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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컨덕터 (2018)
나는 지휘자가 되고 싶었다.
다른 악기들이 함께 소리를 맞추며 연주를 위한 마음을 가다듬고 교감을 하면서 음악이 만들어진다.
"여잔 지휘 못 해. 할 수가 없어. 이끌 수가 없으니까. 여자가 손에 봉을 드고 남자들 앞에서 요란한 몸짓을 한다?
보기 흉할걸. 난 네가 예뻐보이길 바래."
100년 전만 해도, 지휘자는 남성에게만 허락됐었다.
관습의 암울한 유리천장을 깨뜨리고 도전한 여성의 이야기.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더 컨덕터"다.
이 영화를 통해 바흐 최고 권위자였던 사람이 놀랍게도 슈바이처 였다는 걸 알게 됐다.
슈바이처는 끊임없이 안토니아에게 자극과 열정을 주는 인물로 언급된다.
나는 슈바이쳐가 아니라 슈베르트로 잘못 알아들었다.
본격적으로 지휘를 공부하고자 추천서 아닌 추천서를 받아 찾아간 선생님,
카알 무크 씨는 무례한 태도로 안토니아를 거절하고 문을 닫아버린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그의 2층 방 창문앞에서 외치는 안토니아.
"세계대전 때 슈바이처는 프랑스에 투옥됐었어요. 누굴 치거나 죽여서가 아니라 단순히 독일인이라는 이유에서요.
선생님도 그러실래요? 미국인이라서, 네덜란드인이라서, 아님 여자라서, 어려서, 담배를 안 피워서?"
카를 무크는 당돌하고 신념이 강한 안토니아의 논리에 설득되고, 안토니아는 강력한 본인의 의지를 설파한다.
"슈바이처는 음악을 다음 생으로 미룰 만큼 미쳤지만, 전 음악을 위해 이번 생을 바칠 만큼 미쳤어요.
도와주시든 안 도와주시든 저는 지휘자가 될거예요."
"그러니까 기진맥진할 준비가 됐다는거지?"
친구에게 편지를 쓰며 윌리는 카알 무크가 자신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었다고 했는데,
사실 그건 안토니아가 세상에 관습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만든 기회였던 것이다.
안토니아는 베를린에서 카알 무크에게 배우고 익혀서 한 번도 여자를 뽑은 적이 없는 지휘과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지휘를 보지 않거나 따르지 않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악보를 모두 숙지한 상태에서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해야할 일은 지휘자를 따라 음악을 하나로 만드는 일이다.
지휘자마다 추구하는 빠르기나 소리의 크기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지휘자와 단원들의 케미는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런 협조를 해주지 않으니, 곤혹을 겪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오는 선생님, 카를 무크.
"백 명의 남자 앞의 여자야. 어떻게 해야 그들이 널 따라올까? 부드럽게? 아님 거칠게 다뤄야할까?
지휘할 땐 폭군이 되어야해. 민주주의론 안돼."
'돈 많은 미망인이 남자를 찾습니다'.
당황한 그녀에게 카알 무크가 하는 말.
"그 다음은 네 차례야. 준비됐니?"
"세계 최초의 마에스트라가 등장한다." "더 컨덕터". 한 명의 여성이라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지휘자가 됐다면 그녀는 '더 컨덕터' 그 자체일 뿐이다. 재능있는 뮤지션으로서 당당하게 인정받은 그녀가 왜 '마에스트라'라는 호칭으로 또 다른 틀에 갇혀야 하나. 편견에 맞서기 위해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계속 의식하며 여성만의 연대를 꾸리는 것이라는 게 슬프다. 평등 기회를 보장하는 공론장이라면 그런 완장은 사라져야하는데. 대체 쓸데없는 편견을 가지고는 왜...여성이 여성연대로서 튀어야만 주목받는 사회가 만들어졌는지. 정당한 기회를 얻기 위한 몸부림을 왜 억압당해야 하는지.
모두 같은 '지휘자'로서의 대접을 받아야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해석하는 음악은 모두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남성 앞에 선 여성, 첫째가 아닌 환경에서 자라온 남성, 계급이 낮은 집안, 유색인종, 조국을 잃은 실향민, 또는 그런 환경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경험을 쌓아온 모든 사람들... 안토니아는 때로는 비이성적인 상황에 분노했지만, 대체로 그녀가 보여준 태도는 냉정함, 완고함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껏 쌓아올린 음악에 대한 열정, 세상에 맞서 승리한 당당함을 음악에 담아낸다. 그러면서도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부드럽게 포용한다. 그녀가 건네는 영화 속 마지막 연주, 엘가의 '사랑의 인사' 처럼.
