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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화천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성별에 따라, 경험에 따라 화천의 이미지가 극명하게 갈라질 것이다.
다수의 20대 이상 남성들은 군대를 떠올릴 것이고,
20대 여성이나 낚시꾼,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산천어축제를 떠올릴 것이다.
화천은 2010년대 들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
기존에는 강원도 최전방으로서 군대, 지뢰 등의 살벌한 이미지가 주를 이루었으나,
산천어축제가 급격하게 뜨면서 여가, 레저의 이미지가 추가되었다.
산천어축제는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딱딱하고 정적인 이미지였던 화천에 생기를 불어넣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이득을 얻고 지역 이미지의 급격한 개선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산천어축제 시즌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산천어축제를 시작으로 화천의 다른 관광 산업까지 확대될 조짐이 보인다.
화천터미널은 이러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따라가고 있다.
지역 버스업체 이름을 바꾸고 시설의 개선 및 관광 연계에 적극 신경쓴다.
지역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같이 발벗고 뛰는 화천터미널.
이전의 모습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2011년 8월 이후 약 7년 반 만에 화천에 발을 디뎠다.
원래는 딱히 올 계획이 없었지만, 갑자기 방향을 틀어 얼떨결에 이곳까지 왔다.
이전에는 친한 형과 같이 왔으나 이번엔 혼자 방문했고,
이전엔 버스를 타고 왔으나 이번에는 차를 끌고 왔으며,
그 당시엔 여름이었으나 지금은 겨울이다. 감회가 새롭다.
오밀조밀 옹기종기 낮은 건물이 모여있는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그러나 건물이 같을 뿐 분위기는 그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다.
지나가는 차와 사람이 많아진 것 같고, 왠지 모르게 분위기가 밝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화천에는 두 가지 터미널이 따로 떨어져 있다.
하나는 시외버스터미널로, 7년 반 전에 방문했던 터미널이 바로 이곳이었다.
첫 방문 당시에도 이미 건물이 바뀐 뒤였기에 한참이 지났어도 시설은 그대로이다.
처음 여기를 왔을 때 가장 신기했던 점은 터미널과 시장이 붙어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광경을 보고 터미널과 시장이 붙어있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화천이 6.25 전쟁으로 모조리 파괴된 후 재건되는 과정에서,
계획적으로 구획을 만들면서 터미널과 시장을 일부러 같이 지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러한 생각엔 변함이 없다.
실제로 화천읍내는 첩첩산중에 깊이 박혀있음에도 신도시처럼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1944년 화천댐 건설로 읍내가 일부 수몰되고,
1950년 6.25 전쟁으로 남은 시가지마저 모조리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화천읍내는 일종의 '신도시'로 다시 태어났고,
따라서 6.25 전쟁 이전의 오래된 건물은 여기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화천읍내가 첩첩산중 시골임에도 낡은 느낌이 적은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반면에 화천터미널은 2009년까지 굉장히 오래되고 낡은 느낌이 강했었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 및 관광산업 활성화를 이유로 10년 전에 지금의 건물로 갈아엎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터미널 신축은 신의 한 수였다.
보시다시피 이전보다 터미널을 찾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터미널을 찾았을 때는 산천어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축제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북새통을 이루었다.
인구 2만 명대의 군 단위 터미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이렇게 수요가 많음에도 여기로 들어오는 노선은 동서울행이 유일하다.
7년 전에는 동서울행 말고도 춘천행, 상봉행이 있었으나,
경춘선 복선전철화에 타격을 입고 상봉행이 사라지고,
춘천행이 동서울행으로 일원화되면서 단 하나의 노선만 남았다.
유일하게 남은 동서울행 시외버스는 대부분이 전구간 완행이다.
원천리 - 지촌리 - 신포리 - 춘천역 - 춘천터미널 - 강촌 - 가평 - 청평 - 대성리까지,
고속도로 개통 이전처럼 모든 정류장에 정차하기 때문에 서울까지 2시간 35분이 걸린다.
반면에 하루 5회 있는 동서울행 무정차 노선은,
동서울까지 가면서 춘천터미널 딱 한곳만 들르기 때문에 시간이 보다 단축된다.
경로가 서로 달라서 요금도 각각 다른 것(완행 13,900원, 직행 11,400원)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모든 시외버스가 춘천을 경유하기 때문인지,
특이하게도 옆 동네인 춘천터미널의 시간표가 여기에 붙여져 있다.
춘천 시간표가 붙여진 이유는 두 터미널 모두 강원·진흥고속의 영향력 아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화천이라는 동네가 얼마나 춘천에 대한 의존도가 강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노선 정리를 하면서 시내버스 시간표도 다소 정리된 것 같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안내되는 유일한 시간표는 7번 산양리-말고개 방면 하나뿐이다.
예전엔 신포리, 안평-눌언리, 사창리행 시내버스도 안내되어 있었으나,
이제는 약 300m 떨어진 시내버스터미널로 가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화천군 시외버스는 강원·진흥이 독점하고 있다.
