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에이전트, 소믈리에, 관광전문가, 보석 감정사….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 뜰 것으로 보이는 직업들이다.
한국-EU의 FTA가 성사되면 2007년 국내총생산(GDP) 합계 기준으로 17조 876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경제권이 탄생한다. 직업 지형도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은 당연지사. 김준성 연세대 직업 평론가가 한국-EU FTA가 성사 이후에 뜰 직업들을 꼽아봤다.
그가 가장 전망이 밝다고 꼽은 분야는 스포츠.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독일의 분데스리가 등 한국 축구 선수들의 이적이 활발해지고 FIFA(국제 축구 협회)가 주관하는 축구 에이전트자격증을 취득한 한국 젊은이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트뿐 아니라 국제 경기 중계권 딜러 등 스포츠 분야의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프랑스 와인 전문점, 이탈리아 와인 전문점들이 한국에 대거 문을 열게 되면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들도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점쳐졌다.
김준성 직업평론가가 추천한 한국-유럽 FTA 이후 유망 직업 10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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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선진국인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와 교류를 통해 한국은 우수한 관광 인프라와 정책을 가진 나라로 거듭날 수 있다. 유럽 관광 가이드, 관광 주재원, 테마 관광 상품 디자이너 등 관광 분야 직업들도 경기 회복기에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구 본부가 많은 유럽에서는 국제회의 기획가에 대한 수요도 넘친다. 유럽 대학에서 국제기구 관련 전공을 하는 유학생이 늘고 국제기구에 인턴으로 일할 기회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뛰어난 손기술로 진출할 만한 분야도 눈에 띈다. 보석 감정사, 피부 관리사 등은 관련 자격증만 취득하면 매우 유망하다. 무대 디자인, 크루즈 디자인 등 특화된 디자인 분야도 노려볼 만 하다.
반면 의사, 변호사, 금융가 등 전문직 분야의 전망은 다소 어둡다. 합작 로펌 출연 등 새로운 기회도 열리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법률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면 변호사들의 경쟁은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같은 대형 유럽 제약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하면 신약보다는 카피 약 생산에 치중해온 한국 제약회사들은 심한 타격을 받게 된다. 제약회사 내에서도 영업직은 위기를 맞고 신약 연구원들은 기회를 갖는 양극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1만 4000여명의 한의사도 전문직 쿼터에 포함되지 않는 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컨설팅 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하더라도 그에 비례해 한국의 대졸자들이 이들 회사에 취업할 가능성이 증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맥킨지' '베인 앤 컴퍼니' 같은 미국 컨설팅 회사들은 대규모로 신입 사원을 채용하지만 유럽 컨설팅 회사들은 경력자 위주로 소규모만 채용하기 때문이다.
김준성 직업평론가는 "소위 전문직 시장에서 특히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서유럽 보다는 동유럽 직업 시장 진출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취업 준비생들은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직업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