신이 내는 목소리는 남성, 여성이 아니라 포르테, 피아노. 또는 느리거나 빠르게 음악적으로나타날 뿐이다. 음악의 영역에서 음악가들이 할 일은 서로의 파트를 존중하고, 조화롭게 소통하는 것 뿐이다.
여성 남성으로 가려진 음악가의 생애를 통해서 사람은 누군가에 의해서 또는 사회시스템에 의해서 편견과 차별 속에서 살아야 할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 눈뜨게 되는 영화, 더 컨덕터, 용기있고 신념어린 안토니아 브리코의 자전적 영화를 통해 하루를 강건하게 출발하는 동기가 된다.
① 연습을 하루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동료가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알아
② 하늘의 별을 동경해요? 전 제 주변의 꽃이 좋아요
③ 침묵도 거짓말이야
④“선생님이 도와주시든 안 도와주시든 전 지휘자가 될 거예요”
⑤“우리가 추구할 건 음악이지 낡은 관습이 아닙니다”
⑥ 이해를 못 하시나 본데 전 포기를 못해요. 그냥 포기하느니 죽도록 한번 해 볼래요.
⑦ 슈바이쳐는 음악을 다음 생으로 미룰 만큼 미쳤지만 전 음악을 위해 이번 생을 바칠 만큼 미쳤어요.
⑧ 나는 여성 지휘자가 아니다. 어쩌다 여성인 지휘자일 뿐이다.
⑨ 연습을 하루 안하면 내가 알고 이틀 안하면 동료가 사흘 안하면 관객이 안다.
⑩ 수년전 이분에게 개인지도를 받았어요. 그때도 여성의 위치에 대한 특이한 시선을 갖고 계셨어요.
여자는 밑으로 가야한다. 그 덕분에 저는 위로 가는 법을 배웠죠.
< 더 컨덕터>는 클래식 음악사 최초로 뉴욕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지휘한 여성 지휘자인 실존 인물 안토니아 브리코의 감동적인 스토리.
안토니아 브리코를 이를 때 사용되는 호칭인 ‘마에스트라’라는 용어는 ‘거장’이라는 뜻으로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작곡가에 대한 경칭으로 많이 쓰이는 용어다. 대중들에게는 ‘마에스트로’라는 표현이 익숙하지만 이는 남성형 단어이며 여성에게는 ‘마에스트라’라는 경칭이 쓰인다.
안토니아 브리코는 1920년대에서 1930년대에 뜨거운 열정과 아름다운 음악을 겸비한 지휘자로 두각을 드러내며 활약했으며 클래식 음악사에 ‘최초’라는 발자취를 남길 만큼 출중한 실력을 지니기도 했다. 실제로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 지휘 마스터 클래스를 미국인 최초로 졸업하기도 했으며 당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인 멩겔베르크를 통해 지휘를 사사했다.
그러나 안토니아 브리코의 감동적인 삶과 뜨거운 열정은 국내에서 이상하리만치 조명받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더 컨덕터>를 통해 국내 관객들도 안토니아 브리코의 진가를 만나볼 수 있다. <더 컨덕터>는 안토니아 브리코가 당대의 편견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인 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그로 빚어낸 유려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뉴욕 필하모닉 창단 96년만의 첫 마에스트라가 되기까지 안토니아 브리코의 열정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지휘자로 활약하는 화려한 순간 뿐 아니라 안토니아 브리코가 이겨내야만 했던 괴로운 시간과 모습까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Antonia Brico
(1902.06.26 ~1989.08.03)
캘리포니아 버클리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한 최초의 여성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 지휘 마스터 클래스 미국인 최초로 졸업
1930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지휘 데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함부르크 필하모닉, 헬싱키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
1938년, 창립 96년만에 뉴욕 필하모닉을 지휘한 최초의 여성 지휘자
1939년, 안토니아 브리코의 이름을 딴 브리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창단
클래식 음악사 최초로 뉴욕필, 베를린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지휘한 첫 여성 지휘자
1938년, 창립 96년만에 뉴욕 필하모닉을 지휘한 최초의 여성 지휘자
1939년, 안토니아 브리코의 이름을 딴 브리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창단
클래식 음악사 최초로 뉴욕필, 베를린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지휘한 첫 여성 지휘자
[ ABOUT MUSIC ]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정은주 감수
<심포니 4번> - 말러
작곡가 말러가 ‘천상의 삶’을 닮았다고 표현한 곡. 남자 화장실에서 젓가락 한 짝으로 하는 지휘임에도 큰 행복을 느끼는 안토니아 브리코의 모습과 함께 흘러나온다. ‘천상의 삶’을 닮은 이 곡은 지휘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꿈을 키워 나가는 행복한 순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리버티 벨스> - 존 필립 수자
미 해군 군악대의 존 필립 수자가 작곡한 곡. 군악대 특유의 씩씩하고 흥겨운 연주가 특징이다. 영화 속에서는 안토니아 브리코가 지휘자로 한 걸음 다가가는 장면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안토니아 브리코의 상황을 씩씩한 분위기로 표현해냈다.
