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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단식
빅터 악셀센 vs. 모모타 켄토 0-2
우승 : 모모타 켄토
일본 배드민턴계에 경사가 났습니다.
솔직히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 배드민턴을 주목했던 것은 복식이었는데 슈퍼시리즈 파이널에서 남녀단식을 모두 휩쓸다니..
이런 경사가 더 있을까요? 그것도 남녀 모두 슈퍼시리즈 파이널에서 일본이 우승한 것은 처음이고 동반 우승 역시 당연히 최초입니다. 굉장히 부럽네요. 일본.
사실 저는 오늘 경기에서 빅터 악셀센이 힘을 전혀 못쓸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져서 허무하고요.
모모타의 우승은 사실 운도 많이 따랐었죠. 모모타 선수가 악셀센한테 스시 정식이라도 대접해야 할 것 같네요.
왜냐하면 모모타의 우승은 모모타 선수가 잘 해서이기도 하지만 악셀센 선수가 4강에서 첸롱을 2-0으로 꺾어준 공이 더 크다고 봅니다. 어마무시한 첸롱이 악셀센한테 질 줄이야.. 모모타 선수를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재미있는건 모모타 선수가 슈퍼시리즈 우승이 이번 시즌 2번, 그리고 오늘 슈퍼시리즈 파이널 우승을 기록하게 되었는데 이 3경기에서 모두 첸롱이 결승 이전에 탈락했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확실한 2인자의 외침 같기도 하네요.
결승전을 보니 조별리그에서의 경기력과 결승에서의 경기력이 아쉬운 선수들이 2명이네요. 빅터 악셀센과 고성현-김하나ㅠㅠ
여자 단식
오쿠하라 vs. 왕이한 2-0
우승 : 오쿠하라 노조미
우와.. 정말 오쿠하라 선수 대단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왕이한을 이길거라고는 봤지만 2-0으로 이길 줄은 몰랐네요;;
1게임에서는 크게 앞서고 있다가 결국 왕이한 선수가 20-20까지 만들었는데 기어코 듀스에서 집중력을 보여주며 승리! 막판에 운도 따랐고요.
2게임이 더 극적이었던게 줄곧 밀리고 있다가 3게임으로 가나 싶었는데 결국 동점을 만들고 엄청난 막판 스퍼트로 2게임마저 이김으로써 일본 여단에서 최초로 슈퍼시리즈 파이널 우승자가 나왔습니다ㅠㅠ 이상하게 중국이 우승할 땐 안 그랬는데 일본에서 우승자가 나오니까 부럽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네요. 남녀 동반 우승이라니.. 그리고 우승한 선수들의 나이를 보더라도 모모타 94년생, 오쿠하라 95년생으로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하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쯤 되면 정말 다른 나라에서도 이 선수를 꼼꼼하게 분석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중국에서요.
중국은 여단 최강국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예전 같지 않은 리쉐루이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듯한 왕이한, 그리고 좀 더 빨리 내려오고 있는 듯이 보이는 왕스시앤까지.. 유선 같은 선수도 있긴 하지만 이 선수도 90년생이라 이번 올림픽에 어떤 선수를 내보낼지도 관심사고, 올림픽이 끝나면 아주 어린 선수들로 리빌딩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 여단이 또 하나 무서운건 비록 이번 대회에서는 오쿠하라만 나왔지만 야마구치도 있고 다카하시 사야카를 필두로 여러 명의 단식 유망주가 포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여러 명 있으면 자체적으로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두터운 선수층이 결국 기량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도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데 힘써야 할 것 같아요.
남자 복식
아산-세티아완 vs. 차이비아오-홍웨이 2-1
우승 : 모하매드 아산-헨드라 세티아완
남복 우승은 예상대로 아-세조가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초반 흐름이 조금 의외였는데 1게임은 압도적으로 차이-홍이 이겼고 2게임부터 정신차린(?) 아-세조의 공격으로 2, 3게임을 모두 따내면서 우승을 했네요.
아-세조는 볼수록 참 신기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조별리그에서 이-유조한테 질 때만 해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건가 했는데 제가 보기엔 이건 체력 비축이었던 것 같고(원래 두 팀이 붙으면 3게임까지 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푸하이펑-장난 조를 이기는데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엔-하조는 쉽게 이기니까 최소 조 2위를 하려면 이-유한테는 지더라도 푸-장은 꼭 이겨야 하니까요. 푸-장이 아-세조의 천적이기도 하니 더욱 선택과 집중을 했던 것으로 보이고요.
