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작 연극 '엄마를 부탁해'의 母女 정혜선·서이숙
"눈물 아껴야 관객이 울어…
요즘 엄마 연극 쏟아지지만 '희생'보다 '행복' 그린 작품 통속적이지 않아 좋아요"
'모녀'(母女)는 빙판길을 엉겨 붙다시피 인터뷰 장소로 걸어왔다. 지난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신경숙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무대로 옮기는 연극 《엄마를 부탁해》(연출 고석만)의 배우 정혜선(68)과 서이숙(42)이다.
17년 만의 연극 출연이라는 정혜선은 "신인 같은 심정이라서 '정혜선을 부탁해'가 될 판"이라며 웃었다. 큰딸 역을 맡는 서이숙이 "뵙기 전엔 좀 무서웠는데 겪어보니 권위 의식이 없으시다"라고 하자, 정혜선은 "우리는 남이 아니야. 패밀리(가족)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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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엄마를 부탁해》의‘모녀’정혜선(왼쪽)과 서이숙. 두 배우는“소설을 읽지 않아도 공감할 만한 연극”이라며“우리는 눈물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문장으로 열리는 이 소설은 100만부가 넘게 팔리며 우리 사회에 '엄마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엄마는 너무 가까이 있어 잊어버리기 쉬운 존재"라고 신경숙은 말했다. 연극은 원작을 13장면으로 압축한다. 출연 제의를 받기 전에 소설을 읽었다는 두 배우의 감상은 이랬다.
"엄마 생각도 하고 내 생각도 했어요. (실종된 사람이) 엄마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잖아요."(정혜선)
"소설을 읽으니 아이처럼 굴고 싶어졌어요. 엄마한테 새삼 아양을 떨려고 했는데 잘 안 돼 내가 싫어졌어요."(서이숙)
▲정혜선="엄마라면 보통 '희생'을 떠올리는데 이 작품에는 도회지에서나 있을 법한 '엄마의 남자'가 나와서 충격을 받았어요. 동시에 엄마가 행복해 보였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오마, 나보다 낫네!'"
▲서이숙="저는 박소녀(엄마)의 말 중에 '엄마도 알고 있었어요? 나도 엄마가 늘 옆에 있었으믄 했어요'가 좋았어요."
▲정="중요한 건 잃어버린 다음에야 아는 게 인간이야. 잃고 나서 후회하고 새로 마음먹고."
▲서="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요. 저도 세상에 엄마뿐인데, 우리 엄마는 '나쁜 엄마'예요. 그렇게 병원을 안 가셔요. 남에게 폐 안 끼치려고."
▲정="나도 그런 엄마 모시고 살았어. 1980년부터 엄마 병시중을 10년 했는데 혼자 감당하기 힘들고 나중엔 원망스럽더라고. 형제라도 주실 것이지. 임종 때는 지구 한 귀퉁이가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어."
▲서="이 작품 속 엄마의 사랑은 참 넓어요. 짐승들까지 사랑하잖아요. 그런데 나랑 엄마는 왜 그렇게 싸우는지…."
▲정="시부모한테는 안 그런데 낳아주신 부모하고는 그래. 난 이 연극 하면서 서이숙에게 마음으로 기대고 있어."(웃음)
▲서="배우 생활하면서 '문장마다 호흡을 바꾸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선생님은 변화가 칼 같으세요."
▲정="변화가 없으면 관객들이 1시간50분 동안 그걸 어떻게 봐. 연극은 음악과 같애. 음정이 똑같은 노래는 얼마나 재미없냐. 무대에서 우리는 절대로 울지 말자. 우리가 눈물을 애끼면 관객이 운다."
▲서="네. 요즘 '엄마 연극'이 많은데 《엄마를 부탁해》는 통속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정="출연 제안을 받고 바로 'OK' 하면서 '나한테 용기가 있구나' 싶었는데 이젠 고민되네. 이보다 큰 배역은 내게 없을 것 같아.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하면서도 '정혜선 너,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최면을 걸고 있어."
▶두 배우 외에 길용우·심양홍·백성희·박웅 등이 출연한다. 29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