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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호 칼럼: 국제적 연대의 납북자 송환운동
2006.02.22
21일 금강산에서 열린 제7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남측이 한국전쟁 중 북측에 억류된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의 생사와 주소확인을 요청했으나 북측은 국군포로나 납북자는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남측 언론에 보도됐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북한에 억류됐던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생명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와 그동안 북에서 겪은 생활을 증언하며 산 증인이 되고 있는데도 이들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으니 국제사회가 북한을 어떻게 볼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납북자들만해도 남한으로 탈출해 온 이재근, 진정팔, 고명섭, 김병도 씨 등 납북자 4명은 최근 “북한에 의해 강제로 납치돼 30년 동안 감금과, 폭행, 강제노역을 당했다”며 이로 인해 받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 배상을 북한에 요구하는 공동 고소장을 냈다. 이들 중 지난 1970년 4월 서해에서 어로작업을 하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됐다가 1988년 북한을 탈출해 나온 이재근씨는 북한에서의 삶은 “지옥 그 자체였다”며 납북자들은 지금도 고향에 돌아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재근씨 경우처럼 납북된 사람들은 약 4백50여명으로 남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남쪽의 납북자 가족들은 납북된 동진호 어로장 최종석씨의 딸 최우영씨처럼 대통령에게 직접 송환호소 서신을 보내기도 하고 남한의 많은 교회들에서 납북자 무사귀환을 위한 기도를 하고 있다. 또 남한 국회는 납북자 가독들에 대해 생활비 지원과 취업보호, 의료보장 등의 지원을 하도록 하는 납북자 가족지원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납북자가족협의회 등 납북자 가족들은 일본의 납북자가족 모임 등과의 송환 공동노력 등 국제적 협력도 하고 있다.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의 경우도 이미 조창호 소위 등 여러 명이 북한을 탈출해 나와 지난 반세기 이상 억류되어 주로 탄광 광산 등에서 강제노동을 해 온 국군포로들의 구체적 명단과 이들의 고달픈 삶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북한에서 결혼한 국군포로의 자녀로 북한을 탈출해 남한으로 온 최애순씨 등도 처형된 아버지와 국군포로들의 생활을 전했다.
지난해 10월 남한의 대한적십자사가 국회에 낸 자료에 의하면 북한 내 생존 국군포로는 546명으로 추정되며 한달에 2-3명의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이 북한을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남북한이 서로 포로들을 송환했으나 북한은 실종자를 포함해 모두 4만1천971명의 국군포로 중 8,726명만 남으로 송환하고 1만9천409명의 국군포로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억류했던 것으로 남한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국군포로 송환운동은 남한 내에서 가족들과 각 인권단체, 교회, 국회 등에서 벌이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서부에서도 재미한국교포들을 중심으로 북한 억류 국군포로송환위원회가 결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수십 년 간 억류하고 돌려보내지 않는 것은 분명 인권에 어긋나는 일이다. 유엔인권위원회와 국제인권단체인 국제 엠네스티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로 보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대회 중의 북한인권 대학생 국제대회에선 남한과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 젊은이들이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학생 국제연대회의’를 결성해 국제적 활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다 알고 북한에 개선과 인도적 송환을 촉구하고 있는 문제를 북한이 부인만 한다고 해서 가려지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만일 북한이 국군포로나 납북자들의 존재를 계속 부인하고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을 더욱 불신하고 규탄할 것이며 국제협력이나 지원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국제적 불신과 이미지 손상, 그리고 경제적 불이익만을 초래할 행태를 보이지 말고 생존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에 대한 생사확인과 가족상봉, 송환요구에 응해야 한다. (2006. 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