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험 평균 20년, 홍췐루를 비켜간 그들의 도전
8월 24일 한중수교 24주년을 맞는다. 20~30대 중국에 일찍 진출했던 교민들은 이곳에서 40~60대 중년을 맞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초기 척박했던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꿈을 키웠던 그들이다. 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꾸준히 중국시장을 도전하듯, 이들도 중국을 무대로 꿈을 펼치며 아름답게 나이 들어 가는 중이다. 홍췐루를 비켜간 그들, 글로벌 라이프를 누리며 꿈을 키우고 있는 ‘4060 꽃중년’의 조언에서 지금의 우리를 들여다 본다.
중국어공부 없이 비즈니스성과 어렵다
1984년 타이베이에서 상사 주재원으로 중국생활을 시작한 지성언(차이나탄 부대표. 61)씨. 얼마 전 30년 중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1세대 중국통’으로 불리는 그는 “타이베이 근무 시작과 동시에 중국어 어학코스를 밟았다. 당시 배웠던 중국어는 나를 희소가치가 있는 인재로 만들었다”라며 “자신의 중국 비즈니스 성과는 중국어가 큰 역할을 했다”고 조언한다. 중국어를 배우지 않고서는 한계가 분명하며, 교민사회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예순의 나이에 길거리 캐스팅으로 TV광고에 출연하고, 이탈리아 의류브랜드의 스트리트 패션모델로 활동했다. 현지인과의 원활한 소통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한국에서의 새로운 도전 역시 ‘중국어’를 기반으로 한다. 중국에서 종합상사 주재원과 패션업계 30년 현장경험과 실력을 ‘온라인 중국어’로 나눌 계획이다. 도전과 에너지가 있기에 ‘노년’이 아닌 ‘꽃중년’이라 불리는 그의 당찬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인터뷰 보기>
능력갖춘 엔지니어, 중국에 도전장
중국반도체 회사 엔지니어로 상하이에서 14년째 일하고 있는 장준호 씨(53). 한국 반도체회사에서 10여년을 근무하다 2002년 상하이 SMIC로 이직했다. IMF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시기, 당시 불투명한 미래를 중국에 걸어보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는 것.
“그 당시만 해도 중국의 반도체회사는 지명도가 없어 망설였다. 고민 끝에 인생의 또 다른 도전을 위해 과감히 이직을 결심했고,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일을 시작하면서 중국회사의 장점이 더욱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한참 일할 나이인 50대에도 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구조조정 대상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국은 개인의 능력이 회사가 요구하는 업무에 부합되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경력이 풍부한 능력있는 엔지니어가 나이 때문에 일할 수 없는 것은 회사나 개인 모두에게 손실”이라고 안타까워하며, 결국 자신의 중국행 도전은 선진국형 시스템이 정착된 중국회사의 장점을 누릴 수 있게 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한다. 중국 반도체업계 전망을 내다보며 그는 50대 이후에도 계속 중국 속에서 한국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60대의 재취업 가능한 글로벌 상하이
올해로 상하이 거주 20년째인 이규성 씨(62)는 작년부터 새로운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1997년 상하이 생활을 미국 회사에서 시작했고, 퇴직 후 이력서를 넣어 지난해 미국 여성의류 브랜드(Adrianna Papell) 총경리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그의 도전과 성과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국적 나이 제한 없는 경쟁 속에서 자신의 경력과 실력만으로 최종합격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기업은 이력서에 나이를 기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한국이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라며 “안면, 인연, 학연, 체면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외국회사의 장점”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꿈도 기회도 준비된 자의 몫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정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그에 필요한 준비(공부)를 해야 한다. 본인이 준비가 돼있지 않으면 기회가 오더라도 잡을 수가 없다”고 강조한다. 기회 역시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당당히 자신의 목표를 취하게 만드는 글로벌 도시 상하이, 꿈꾸는 꽃중년들은 홍췐루에 묻는다. ‘이 도시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본 적 있는가.'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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