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 쓰기가 아니고 받아쓰기
바야흐로 졸업 시즌인가봅니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펼침막들이 보이니까 말이에요. 어느 학교 졸업을 앞두고 80이 되신 어느 할머니가 쓴 시 한번 읽어보시지요.
“ ‘애벌레의 꿈’- 볼 일 있어 은행 갈 때/ 허리 아퍼 병원 갈 때/ 나는 작은 애벌레가 된다/ 어릴 적 못배운 한/ 글을 읽어야 할 때가 오면/ 자그만 애벌레처럼 움츠러든다”
전주 주부평생학교에 다니는 박순애씨가 졸업을 앞두고 쓴 시입니다. 이 학교는 한글을 깨우쳐주는 학교인데, 올해 500명 정도가 졸업을 한다고 하니까 꽤나 많은 숫자이지요. 글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요.
어느 분은 “내 손으로 무엇을 쓰지도 못하고 못배워서 한이 맺힌 사람들인데 배운 사람들은 그 심정을 모른다”고 하면서 “책상에 앉아서 연필 잡고 쓰는 게 기분이 좋아요”라고 합니다.
우리 온유구역에서 제안하여 구약성경 쓰는 것에 여러분들이 기꺼이 함께하신다니 참 좋습니다. 벌써 자기가 맡은 분량을 다 쓰신 분도 있고요. 책상에 앉아서 펜을 잡고 성경을 쓰는 게 기분이 좋으시겠지요.
그것에 한 마디 덧붙이자면 ‘베껴 쓰는 식’으로 하지 말고 ‘받아쓰기 식’으로 하시라는 것입니다. 베껴 쓰는 것은 옮겨 적는 것이고, 받아쓰기라는 것은 불러주는 것을 적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받아쓰기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쓰는 말씀이 지금 나에게 주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시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지만, 귀로 들으면서 하시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더 은혜가 될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성경쓰기에 참여하지 못하신 분들도 나름대로 범위를 정해서 그렇게 써보시면 좋겠습니다. 너무 미루지도 마시고 서둘지도 마시고 받아쓰기 해보시지요. 사순절 지나고 부활절까지 마치면 어떨까 합니다만, 제가 너무 친절한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요. 잘 받아쓰시기 바라면서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첫댓글 마음속에 있는 말을 이 봄에 한번 받아쓰기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