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정비법 시행과 각종 규제책으로 인해 재건축사업 추진 단지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서울 한강변 및 강남권에 위치한 고층아파트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리모델링 바람은 앞으로도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전부터 지적돼 온 법·제도적인 보완대책 수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현재 본격적인 리모델링사업 추진을 선언하고 나선 곳은 지난 2월 최초로 리모델링 조합인가를 받은 방배 궁전아파트를 필두로 워커힐, 이촌 로얄, 현대아파트 등 5∼6개 단지를 훌쩍 뛰어 넘는다. 여기에 리모델링사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단지들을 감안하면 상반기 중 리모델링사업을 시작하는 단지는 상당수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사업을 추진하고 단지들은 대부분 부유층이 대거 모여 살고 있는 대형평형 중심 아파트들이다. 재건축에 비해 투입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다 보니 서민 아파트 단지들은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단지를 중심으로 각 건설사별 수주 경쟁도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리모델링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건설사는 대림, 삼성, LG, 쌍용 등 대형 건설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보여지는 모습은 예전 재건축사업 수주전을 방불케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을 계획하고 있는 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벌써부터 몇몇 건설사들이 수주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전 재건축 수주전에서 보여졌듯 수주를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리는 건설사들의 특성을 놓고 봤을 때 본질적으로 비슷한 리모델링 수주전도 자칫 혼탁·과열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다.
한편, 최근 리모델링 바람에 즈음해 하루빨리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택법 개정을 통해 조합인가 및 매도청구 등이 가능하도록 명시했지만 아직 변변한 운영규정 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 추진위는 재건축 운영규정 및 정관 등을 준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아직도 건축법에 의해 지어진 아파트는 주민 100% 동의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어 법 개정 작업도 시급히 진행돼야 할 사항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추진위 및 주민들이 가장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 재건축사업과 차별성을 꼽는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사업에 비해 결코 저렴하지 않은 공사비가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일반분양 등 수익창출 여지는 없어 자칫 이로 인해 주민간 갈등 증폭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기 때문. 따라서 리모델링은 그 자체로서 필요에 의해 추진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대다수를 이룬다.
아직 리모델링과 관련해 해당 단지 및 건설사들의 움직임은 조용한 편이다. 사업 초기 단계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자칫 지난 날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보였던 추한 모습이 재연될 수 있는 소지도 많다는 점을 해당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또한 행정당국은 보다 명확한 절차 및 방법 등을 제시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처음부터 부정의 소지를 막을 수 있는 대비책 또한 조속한 시일 내에 내놓아야 한다. 리모델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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