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 인류 역사상 유일하게 창제 동기와 원리가 밝혀진 문자라는 점은 한국인인 우리에게도 낯설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MBC가 8일 밤 12시12분 내보내는 ‘한글, 위대한 문자의 탄생’은 대하 사극을 뺨치는 재현 연기는 물론 수묵화와 신선한 컴퓨터 그래픽이 빛나는 3차원 입체화면으로 한글을 집중 해부한다.
지상파 방송 3사 가운데 2001년부터 한글날 특집 다큐멘터리를 유일하게 만들어온 MBC 최재혁 아나운서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프로그램은 외국인을 진행자로 내세워 이채감을 더한다. 그 주인공은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로스 킹 교수. 그는 미국 예일대에 재학중이던 1980년 우연히 한글을 접한 뒤 그 마력에 푹 빠져 함경북도 방언에 관한 연구논문까지 내 한국인보다 더 한글을 잘 아는 이방인으로 불린다.
킹 교수의 구수한 진행을 타고 방송은 훈민정음 28자가 완성된 1444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벌인 논쟁을 재현한다. 또 무지몽매한 백성은 물론 지배층에서도 같은 한자를 두고 발음을 달리해 외교문서나 공문서 작성 등에 혼란을 일으킨 당시 시대상을 보여준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뜬 한글 자음은 현대 해부학에 버금가는 당시 인체도가 이룬 결과물이라는 사실도 방송은 밝혀준다.
방송은 현대에도 한글이 문자로서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의성어나 의태어 등 표현 가능한 단어가 8800여개나 돼 중국어(400여개)나 일본어(300여개)를 뛰어넘어 인터넷 시대 디지털 문자로 안성맞춤이며, 직선 사선 동그라미 등 기하학의 기본도형을 응용한 형태는 현대 디자인의 지침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
지구촌 언어학계에서 최고 수준의 문자임이 증명된 한글은 그 제자원리에 뜻깊은 동양철학까지 담고 있다고 방송은 강조한다. 때문에 유네스코는 한글로 인해 문맹률이 가장 낮은 한국을 기려 90년부터 전세계 문맹퇴치에 앞장서온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세종대왕 문맹퇴치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한편 히스토리채널은 9일 오후 7시에 ‘한글, 그 비밀의 문’을 방송한다. 우리 글과 꼭 닮은 일본 신사들이 숭배하는 신대문자(神代文字)와 우리말과 거의 같은 말을 사용하는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를 찾아가 신비를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