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사람 키우는 CEO
"매장이 8개라면 부자인 줄 오해하시더라고요. 히즈빈스를 설립하면서 직원 월급을 아래부터 채워주자는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6개월 넘게 대표 월급을 받지 못한 때도 있었죠. 바리스타 선생님들이 최우선 순위입니다."
히즈빈스는 채용 때마다 경쟁률이 5대1을 훌쩍 넘는다. 또 고용 기회를 기다리는 다른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수익은 모두 매장을 늘리는 데 재투자 한다. '경영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다.
중앙 정부 지원금은 받지 않는다.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면 인건비·임차료 등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법인 형태를 바꿀 생각은 없다. "지원금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지속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대신 커피 원두·빵·쿠키를 만드는 공장을 설립해 마진을 줄이고, 시청·학교 등으로부터 일정 기간 공간을 지원받았다. 임대료를 줄여 재정 자립도를 높인 것이다.
현재 히즈빈스 중앙아트홀점과 동빛나루점은 포항시청의 지원으로 운영 중이다. 기업의 장애인 의무 고용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정신장애인의 고용을 확대하는 방법도 활용하고 있다.
상시 5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직원의 2.5%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때는 부담금을 내야 한다. 지난해 기업들이 낸 장애인 고용 부담금은 3261억원에 달한다.
임 대표는 이런 제도를 거꾸로 이용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기업이나 기관 구내에 히즈빈스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이다. 관리는 히즈빈스가 하지만 실제 고용주는 기업, 기관이다.
예를 들어 직원 수가 1000명에 달하는 세명기독병원은 히즈빈스를 유치해 장애인을 고용했다. 임 대표는 히즈빈스 세명기독병원점을 관리 운영하는 대가로 매출액의 5%를 받는다.
세명기독병원은 이미지 개선뿐만 아니라 부담금을 약 2억원 줄였다. 지난해 8월엔 부천 예손병원 1층에 첫 경기지역점을 냈다. 부천 시청, 병원, 사회복지기관 등을 누비며 7개월간 다각적 지지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국을 넘어 전세계로…한국 대표 정신장애인 자립 모델로 우뚝
이제 히즈빈스는 세계 정신장애인 재활 모델로 부상중이다. 지난해 11월, 45개국 정신보건 전문가들이 서울에 모인 ‘제 12회 세계정신사회재활협회 세계학술대회’에서 히즈빈스는 한국의 대표 정신장애인 자립 모델 사례로 소개됐다.
이날 히즈빈스 5년 차 바리스타 최인모(가명·52)씨는 직접 무대에 올라 히즈빈스의 사례를 발표했다. 정신분열증으로 한 때 수없이 자살 시도를 했던 최씨는 히즈빈스를 만나기 전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커피를 배우면서 자연스레 쌓은 영어 실력도 유감없이 뽐냈다. 임 대표는 “직접 영어 대본을 쓰고, 본사 직원에게 영어 발음 녹음을 부탁하더니 한 달 내내 밤낮없이 연습하더라”면서 “히즈빈스의 주인공은 정신장애인들임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실제 대회가 끝난 직후 홍콩대 정신보건학 교수는 바로 KTX를 타고 히즈빈스를 직접 보기 위해 포항을 찾았을 정도로 전 세계 정신재활 전문가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히즈빈스는 오는 4월 안양샘병원에 서울, 경기 지역 2호점을 개업할 예정이다. 안팎에선 기대가 크다. 지난해 8월 오픈한 부천 예손병원점이 6개월만에 월 매출 1400만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히즈빈스 이야기가 입소문이 나면서 장애인 의무고용률 달성을 고민하던 곳들이 먼저 연락을 준다”며 "현재 수도권 대학, 병원, 증권사가 매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