4강에 올라와서는 뭐.. 아끼고 뭐하고 할게 없으니 본인들의 역량을 최대로 보여주며 이-유조에게 승리. 결승에서 역시 차이-홍에게 1게임이 안되는 것 같으니 2게임에 집중해서 2, 3게임을 내리 따내면서 승리. 볼수록 이 선수들은 정말 능수능란한 것 같아요.
비록 세계랭킹은 이-유조가 1위이지만 '선택과 집중'을 너무나 철저하게 잘 하는 선수들이라 더욱 무서운 것 같아요.
차이-홍 입장에서는 좀 아쉬울만한게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준우승이네요. 거의 모든 분들께서 동의하실 것 같은데 차이비아오-홍웨이, 엔도-하야카와, 김사랑-김기정 조는 느낌이 상당히 비슷합니다. 분명 우승 후보입니다. 하지만 2%가 부족해서 우승 문턱에서 자주 미끄러지는 선수들인 것 같아요. 최근에 우승을 한 조도 있긴 하지만 아산-세티아완이나 이용대-유연성, 또한 푸하이펑-장난 조랑 비교하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고요. 이 선수들은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해야만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여자 복식
루오잉-루오유 vs. 페데르센-리터율 기권 (1-1 14-4로 루오 자매가 앞선 상황에서 기권)
기권 사유 : 페데르센 선수가 아침부터 복통과 구토에 시달렸다고 하네요. (인 라인님 제보)
우승 : 루오잉-루오유
루오 자매가 페데르센-리터율을 상대로 기권 승을 거두었습니다.
어쨌든 루오 자매는 비록 기권 승이긴 하나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대회가 되었을거라고 봅니다.
중국에서 여복조를 여러 조합으로 시험하긴 했으나 조합이 바뀌지 않은 팀은 루오 자매와 티엔칭-자오윤레이가 유일한데 두 선수가 자매라서 팀웍에 문제가 생길 일은 거의 없어보이니까 중국 입장에서는 기량만 좀 더 끌어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슈퍼시리즈 파이널 여복 우승은 지난해에 이어 중국이 가져갔네요. 제가 보기엔 오늘 경기도 중요했지만 4강에서 마츠토모-다카하시한테 승리를 거둔게 가장 결정적인 승리였던 것 같아요.
혼합 복식
고성현-김하나 vs. 애드콕 부부 0-2 패
우승 : 크리스 애드콕-가브리엘 애드콕
준우승 : 고성현-김하나
참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결승 대진표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상대 전적도 3승으로 앞서 있었고 이번 대회 고-김조의 컨디션도 정말 좋아서 애드콕 부부한테 쉽게 질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결승에 올라간 팀이 고성현-김하나 조였기 때문에 두 선수가 긴장을 좀 많이 하지 않았나 싶고요. 경기를 보면서 좀 답답했던 부분은 분명 우리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인 것 같은데 항상 선취점을 애드콕 부부가 따고 우리가 쫓아가는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그 선취점을 내준 것이 애드콕 부부가 잘 해서 내줬다기 보다는 우리의 자체 실수로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내줬다는 점에서 사실 오늘 경기가 조금 힘들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는데 슬픈 예감이 틀리지가 않았네요ㅠㅠ
그리고 애드콕 부부 중 부인이죠. 가브리엘 애드콕 선수가 고성현 선수에 대해 100% 파악하고 경기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필살기가 통하지 않으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도 보였던 것 같아요. 변칙 서비스에 완벽 적응, 고성현 선수에게 스매시를 당하지 않도록 최대한 볼을 멀리 보내고 김하나 선수가 공격을 하도록 유도하는.. 그런 다음에 크리스 애드콕 선수의 스매시로 끝내기 점수가 많았던 것 같아요. 가브리엘 애드콕 선수가 기량이 엄청 많이 늘었다고 느꼈어요. 크리스 애드콕의 스매시도 잘 꽂혔고요.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고-김조의 이번 대회에서의 활약은 눈부셨습니다.
어찌보면 조별리그에서 고-김조는 죽음의 조에 속해 있었죠. 닐센-페데르센, 조단-수산토, 리우쳉-바오이신까지 어느 하나 쉬운 조가 없었던 상황에서 3승을 거두었다는 사실은 분명 대단합니다. 하지만 아쉽긴 아쉽네요ㅠ 애드콕 부부보다 더 센 상대를 이겼기 때문에 더 그렇네요ㅠㅠ 하지만 준우승도 값집니다. 축하합니다 고-김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