경우..
나 어떻게 했냐고?
어떻게 하기는 그냥 김중사 집에 가서 잤다…
그냥 뒤척이며.. 씨바 씨바…
이년 주거써만 되새기면서..
졸라 슬펐다..
울었나?
울지는 않았나… ㅋㅋ
그날 이후 시간이 흘러 난 병장이 되었고
남들보다 좀더 자유로운 보직인 관계로 부대훈련이나 기타등등
부대 개구멍을 통하여 가끔은 용다방 미스김을 만나러 다녔다..
제대하던 날
부대장에게 전역 보고를 하고 드디어 난 자유의 민간인 신분이 되었고
뚜벅 뚜벅 그녀의 직장인 용다방에 들어간다..
용다방 미스 김언니는 날 반겨준다..
여기 쌍화차 특으로 두잔..
미스 김도 알고 나도 알고..
이젠 더 이상의 인연은 없을 것이다..
그녀의 눈이 붉어진다.
제대하는구나..
이제 안오겠구나..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눈물이 나오려 한다.
눈길을 회피한다.
그녀도 알고 나도 알고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
..
..
어색한 시간..
전역 따블백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놓는다..
군시절 지급 품인 은하수담배 2보루 솔 담배 3보루
그리고 우체국에 병장 월급 7,500원과
부모님 면회 왔을 때 주고 가신 용돈 등등
20여 만원이 든 우체국 통장..
잘지네..
이게 내 전부야.. 가져~
..
..
그때나 지금이나 난 늘 어리석다.
계절을 지나다
이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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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읽은 사람이 있을까? ㅎ
첫댓글 글을 참 맛깔스럽게 쓰셨네요
저는 9사단 에서 군생활을 했는데요
문득 군대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미소짓게 하네요
끝까지 정독 잘 읽었습니다^^
댓글이 달려서 깜짝 놀랐습니다. 혼자 재밌자고 쓰는 글인데 공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이계절 댓글은 글쓴분 에게 글을 잘 읽었다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요
문득 80년대 시퍼런 군사정권 시절에
군생활 했던 추억을 소환해 주셔서
감사해요^^
@대전사랑 80년대
국가는 공포정치의 시대였지만
개인적으론 청춘의 사랑이 꽃핀 낭만의 시대이기도했던.. ^^
군대 이야기 흥미 진진
흥미롭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