터미널 단위로 보면 포천 일동도 강원·진흥이 독점 중이지만,
지자체 단위로 확대하면 화천만큼 특정 회사가 독점하는 지역은 없다.
7년 반 전과 같은 장소 같은 구도에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차가 바뀐 것 말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으나...
위 사진에서 버스를 향해 뛰어가는 두 어린이는 얼마나 컸을까,
그리고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산천어축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을까 생각해보면,
시간이 굉장히 많이 흘렀다는 게 피부로 와닿는다.
공영버스터미널을 다 둘러본 후, 이전에는 가보지 않았던 시내버스터미널도 보기로 했다.
시내버스터미널은 공영버스터미널에서 동쪽으로 300m 떨어져 있다.
둘 사이에는 정확히 화천시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쉽게 말해 시장의 서쪽 출입구에는 공영버스터미널이,
동쪽 출입구에는 시내버스터미널이 있다는 소리이다.
시내버스터미널을 가보니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물고기 모양의 루미나리에가 설치되어 해질녘 읍내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이 길이 산천어축제 장소로 연결되는 길인 모양인지,
축제를 하고 나오는 여러 일행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형형색색의 물고기 조형물이 해질녘 노을과 어우러져 너무나 이뻤다.
이쁜 물고기를 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산천어축제가 마침 끝날 시간이라 도로에는 차들이, 거리에는 사람들이 몰려
활기가 넘치다 못해 복잡하기까지 했다. 바로 이 자리에 시내버스터미널이 있었다.
산천어축제가 핫하게 떠오르면서 화천의 시내버스 회사도 사명을 바꾸었다.
1980년부터 태흥운수라는 이름으로 화천 곳곳을 연결해주었던 버스 회사가,
2017년경 산천어운수로 이름을 바꾸고 지역 대표 축제의 알림판이 되어준다.
심지어 터미널에도 문과 창문 대신 축제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다.
산천어운수로 바뀐 구 태흥운수의 차량들은 아담한 것들이 많다.
산천어축제로 호황을 누릴 법도 하거늘, 축제 장소가 읍내에 있기 때문에
정작 산천어운수는 이름과는 달리 축제 효과를 별로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주변의 북적이는 풍경과 다르게 비교적 한산해 보인다.
이전에 여기를 그냥 지나쳤기 때문에 7년 전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로드뷰를 확인해보니 건물을 새로 지은 듯했다.
그것도 최소 2015년 이후, 공영버스터미널보다 훨씬 늦은 시기에 말이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구터미널을 그냥 놓치고 지나친게 참 아쉬웠다.
건물을 새로 지어서 그런지 내부는 무척 깔끔하고 생각보다 환했지만,
대기 공간은 무척 좁은 편이며 기다리는 사람도 몇명 보이지 않았다.
바깥은 산천어축제를 끝내고 나오는 인파로 북적이는 데도,
바깥 일은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인 양 한산하고 조용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화천의 농어촌버스는 아직 단일요금 제도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버스 표가 발매되고 있다.
요새는 표를 끊고 시내버스를 타기가 힘든데, 여기서 추억의 경험을 할 수 있다.
공영버스터미널에 비해 비교적 한산하다고는 하나,
화천 곳곳을 잇는 거점지인지라 노선은 보다 다양하게 운행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역 주민도 아니고 올 일이 마땅히 없다 보니,
시간표는 다양하지만 익숙한 지명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풍산리 방면의 7사단 신교대만 눈에 띌 뿐이다.
산양리에서도 보았고, 공영버스터미널에서도 보았던 7번은 익숙해진 것 같다.
이곳에 오면서도 몇 번씩 마주치기도 했거니와
경로가 계속 겹쳤기 때문에 뭔가 친숙하게 다가왔다.
평화의 댐으로 가는 버스도 하루 두번 뿐이지만 눈에 들어온다.
이쪽은 다목리 / 사창리 방면 시내버스가 안내되어 있었다.
화천군 인구는 2만 5천여 명으로 웬만한 읍내 수준도 안 되지만,
사단만 3개가 있을 만큼 군부대가 많고 면적이 서울보다도 넓기 때문에
의외로 다양하게 거미줄처럼 퍼진 노선들이 생존하여 지금껏 운행할 수 있었다.
터미널을 나오니 축제장 가는 길이 바로 안내되어 있다.
시내버스터미널에서 불과 300m만 더 가면 된단다.
사진에는 없지만 여러 국적의 외국인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고,
가족 단위로 온 경우가 많아 어린 아이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산천어축제가 화천을 살리고 이미지를 바꾸었듯이,
화천에 있는 두 터미널도 여기에 묻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운 좋게 축제 기간이 방문을 해서 이런 느낌을 더 두드러지게 받았지만,
축제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비수기에도 영향을 아예 안 받을 것 같지는 않다.
한창으로 끝났다면 버스 회사가 이름을 바꾸었을 리가 없을 테니까.
