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에 드라마 몇편을 밤낮으로 연속해서 보고나니 눈이 다 아펐습니다. <더 글로리>, <작은 아씨들>,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을 계속해서 봤는데 가장 재미있고 감동있게 본 것은 <빨강머리 앤>이었습니다. <더 글로리>나 <작은 아씨들>은 재미있는 작품들이지만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도 나고 기가막힌 반전이 계속해서 일어나는데 조금 지치게 합니다. 뒤통수를 치는 장면이 반복해 나오니 오히려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 줄거리를 만든다면 나도 이 정도 줄거리는 쓸 수 있겠는걸.'하고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든 드라마든 왜 이미 사용한 제목을 쓰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이번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소설 <작은 아씨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작품인데 왜 제목을 그렇게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한국어 자막으로 된 것을 주로 봤고 더빙된 것은 요즘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TV에서 볼 때는 더빙되어 방송되어서 그게 더 익숙합니다. <형사 콜롬보>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었는데, 최응찬 성우의 목소리가 콜롬보에 딱 맞는 목소리 같아서 영어로 나오는 콜롬보는 재미없었습니다. 이번에 본 <빨강머리 앤>은 한국말로 더빙한 작품인데, 예전에 본 것도 한국어 더빙작품이라 이것이 익숙합니다. 앤이나 마릴라 아줌마, 매튜아저씨의 목소리를 일본어로 들으면 낯설고 어색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왓차에서 본 <빨강머리 앤>은 예전에 다 본 것이고 50화나 되는 장편이지만 여전히 밝고 즐겁고 재미있었고 자극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었지만 정말 빠져들어 봤습니다. 우리 귀에 익숙한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하는 주제가는 아마 KBS 2TV 에서 방영할 때 새로 작사 작곡한 곡인 모양입니다. 이번에 본 <빨강머리 앤>의 주제가는 '보이니'라는 일본 원곡을 번역해서 부른 곡입니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명랑한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이 늘씬하고 주근깨도 없어지고 당당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로 변화하는데 어색하지 않습니다. 성격도 진중해지고 배려심 많고 아주 분별있는 앤을 보면서 흐뭇해집니다. 예전에도 매튜아저씨가 죽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렀었는데, 오늘 또 눈물을 줄줄 흘렀습니다. 50화를 다 보고나니 어쩐지 마음이 조금은 더 착해진 것 같고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보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