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관학문학관도서관에 외근이 있는 토요일이다.
북버스 동화구연을 한는 날인 것이다.
요 근래 토요일을 그렇게 보내니, 조금 신체리듬이 흧어진 것 같아 좀 별로다.
아, 매번 하는 소리를 또 구시렁거리고 있군.
그래도 11월 토요일 출근은 이걸로 끝이니.
나머지 두 주 동안은 정상출근을 할 수 있을 듯.
그걸 위로 삼아서 오늘도 동화구연 두 타임을 뛰었다.
관학도서관의 아동들은 비교적 좀 주위 산만한 편이라서.
케어하기 참 난감했더라는.
게다가 도서관 측에서 별도로 영화상영을 하고 있어서.
최대한 빨리 프로그램을 끝내달라는 요청이 있었기에.
그냥 번갯불에 콩 볶는 듯, 휘리릭 프로그램을 끝내버렸다.
동화도 팍팍 쭈리고, 독후활동도 짧게 하고....
뭐 일단, 정해진 순서는 유지하긴 했는데.
과연 참여아동들에게 뭐가 얼마나 남았을지가 고민이다.
주위 산만에, 시간초속에, 정신없음이니.
그리하여 내 기분은 그다지 편치만은 않다.
사전상의나 양해 없이 도서관 측에서 그런다는 건.
왠지 조금 불쾌함을 전했으니까.
그렇게 좀 씁쓸한 한숨과 함께 돌아오는 길.
오, 오늘 일진 왜 이러는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왕이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참아주지....
하긴 그래도 출근할 때는 안 내렸잖아,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버스정거장에 섰는데.
아, 뭐야 비도 오는데, 서울대입구로 가는 버스가 안 온다.
다른 버스들은 잘만 오는데....
5615번 버스가 도통 오질 않는 거다. 그게 유일하게 서울대입구역으로 가는 건데.
그래서 어쩌랴? 모 노래 가사처럼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기다렸다.
한 30분 그렇게 있다가.... 에이잇! 몰라!
결국 눈 질끈 감고 택시를 잡아 탔다. 큭, 요새 택시요금 비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서울시내 곳곳에서 무슨 시위를 해설라무내.
교통이 순환되질 않는단다. 덕분에 버스도 늦은 거고, 택시도 밀렸다.
그래서 택시요금은 5천원 가량. 아, 지하철은 됐고.
버스에 택시비에 안 그래도 빈약한 내 지갑이 거의 빈털털이가 되는구나.
쓰읍, 화가 울컥 해서 이걸 총무팀에 얘길 해? 라고 하다가 관 두기로 했다.
그래, 그냥 좋은 일 한 셈 치자. 그렇게 다들 사는 거지 뭐.
그렇게 다독이며 탄 지하철. 비도 오고 좀 지쳐서 의자에 앉았다.
보통은 그냥 서서 가지만, 오늘은 좀 이런저런 일로 지쳐서리.
그런데, 정말 일진이 별로인가? 의자에 앉아 있는데, 어떤 어르신들에게 꾸중 비슷한 걸 들어버렸다.
그분들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어르신 1: 여기 누가 앉는 자리지? 왜 여기에 앉아있어?
어르신 2: 젊은 것이 뭘 하고 있는 거야?
어르신 3: 쯧쯧, 어느 집 자식인지 ....
난 좀 당황했다. 처음에는 나를 견향해 말씀하시는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정안인이라면 눈을 맞추거나, 고갯짓이나 몸짓 등 그런 걸로 아 나구나 하고 알 수 있었을 탠데.
난 시각적 정보가 부족해서 그걸 켓치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 거기다 나, 좀 주변환경에 무심, 아니 좀 둔하다.
당시 난 케인을 접어서 손에 들었기 때문에 그런 시비에 휘말릴 소지는 좀 있었긴 했다.
그래도 좀 불쾌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어르신들이 한 행동은 깊게 생각해 봐도 별로 좋지 않았다. 이른바 강요였기 때문이다.
내가 좀 심하게 느낀 건지는 몰라도 폭력처럼 생각되었다.
거기다 억지스러웠다. 물론, 사회적 미덕 중 하나가, 노인공경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 분들은 존중이고 공경이고 다 하기 싫다.
연장자라 해서 무조건적인 존중과 배려와 공경과 양보를 원하시는 분들.
난, 그냥 귀를 닫았다. 옆에서 뭐라하건 말건, 험담을 하든 말든.
그런 사람들 말에 일히일비해서야 더 피곤해진다.
오늘 스트레스 쌓인 것도 좀 돼서, 자칫하다간 언쟁을 해버릴 것도 같아서리.
그냥 귀 닫고, 입 봉하고, 양손에 케인만 꽉 쥔 채, 심호흡만 했다.
그리고 목적지 역에서 내릴 때 일부러 좀 심하게 격하고 과장된 몸짓으로.
차라락! 케인을 펴들었다. 음, 뒷끝있는 분풀이다.
아무튼 그렇게 비오는 거리를 터덜터덜 걸어서 집에 왔다.
그리고 심사 별로라 이런저런 용무를 본 뒤.
일기는 내일로 미루고 일단 잤다.
불쾌한 일이 하루에 있다면, 바로 일기를 쓰지 않고.
일단 내일로 미루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감정적으로 희석되어, 나름 객관화해 일기를 쓸 수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지금은 지난 과거의 그 일이.
좀 화나긴 하다. 나 의외로 좀 쫀쫀한 건가?
아무튼 여러모로 한숨만 나오는 하루였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