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을 읽고 (이금이/사계절 출판사)
올해 방정환 문학상을 받은 작품으로 저학년 동화다.
수상 소감에서 <하룻밤>은 그동안 써왔던 사실동화와는 결을 조금 달리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쉽고 재미나게 쓰고자 했다고 밝혔다.
원유순 심사위원님의 심사 소감을 옮겨보면,
<하룻밤>은 용궁 설화에 기초를 두고 가족애라는 주제를 담아 액자식으로 구성한 동화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들어 있는 2단액자가 아니라 이야기 속에 한 이야기가, 그 이야기 속의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는 이른바 3단식 액자 구성으로 짜여 있다.
엄마가 출장 간 사이 아빠는 아이들(준서, 유나)을 재우려고 하지만 아이들이 아빠의 동화 읽기가 재미없다며 심드렁하게 반응하자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 속에는 용궁으로 간 명수(어린이가 된 아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와 같은 3단 액자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 속으로 한층 더 깊게 빠져들게 하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또한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을 취함으로써 과거와 현대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데, 이러한 기교는 이야기를 듣는 주체인 준서와 유나가 책을 읽는 객체인 독자와 동일시되고 독자는 거부감 없이 책 속으로 빠져든다. 즉 객체인 독자를 주체인 이야기 속 인물로 대체함으로써 지루함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빠의 집안에는 전통이 하나 있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아빠의 할아버지는 손자들이 열 살이 되면 함께 바다낚시를 가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빠의 할아버지는 여덟 살밖에 안 된 아빠(명수)를 밤낚시에 데리고 간다. 어색했던 할아버지와의 하룻밤은 점차 할아버지와의 벽을 허물며 가까워진다. 명수의 밤낚시에 대한 경험과 느낌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각인되며 특별함으로 기억된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할아버지가 잉어를 낚고, 낚은 잉어를 어망에 가둔뒤 할아버지는 명수에게 용궁 구경을 간 낚시꾼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명수는 깊은 잠속으로 빠져든다.
한밤중 잠에서 깬 명수는 살려주면 용궁 구경을 시켜준다는 소리를 듣고 잉어를 놓아준다. 용궁으로 간 명수는 은혜의 보답으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용왕의 말을 듣고 의기양양한다. 하지만 그도 잠시 뜻하지 않게 벌을 받을 위기에 처한다. 이 장면에서 노련한 작가는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의 재미를 감안하여 성게 가시로 칠백여든다섯 번 찌르는 벌, 전기뱀장어의 전기고문, 바닷가재 집게로 구백마흔아홉 번을 꼬집는 벌을 고안해낸다. 작가의 재미있는 아이디어에 독자는 두려움과 동시에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벌을 면하고자 어이없게 두 가지 소원을 흘려보내고 명수는 마침내 남은 한 가지 소원으로 초록색 하트 보석을 얻는다. 이러한 모티프는 어부가 잉어나 자라 등으로 변신한 용왕의 아들을 구해주고 용궁으로 초대되어 신기한 보물을 얻어온다는 방리득보형의 용궁 설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옛이야기처럼 보물을 얻어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초록색 보석의 진위를 모호하게 만들어 독자로 하여금 삶에 있어서 진짜 보석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은 저 강물 같아서 한 번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어. 또 한순간도 멈추지 않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한 거야. 너는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게 좋지 않으냐?”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할아버지와의 단 하룻밤의 추억이 명수에게는 초록보석보다 더욱 귀중한 자산으로 남는다. 실제로 밤낚시를 끝으로 며칠 후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명수의 기억 속에서 오롯이 살아서 30년이 지난 현재의 증손자에게 전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용궁에서 돌아온 명수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강물은 지난밤처럼 흐르고 있었지. 하지만 지난밤의 나와 아침의 나는 어딘지 다른 것 같았어.”
강물은 지난밤처럼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지만. 확실히 ‘나’는 변한 것이다. 무심히 보았던 풀숲의 이슬이 아침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즉 시련을 견디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돌아온 명수에게 있어 세상은 새 세상처럼 온통 반짝였던 것이다. 이러한 ‘나’의 변화는 용기와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보석만큼이나 귀중한 자산이 된다.
하룻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의 여운이 오래도록 독자를 울린다.
이상은 원유순 선생님이 쓴 심사 소감으로서 줄거리를 대신하려고 합니다.
<적용할 부분>
구성이 아주 치밀하고 탄탄하게 짜여있었다. 마치 설계도면을 그려놓고 글을 쓴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예를 들어보면,
시간은 저 강물 같아서 한 번 흘러가면 되돌릴 수 없어, 또 한순간도 멈추지 않지.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한 거야.(30쪽)
시간은 강물과 같아서 한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다고, 할아버지가 깨시면 기회가 사라져, 난, 결심했어(48쪽)
(할아버지와 밤낚시를 따라간 손자가 할아버지가 잡은 잉어를 할아버지가 했던 말을 상기 하면서 강물에 놓아 주게 된다)
“아빠, 공주지? 맞지?”
유나가 눈을 반짝거렸어요.
“헐, 물고기가 무슨 공주야.”
준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요.(44쪽)
“정말? 그럼 너 고, 공주야?”
“응, 공주 맞아. 그러니까 날 놓아줘.” (47쪽)
(준서보다 어린 유나의 순진한 상상을 통해 잉어가 공주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 두었다)
“누가 일부러 풀어 주기 전에는 그럴 일 없다.”(38쪽)
“약속 꼭 지켜야해.”
“알았다니까.”
나는 다짐을 받고 어망을 뒤집었어.(48, 49쪽)
(준서가 물고기가 도망 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자, 할아버지는 풀어줄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말한다.)
“우리 할아버지? 아마 만 살도 넘었을걸. 이젠 나이 세기도 귀찮대.” (57쪽)
“내 나이쯤 되면 죽음이 삶을 다한 뒤에 오는 선물 같단다.” (57쪽)
(공주가 용왕님인 할아버지는 나이 세기도 귀찮다고 말함으로서, 명수의 할아버지가 말한 죽음은 삶을 다한 뒤에 오는 선물 같다 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게 했다.)
2. 3단 액자구성 법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3. 저학년 동화라서 문장이 짧고 쉬운 말로 쓰여 있어서 좋았다.
4.뭍에 사는 사람이나 동물이 물속으로 들어가려면 특별한 장치를 해야 하는 줄 알았 는데 이 글에서는 잉어 등에 타고 용궁까지 갈 수 있었다.
읽은 책
쇠말뚝 지도(함영연/도담소리)
진도 아리랑(박상재/장수하늘소)
자기암시 (에밀 쿠에/하늘아래)
삶을 재발견하는 최고의 법칙 관심 (칙,마틴/대교메텔스만)
이외 동화책 20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