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등 구입경로 다변화
- 소형가구 선호 추세도 영향
부산지역 유명 가구거리들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등 가구 구입경로가 다변화되면서 고객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상인회가 사라지고 지역 명물인 가구 축제도 중단되는 등 가구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가구 시장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3일 본지 취재팀이 찾은 남구 대연동 가구거리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가구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과거 문현교차로에서 대연사거리까지 30곳이 넘는 가구점이 늘어섰던 이 지역은 현재 대형 가구업체 4곳, 개인 가구업체 1곳 등 모두 5곳이 영업 중이다. '임대' 현수막을 내걸고 매장을 비운 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중소 가구업체 상인은 "일주일째 마수걸이도 못했다. 매출이 바닥"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56년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의 '가구 집결지'인 동구 좌천동 가구거리는 98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겉으론 상권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지만 상인들의 한숨이 곳곳에서 들린다. 한 대형 가구업체 상인은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30% 이상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이 업체는 한 달 1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지만, 유지비를 빼면 적자를 면치 못한다. 재고는 원가나 40% 이상 할인 판매하고 있어 손에 쥐는 수익도 적다. 좌천동 가구거리는 매년 10월마다 '가구대축제'를 개최하며 홍보를 해왔지만, 그마저도 지난해부터 중단됐다. 상인회의 결속력이 떨어져 현재 회장직은 공석이다.
동래구 명륜동 가구거리는 10년 전만 해도 50개 업체가 성업했지만 현재는 41개 업체로 줄었다. 여기에 6곳은 빈 점포여서 실제로 영업하는 매장은 35곳뿐이다. 한 브랜드 가구업체 상인은 "불과 3, 4년 전보다 매출이 5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지역의 대표적인 가구 쇼핑몰인 연제구 한양프라자의 지하 1층~지상 4층 중 4층은 아예 텅텅 비어있는 상태다. 나머지 층의 공실률도 40%에 달한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온 원목 가구 업체 상인은 "59.5㎡(18평) 규모 가게에 임대료가 280만~300만 원 정도 된다. 임대료 내기도 벅찬 형편"이라고 말했다. 침체를 견디다 못한 한양프라자는 올해 중으로 지하 1층과 4층에 가구 매장을 빼고 웨딩 및 뷔페, 판매시설 등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전통시장과 함께 '동네 상권의 터줏대감'인 지역의 가구거리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어 머잖아 가구거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좌천동 가구상가상인회 최계현 전 회장은 "1인 가구의 증가와 온라인 쇼핑몰 등장 등으로 소형 가구 선호와 함께 가구 구입 경로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지역의 가구거리가 고사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 최근 10년간 부산 가구거리 영업점 수 변화 | 가구거리 | 2005 | 2015년 | 좌천동 가구거리 | 120개 | 98개 | 대연동 가구거리 | 30개 | 5개 | 명륜동 가구거리 | 50개 | 35개 | 사직동 가구거리 | 30개 | 17개 | ※자료 : 상인회 및 영업현황 종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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