<사랑의 예수님 저희 여기 있나이다, 작품번호 731> - 바흐
바흐 특유의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잘 드러나 있는 곡. 골드 스미스 앞에서 안토니아 브리코가 처음으로 연주하는 곡이면서 영화 속에서 바흐 해석의 대가 알베르트 슈바이처가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곡. 음악과 슈바이처를 대하는 안토니아 브리코의 경건하고 진지한 마음가짐이 묻어 나온다.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 – 비제
정열적이지만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랑을 다룬 오페라 <카르멘>의 한 곡. 영화 속에서는 프랭크 톰슨과 안토니아 브리코의 첫 만남에서 흘러나온다. 애써 떨쳐내려 하지만 자꾸만 마주치는 눈빛과 이 음악의 조화는 마치 이 둘의 앞으로의 관계를 암시하는 듯하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로망스> - 드보르작
프랭크 톰슨과 안토니아 브리코의 관계를 짐작하게 만드는 또 다른 선곡. 두 눈을 마주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두 사람의 상황에 애틋한 분위기를 더한다. 사랑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구슬픈 감정을 들게 하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이다.
<불새> - 스트라빈스키
오케스트라를 위해 쓰여진 작품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안토니아 브리코가 고독하게 오직 피아노로만 연주한다. 한 순간의 불꽃같이 사라지는 아쉬움과 강렬함을 잘 나타내고 있어 안토니아 브리코가 출생의 비밀을 마주했을 때의 불같은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랩소디 인 블루> - 거쉰
경쾌하고 밝은 느낌의 곡으로, 안토니아 브리코가 활약한 1920년대에서 1930년대 미국에서 실제로 유행했다. 유쾌한 분위기와 통통 튀는 리듬은 듣는 사람의 기분까지 재미있게 만들어주면서 진정으로 음악을 통해 기쁨을 얻는 안토니아 브리코의 마음을 재치있게 표현한다.
<죽음의 무도> - 생상
선명한 색채가 아닌 무채색 같은 오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 모습을 확 드러내진 않지만 계속해서 듣게 되는 곡이다. 모두가 비웃었지만 꿈을 향해 달려온 안토니아 브리코가 자신의 꿈을 이뤄줄지 모르는 유일한 사람인 지휘자 멩겔베르크를 기다릴 때 흘러나온다. 갈 바를 알지 못하는 안토니아 브리코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미완성 교향곡 8번> - 슈베르트
안토니아 브리코가 모두의 편견을 이겨내고 베를린에서 최초의 여성으로 지휘 공부를 하는 장면을 부각시키는 곡. 지휘자는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 위에 군림해야 한다는 매서운 가르침을 앞에 두고 울려 퍼진다. 비장하면서 굉장히 세련된 슈베르트의 선율이 오케스트라 단원을 강하게 이끄는 안토니아 브리코의 모습을 조명한다.
<고잉 홈> - 드보르작
지휘자의 길을 그만두고 결혼해달라는 프랭크 톰슨을 마주한 안토니아 브리코의 애절한 마음을 대변하는 곡. 음악만큼 아름다운 사랑 앞에 갈등을 겪는 심정을 드러낸다. 그러나 훌륭한 성악가였지만 결혼 후에 노래하지 않는 지휘자 멩겔베르크의 아내를 언급하며 마침내 결심을 굳히는 안토니아 브리코의 모습 또한 담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 - 드보르작
안토니아 브리코가 베를린에서 화려한 데뷔를 알리며 베를린 필하모닉과 연주한 작품이다. 실제 안토니아 브리코가 해당 무대에서 연주한 곡이며, 경쾌한 주제를 이끄는 현파트가 안토니아 브리코의 밝은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듯하다.
<사랑의 인사> - 엘가
뉴욕여성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안토니아 브리코와 객석에 앉아 있는 프랭크 톰슨을 조명하며 흘러나오는 음악. 이 곡의 피아노 앞에서 만났던 운명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처럼 실제 피아노 앞에서 만난 프랭크 톰슨에 대한 마음을 곡으로 표현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