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경도 연륙교의 진입로 위치가 변경되자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다.
한겨레, 김용희 2022.03.29.
1조 5천억원짜리 전남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진입로 위치가 기본계획안과 다르게 설계안이 바뀌면서 소음, 매연을 우려하는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여수시의회에서도 이 문제로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아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여수경도연륙교금성아파트주민비상대책위(비대위)는 “주민 의견수렴이나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한 채 여수 신월동 금성아파트 입구를 시작점으로 하는 경도지구 진입도로 연륙교 실시설계안을 철회하라”고 3월 29일 촉구했다.
이들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광양만청)은 기본계획 용역보고서를 무시한 채 평가위원회의 결과만을 내세워 실시설계안을 추진하는 것은 전형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라며 “최초 기본계획대로 연륙교의 시점부를 금호아파트 사거리로 원상복구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광양만청이 특정 건설업체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경도지구 연륙교 시작위치 변경을 허용했다고 주장하며 1년째 집단 항의 중이다.
광양만청은 향후 만들어질 여수경도해양관광단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여수시 신월동~야도~대경도를 잇는 왕복 2차로 1.35㎞ 규모 연륙교를 2024년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예산은 모두 1195억원으로, 국비 40%(478억원), 전남도, 여수시, 사업을 추진하는 미래에셋이 각 20%(239억원)씩 분담한다.
이를 위해 광양만청은 2020년 2월 1억8466만원을 들여 진입도로개설공사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용역’을 발주했고 용역업체는 연륙교의 시작점을 여수시 신월동 금호아파트 사거리로 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같은해 11월 광양만청은 조달청에 이 보고서 내용을 기본계획으로 하는 도로공사 입찰 공고(공사 예정금액 1082억7800만원)를 올렸다. 입찰 마감날인 2021년 4월13일 오전 10시19분 현대건설은 1082억6700만원, 남양건설은 한시간 뒤 현대건설보다 300만원 많은 1082억7000만원으로 응찰했다. 현대건설은 기본계획안을 따른 기본설계안을 제시했고 남양건설은 금호아파트 사거리에서 300m 떨어진 금성아파트 입구를 시작점으로 하는 기본설계안을 제출했다. 남양건설 안의 시작점은 금성아파트와 12m 떨어진 곳이다. 평가는 가격점수 30%, 설계점수 70%로 이뤄졌는데, 남양건설은 0.0008점에서 뒤졌으나 전남도 건설기술심의위원회가 심의한 설계점수에서 6.9992점을 앞서며 낙찰됐다.
광양만청은 남양건설의 기본계획안을 토대로 실시설계안을 만들어 3월 17일부터 30일까지 누리집 등에 의견수렴 공고와 함께 공개했다. 광양만청은 4월 5일까지 의견수렴을 마친 뒤 실제 공사에 적용하는 실시설계를 확정할 계획이다. 실시설계안을 보면 기본 계획은 수면에서 다리까지의 높이(21m)가 낮아 여수해경의 함정이 통과하지 못하고 금성아파트 진입로 접근이 어렵다고 노선 변경 사유가 나와 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여수해경에 질의한 공문을 공개하며 “여수해경으로부터 연륙교 밑은 함정 항로가 아니고 21m 높이에서도 선박 운항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기본계획은 금성아파트 진입로 접근에 어려움은 있지만 그만큼 녹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주민동의는 물론 설명회 한 번 없이 금성아파트 쪽으로 연륙교 시작점이 변경돼 특혜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실시설계안을 토대로 교량이 준공될 경우 아파트와 인접해 극심한 소음공해는 물론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매연, 조명으로 인한 수면장애, 조망권 피해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여수시의회도 이런 문제를 포착하고 항의성으로 여수시 몫의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권석환 여수시의원은 “전남도와 광양만청은 연륙교 공사 입찰 심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주민 민원과 경관을 고려해 연륙교와 관광단지를 추진해야 하는데 이는 개발사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양지훈 광양만청 산단조성과 담당자는 “턴키 입찰방식은 꼭 기본계획대로 해야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전남도 건설기술심의위가 남양건설의 설계를 높이 평가했고 남양건설이 낙찰됐기 때문에 우리는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며 “주민 민원을 고려해 실시설계안은 기본설계안보다 다리 시작점을 8m 옮겼다. 방음벽과 소음방지 도로 포장 등의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기사 내용을 보완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