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지게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키 157cm의 작은 체구에 59세의 나이로 80kg 이상의 짐을 지게에 지고 설악산 흔들바위 근처까지 올라간다.
16살 때부터 지게를 지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43년째 하는 일이다. 요즘 무거운 짐은 헬리콥터로 산 정상까지 옮길 수 있지만 수 십 년 전에는 모두 다리품을 팔아야 했을 텐데. 젊을 때는 120kg까지 짐을 지고 냉장고도 지고 올라갔단다.
자기 몸무게 이상의 짐을 등에 지고 산을 오르는 것을 어떻게 요령만으로 설명할 수 있으랴. 본인 스스로도 자신은 마치 지게를 지고 살도록 몸이 만들어졌나 보다고 말하지만 설악산은 맨 몸으로도 올라가기 힘든데 저토록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가는 것을 보니 분명히 요령 그 이상의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은 짐을 내려주고 받는 돈은 2만원부터 6만원까지 다양하다. 지게꾼은 받은 돈을 손에 쥐고 부지런히 내려와 마트에 들러서 쌀과 라면을 샀다. 5만8천원을 지불했다. 집에 쌀이 떨어져서 양식을 사나 싶었는데 8년 전부터 독거노인에게 쌀과 라면을 전하고 있단다. 그것을 보는 순간 '저사람 바보 아냐?' 하는데 독거노인의 손을 잡고 오래 사시라며 친자식도 할 수 없는 스킨십을 한다.
그의 진심이 따뜻하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독거노인 뿐 아니라 동네 경로당 어른들을 모시고 여행도 시켜드린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저 사람은 바보가 아니라 이 시대 의인 같았다. 소돔과 고모라 성에서 의인 10명을 찾지 못했고. 예루살렘성에 한명의 의인이 없어 망했는데 바로 그 의인이 여기 있구나 싶었다.
할머니 집을 나온 지게꾼은 자기 집으로 갔다. 아내는 정신지체 장애인이다. 그렇다면 아내가 결혼 후에 무슨 장애를 입었나 싶었는데 그것이 아니라 결혼 전부터 장애인이었다. 아는 사람이 소개해 주었는데 지게꾼은 그 여자가 장애를 입고 있어서 자기의 도움이 있어야겠다 싶어 아내로 맞이한 것이란다.
가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사랑해서 결혼을 하는 지순한 로맨스를 보긴 했지만 지게꾼의 아내를 향한 사랑은 식을 줄 모르는 사랑이다. 무거운 짐을 지게에 지고 산을 오르는 그 우직함이 만들어가는 지칠 줄 모르는 사랑이다. 불편한 아내의 몸을 보듬고 아내의 손을 쓰담는 지게꾼의 얼굴은 마치 천사를 보는 것 같았다.
다음날 지게꾼은 아들을 보러 간다. 아들도 정신지체장애인이다. 아들이 어려서 장애를 앓고 있을 때 온전한 부모의 손길을 주지 못해 장애인시설에 맡기고 가끔 아들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 얼굴과 판박이다. 말끔하고 순진하게 생긴 아들을 안고 불쌍히 여기는 아비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오래전 아들을 시설에 맡기고 나올 때 미안해서 아들에게 과자를 사다 주었는데 다른 친구들도 너무 좋아해서 그때부터 나눔의 기쁨을 알았단다. 지게꾼은 앞으로 6년 정도 더 지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게 일을 하고 돈을 벌면 이웃을 위해 쓰겠다고 한다. 자기에게 있는 것을 다 나누고 죽고 싶단다.
지게꾼이 40년 넘게 무거운 지게를 지고 설악산을 오르내리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주변에 자기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지게를 지는 일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을 오르는 그 힘은 바로 사랑이었다. 자기 몸집보다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몇 시간을 오르는 그 힘은 바로 요령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지게꾼의 삶에서 예수님의 모습을 본다. 예수님이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른 것은 오직 사랑이었다. 살을 찢기고 피를 쏟기까지 다 내어주신 그 십자가 사랑이 오늘 내 안에 뜨겁게 느껴진다. 지게꾼의 사랑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