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부터는 보충수업이 시작되는 관계로 승주랑 승현이와 보낼 수 있는 실제 방학은 이번 주가 유일했습니다. 2일은 방학 첫날이었지만, 근무조여서 출근했고, 저녁에는 화가인 제자 규돈이가 서산에 화실을 꾸미고 작업한다고 초대하였기에 방문했습니다. 들어온 시간은 저녁 8시가 조금 넘어섰고, 그 때부터 짐을 챙기는 일이 분주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첫날, 대중교통을 이용해 김포공항까지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늦게까지 제주도 갈 기분에 들떠 잠을 자지 않던 아이들이 늦잠에 빠져서 일어나지 않았기에 아빠와 엄마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힘겹게 옷을 입히고, 카카오 택시를 이용해 가까스로 김포공항 행 버스(8시 40분 서산 출발)를 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참 자다가 급하게 내린 곳은 국제선 청사였습니다. 공항에 대해 좀 더 공부했더라면,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것도 알았겠지만, 당황해서인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기에 30분 정도를 기다리고 헤매다가 공항셔틀을 이용해서 국내선 청사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나항공(13시 25분)에 몸을 싣고 제주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렌트카 대여소에서 처음 운전해보는 차종인 K5를 받아 서귀포로 이동했습니다. 겨울인지라 눈을 걱정했지만,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516도로를 이용해 성판악 휴게소를 지날 수 있었습니다. 성판악을 지날 때 지난 해 9월 아이들과 함께 수학여행으로 한라산 등산을 시작했던 출발지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서귀포에서는 곧장 제주 올레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수학여행 일정 중 이중섭 거리를 통해 잠시 들렀을 때,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기에 첫 코스로 골랐습니다. 돼지꼬치, 마농치킨, 문어빵, 고로케도 사먹고, 승주 승현이에게는 천혜향 생과일주스를 사주었습니다. 방송으로 유명세를 탄 시장이어서 그런지 평일임에도 사람과 먹거리도 많고 활기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첫날 숙소는 근처의 벨류호텔로 승주 승현이의 로망 욕조가 있는 방을 선택했고 아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신났습니다.


둘째 날, 호텔식 조식을 먹고 안덕 로컬푸드 매장에 갔습니다. 잘 말린 귤칩을 사고, 여러 가지 간식거리와 신선한 과일을 샀습니다. 그리고 인근에 위치한 세계자동차 박물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전시되어있었지만, 승주 승현이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승현이는 혼자 전시장을 뛰어다니기에 아주 신났습니다. 전시장 끝에 자동차 교육 체험장이 있었는데,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고, 약 40분 정도 줄을 섰다가 승현이는 아빠랑, 승주는 엄마랑 두 대에 둘씩 나눠 타고 교통안전 교육을 했습니다. 실내에 있다가 밖으로 나갔을 때, 바람이 많고, 체감온도가 뚝 떨어졌지만, 아이들은 신났습니다. 약 8분 정도 건물 한 바퀴를 도는 코스로 구불구불 코스를 잘 만들어 놓았고, 철길, 요철 등 교통 시설물들을 설치해 놓았으며, 중간 중간에 풀어 놓은 토끼들이 있어서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빨간불과 파란불이 번갈아 켜지면서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교통안전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교육체험 기회를 잘 마련해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통체험이 끝나고, 내려오는 길에 사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무료로 나눠주는 당근 스틱을 받아서 사슴에게 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점심 무렵 작년에 들렀던 사계짬뽕이 생각나서 모슬포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날은 주방장님 사정으로 가게를 닫은 날이어서 허탕을 치고 말았습니다. 인근에 있던 김치찌개 집에서 점심을 먹고, 애월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렀다가 아꼽다 놀이 팬션에 4시쯤 들어갔습니다. 팬션에 장난감들이 많았기에 승주 승현이는 기분이 더 들떴습니다. 승주엄마가 하루 정도는 이런 팬션에서도 자봐야 한다고 추천한 곳이었습니다. 아침에 보니 뒷마당너머로 넓게 펼쳐져 있는 양배추 밭이 이국적이고 인상적이었습니다. 1월임에도 작업하지 않는 양배추가 줄을 맞춰 서있는 제주의 아침이 보는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셋째 날, 작년처럼 올해도 귤따기 체험을 갔습니다. 오늘도 올리못이란 귤농원을 찾아갔는데, 주인아저씨는 여전히 밭을 꾸미느라 포크레인 작업 중이셨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우리를 반겨주시고, 하우스에 있는 귤나무로 안내해주셨습니다. 승현이는 조금 하더니, 손이 시러운지 차에서 내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농자재 마트에 들러 포장용 박스 5개를 구입했는데, 농자재 마트 직원과 다른 손님의 이야기를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제주 사투리의 진면목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수확한 귤은 포장해서 택배를 이용해 집으로 보내고, 여행 중 먹을 귤을 차에 실었습니다. 오후에는 제주시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함덕해수욕장에 있는 문어아저씨라는 짬뽕집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지만, 승주의 문어가 싫다는 강한 자기표현으로 피자를 먹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피자집으로 알고 들어간 집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칼국수 집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실망한 승주가 약 5분간 시무룩하게 심통을 부리는 바람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곧 등장한 만두와 칼국수도 맛있게 먹어주었기에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김녕해수욕장을 지나 해변도로를 따라 월정리 해변에 이르렀습니다. 해변 카페거리를 한참 더 지나서 한적한 곳에 있는 ‘인카페’라는 곳에 들러서 커피 한잔을 하고, 아이들에게는 딸기스무디를 주문해주었습니다. 길가로 서있는 풍력 발전 시설이 눈에 띄는 여유로움을 안겨줍니다. 다시 제주시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삼양해변의 블랙센즈 호텔에 들어갔습니다.