군인들이 대다수였던 과거의 화천터미널은 남아있지 않았다.
다수의 관광객이 찾아 완전히 달라진 이야기거리가 화천터미널을 꽉 채우고 있었다.
산천어가 살린 이미지를 잘 활용해서 동서울행 말고 전국 곳곳으로 이어지는 시외버스를,
화천터미널에서도 볼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힘든 하루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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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천어운수가 태흥운수였군요. 경주 천년미소와 더불어서 그 지역의 특징을 살린 독특한 사명이라 생각됩니다. 축제나 군인 수요 등으로 인해 서울에서 오는 시외버스 수요가 늘어났을 법도 한데 의외로 무정차 횟수는 얼마 되지 않네요.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몰라 다소 조심스럽긴 하지만 춘천 이후 구간을 생략한 무정차 횟수를 늘리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동서울행 완행노선 경유지도 대부분 경춘선 열차하고 겹치는 곳도 많네요. 버스회사 이름부터 가로등 곳곳에 있는 산천어 모양 장식까지 산천어 축제가 화천군에는 큰 기회를 열어준 것 같습니다.
무정차 횟수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도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무정차 노선들도 진짜 직통으로 운행하지 않고 춘천을 경유하는 것으로 보아,
화천에서 직통 수요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는가 봅니다.
산천어운수로 사명을 바꾼 것부터 해서 축제에 맞춘 장식까지 인상적이더군요. ^^
화천터미널까지~ 잘 봤습니다.
많이ㅡ변했네요
예전 터미널 2층 곰다방에서 요구르트 먹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ㅎㅎㅎ
구터미널 시절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ㅎㅎ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죠.
@Maximum 80년대 초 화천터미널입니다.
@이상훈 귀한 사진 잘 봤습니다. 포장이 안 되어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을 수작업으로 청소하는게 인상적이네요. ^^
동일여객이라는 전세버스 회사도 있었군요.
화천읍에 마지막 방문이 5년전이 였는데 춘천 화천간 도로는 예전 군생활하던 1988년 1991년과 동일했었는데 지금의 도로사정 어떨런지 궁금하네요
지금도 구불구불한 2차선 도로입니다 :)
강원 진흥 동서울-춘천-화천선 차량들을 보니까 유니버스 스페이스 럭셔리 신차가 들어갔잖아요 나머지 차량들은 신차를 재외하고는 전부 말년를 앞두고있지요 즉 대차전에 동서울 화천선을 다니고있지요
새롭게 바뀐 차량들도 벌써 말년을 앞두고 있다니 정말 시간이 빠르네요 ㅎㅎ
화천 산양리에서 군생활했는데 화천터미널 많이 좋아졌네요. 전주가 집이라 동서울로 바로 가기도하고 춘천가서 서울이나 대전으로 가서 전주 갔던 기억이 나네요. 당시에는 춘천-전주 시외노선이 없을때라... 이렇게 사진으로라도 보니 너무 반갑네요
산양리에서 군복무하신 분을 또 뵙네요. ^^
강원도 최전방 지역들이 정말 교통이 불편한 것 같아요.
군 중심지로 가도 다니는 노선이 서울, 춘천행밖에 없으니 말이죠.
예전에 친할아버지와 분당에서 춘천까지 전철을 이용하여 간후 닭갈비를 먹고 춘천터미널로 이동하여 화천행 완행을 타고 화천을 갔던 기억이나네요ㅎㅎ 다시 분당갈때는 춘천역에서 하차했죠 ㅎㅎ
할아버지와 멀리까지 가셔서 맛있는 닭갈비도 먹고 재밌게 즐기다 오셨군요 ㅎㅎ
@Maximum 근데 다시 춘천역으로 갈때는 동서울행 완행을 이용했습니다^^
@[경남] 왕복 모두 춘천까지 전철을 이용하셨군요. 동서울행 완행이 춘천역을 들려서 참 편하죠. ^^
불게물든 노을과
이쁜 조명,조형물이 어울려 한폭의 그림을
보는듯 하네요.
화천이 바다와 연결이 안되어있어
산천어는 서식하지 않지만
화천하면 ㅡ 전방.군부대 보다는
산천어축제가 떠오를 정도이니
누구 아이디어에서 나왔는지 대단하단
말밖에요.
인근 평창 송어축제, 인제 빙어축제와는
비교도 안될정도구요.
잘보고 갑니다^^
그러고보니 원래 얼음낚시하면 빙어가 먼저 떠올랐는데, 언젠가부터 산천어가 그 자리를 가져갔네요. ㅎㅎ 사진이 부족한 점이 많은 데도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니예요.눈도,
마음도 정화!! 예쁜 사진을보니
편안해 지네요!!
전 신읍리에서 군생활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신읍리가 어딘가했는데 읍내 바로 옆이네요. 화천에 대한 기억이 참 많으시겠어요 :)
전 신읍리에서 군생활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