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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들이에서 시루떡을 자르는 한글 원로들(왼쪽부터 최기호, 김석득, 이상규, 이상보, 박종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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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수 |
| 한글이 우리 문화유산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임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한글은 세계의 글자 중 만든 때, 만든 사람, 만든 목적을 아는 유일한 글자이며 가장 과학적이고, 철학이 깃든 글자다. 또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임금의 마음이 가득 담긴 글자다. 그뿐만 아니라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계에서 하나뿐인 글자다.
이 한글이 15년 동안 일반 기념일에서 헤매다가 드디어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경일에관한법률일부개정법률안(대안, 의안번호 173572)'이 통과되어 올 한글날부터는 국경일로 잔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한글날이 다시 국경일로 승격되기까지는 15년 동안의 엄청난 우여곡절을 거쳤다. 지난 1990년 11월 2일 정부는 대통령령 제13155호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버렸다. 당시 노태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우리 '겨레 문화의 꽃'이자 '세계 으뜸 문자'인 한글을 기리던 한글날이 '바다의 날', '환경의 날' 등과 같은 단순한 기념일로 격하되고만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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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말을 하는 조직위 집행위원장(왼쪽 최기호, 오른쪽 이상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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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솔 |
| 그 뒤 한글날 행사 규모는 나날이 줄어들어 학교나 직장에 나가지 않는 일부 인사들만 참석하는 기념식에 그치고 말았다. 따라서 한글날의 역사적 의미와 우리 문화 발전에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이 크게 퇴색됐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그러자 한글문화 단체 등에서는 '한글날 국경일 범국민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한글날을 국경일로 승격시키자고 주장하며 거센 운동을 펼쳐 나갔다. 또 한글을 사랑하는 국회의원도 '한글 세계화를 위한 의원모임'을 결성해 한글날 국경일 승격 법안 통과를 위해 온갖 노력을 이어나갔다.
그런 노력이 모여 한글날이 드디어 국경일이 된 것이다. 이제 15년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하지만 그것은 끝남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한글날을 제대로 경축할 방안을 마련하고, 한글을 통해 우리의 위상을 세계에 한 단계 높일 방안 등이 논의돼야 할 때라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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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위 집들이에 참석한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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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솔 |
| 이런 생각을 한 한글단체들은 다시 '한글날 큰잔치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를 만들기에 이른다. 국어단체연합 최기호 회장과 국립국어연구원 이상규 원장이 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이대로 전 '한글날 국경일 범국민 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이 다시 조직위 사무총장을 맡았다. 이들은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다.
이 조직위에는 한글학회, 외솔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운동본부, 한글문화연대,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우리말살리는 겨레모임 등 한글단체가 모두 힘을 합했고, 국립국어연구원이 같이 하고 있다.
이 조직위는 한글학회가 내준 한글회관 402호에 둥지를 틀었다. '한글날 큰잔치 조직위원회'는 7월 7일 늦은 6시 집들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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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사를 하는 손님들(왼쪽부터 김석득, 김종철, 이수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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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솔 |
| 맨 먼저 최기호 집행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처음 조직위를 꾸릴 때 걱정했지만 모든 한글단체가 한마음이 되어 도와주고,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한국은행, 국립국어연구원 등 정부기관은 물론 방송국 등이 적극 협력하여 큰 결실을 보아가고 있다. 이에 우리의 일들이 언론을 타게 되면 큰잔치 분위기는 크게 퍼져갈 것이다. 여기 우리의 둥지를 틀었으니 널리 알려주고 도와달라"고 말했다.
사회를 보던 이대로 사무총장이 그동안의 경과와 결실이 있는 일들을 소개했다. 현재 기념주화, 기념우표 발행이 확정되었고, 한국방송과 열린음악회도 합의가 되었으며, '한글날 금난새와 함께'란 이름의 클래식 연주회도 약속이 됐다고 했다. 그외 추진중인 사업은 문화방송 '백분토론', '세종로를 한글거리로 만들기' 등이다.
또 집행위원장인 국립국어연구원 이상규 원장은 "현재의 입말이 수백 년 전 구결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 우리말이 남아있는 것은 토씨의 구실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 한글날 국경일은 민족적 자각을 일으키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이제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뭉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도 흔쾌히 집행위원장을 맡게 되었다"고 인사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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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이 끝난 뒤 건배를 하는 참석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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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솔 |
| 이어 김석득 외솔회장의 축사가 있었다. 그는 "제대로 나라가 이루어지려면 말과 글이 있어야 한다는 주시경 선생의 말씀이 생각난다. 인적자원이 아무리 많아도 가장 필요한 것은 얼이다. 얼이 있었기에 이런 승리의 장이 펼쳐지는 것이다. 어려움 속의 투쟁은 한글날 국경일로 열매를 맺었지만 할 일은 이제부터다. 민족문화의 빛이 비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집들이 축하를 위해서 온 손님 중 김종철 전 <연합뉴스> 사장은 "영어마을, 문법도 맞지 않는 노래 가사래 등은 국민의 한 사람,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고 큰잔치를 함에 적극 심부름을 하겠다"고 말했으며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한글날 국경일 전쟁은 끝났지만 우리말글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전쟁은 이제부터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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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들이 소감을 하는 조직위 이대로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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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솔 | 식이 끝나고 침석자들은 건배를 하며, 기쁨을 나누었다. 이 자리는 특히 그동안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었던 한글단체들이 시루떡을 자르며, 똘똘 뭉치는 감격스런 자리가 되기도 했다. 조직위 이대로 사무총장은 식이 끝난 뒤 집들이 소감을 얘기한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 제1조를 보면 '국가의 경사로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국경일을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한글날이 국경일이 된 이상 이제 한글날은 단순히 기념식만 하거나 놀러 가는 날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라의 경사로운 날로 진짜 잔치를 벌여야만 한다. 문화국경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날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한글날 큰잔치는 벌써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날 집들이 참석자들은 이 잔치를 꾸리는 일이 이들 조직위 사람들만 할 일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되어서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이제까지 한글을 푸대접했던 것을 반성하여 큰잔치는 온 국민이 아니 세계 사람이 하나가 되어 춤추는 날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