넷째 날, 호텔 1층에서 간단하게 조식을 했습니다. 초등학생 농구부가 전지훈련을 왔는지 식당 한쪽 자리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모두 밝고 즐거워보였습니다. 승주 엄마가 ‘이훈씨다’라고 해서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는데, 뒤돌아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연예인 이훈씨였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아침을 먹었는데, 알아보질 못했습니다. 승주 엄마 왈 ‘서산을 벗어나면 연예인도 자주 만날 수 있네’ 지난 번 시청에서 봤던 장미여관 공연을 염두하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체크아웃을 하고 삼양해수욕장에 들렀습니다. 한 겨울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저 멀리 노를 젓는 사람도 있고, 혼자 사진 찍으러 나오신 낭만가도 있고, 무엇보다 검은 모래로 덮인 해변이 독특해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용두암에 들렀다가 차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공항에서 승주 엄마에게 생일 선물로 손목시계를 받았습니다. 갖고 싶었던 것이기에 처음에는 다소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곧 적응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0년 정도는 손목시계를 차지 않았으니, 조금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1시에 출발한 아시아나 비행기는 김포공항에 우리를 내려주었고, 이번에는 코스를 달리해서 강남터미널까지 지하철로 이동했습니다. 9호선 급행열차를 탔는데, 빨라서 좋은데, 사람이 무척 많이 탔습니다. 가방이 총 4개에다가 선물꾸러미까지 들었기에 힘이 들었지만, 힘겹게 버스터미널에 도착했고, 토요일이었기에 한 시간을 더 기다려서 5시 40분 버스를 타고 서산에 도착했습니다.

3박 4일간 이번 제주 여행의 포인트는 유명 관광지를 도는 것 보다는 힐링과 바다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번 여행도 지난번처럼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서 한껏 한가로운 여행이었으며, 드라이브하면서 봤던 해안도로의 경치와 각기 다른 바다풍경이 내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주로 들른 곳이 시장이나 하나로마트, 농촌이었기 때문에 사람 사는 냄새를 물씬 맡고 왔다는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날씨도 좋았고, 승주 승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더 행복했습니다. 제주 여행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