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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13일 목요일 민음사고전 <리어왕>
참석자7명:강빈, 가랑비, 해피데이, 시카, 바신, 시나위, 애몽
우선, 번역자에게 미안합니다. 역자서문을 보면 번역시 글자 수, 행수, 운율 등 고려한 요소가 참 많았는데 그런 디테일함을 “책읽기”를 통해서는 음미하기는커녕, 인지하지도 못하고 읽어서 많이 미안했습니다.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의 시나리오, 각본 등 무대와 스크린에서 보여줄 내용을 책으로 출판되어 접하기 수월해졌습니다. 최근에 <윤희에게>, <헤어질 결심> 각본집을 읽어 보니 머나먼 옛날 이야기보다 현실감 있는 시공간배경이라 좋았습니다. 각본집을 보면 배우의 연기, 감독의 연출, 카메라 앵글의 움직임, 화면의 전환 등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머리속에서 이미지와 영상이 만들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리어왕>을 책으로 읽는 것보다 희곡이란 장르가 실감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가에게는 궁금합니다. 너무 쉽게 배신하고, 눈에 뻔히 보이는 잘못들도 못 보고, 무턱대고 믿고, 너무 빨리 후회하는 내용인 <리어왕>. 아름다운 문장은 논외로 하고 분명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문호라 불리는 작가 셰익스피어는 왜 이렇게 얕고 유치하게 풀었을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저는 아주 옛날을 배경으로 쓴 내용을 2023년에 읽으니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실속있고 야무져 보이고 셋째 딸은 어리석어 보여서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반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헷갈립니다.
최근의 영화 <킹 리어>는 <리어왕>의 시대배경을 현대로 바꾸었음에도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문장을 잘 살렸다고 평가 받았다네요. 이 영화를 보면 헷갈렸던 것이 제자리를 찾을런지 궁금하고 오만했던 리어왕, 안소니 홉킨스의 후회 가득한 연기도 기회가 되면 함께 보고 싶습니다.
<소감>
-강빈 : 몇 년 전 연극으로 관람함
-가랑비 : 4대비극 중 하나지만 처음 읽었다. 읽음에 의의를 둔다.
-해피데이 : 희곡이란 종류를 난생 처음 읽었다. 가슴에 와닿는지는 잘 모르겠다.
-시카 : 아쉬웠다. 형식의 문제겠지만 묘사가 부족하고 스토리도 진부하게 느껴진다. 읽었음에 족한다.
-바신 : 소감을 듣기 전까지 비극인 줄 몰랐다. 오히려 결말이 권선징악으로 느껴져 희극인 줄 알았다.
-시나위 : 글로 적힌 내용과 뜻만으로는 "독자"인 나에겐 감흥이 없어서 대단한 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무대에 올렸을 때 효과적인 책이어서 그럴지도,,, 나머지 비극 3권은 굳이 볼 필요까지야...
<질문들>
1. 비극을 다룬 셰익스피어, 그가 선한 인물들까지 죽음으로 내몬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어떤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걸까? 이 책을 각자만의 핵심키워드로 말한다면?
- 믿음과 신뢰, 배신, 리어왕과 글로스터의 어리석음, 오만함, 곱게 늙어야한다.
- 죽지 않고 비참하게 살아가게 만들어도 충분히 비극이다. 꼭 죽어서 끝나야 비극인건 아닐텐데 어느 정도 비극이어야 비극인걸까?
- 책을 다 읽고 다른 사람들의 소감을 들을 때까지도 이 책이 비극인지 몰랐다는 바신님. 이 작품이 4대 비극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보니 읽기도 전에 비극이란 틀 속에서 우리가 읽고 있는 건 아닐까
2. 코딜리아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리어왕이 몰랐을 리가 없다. 도대체 리어왕은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 "언니들 것보다 더 비옥한 1/3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말은?"이라는 대사만 봐도 리어왕은 코딜리아에게 크기는 같더라도 더 비옥한 땅을 줄 마음을 먹고 있었다. 굳이 공식석상에서 그런 질문을 한 것은 신하들에게 충성심을 본보기로 보여주기 위한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예상과 달리 코딜리아가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적절한 발언을 하지 않았기에 그는 당황했을 것이다. 오히려 코딜리아에게 땅을 줄 명분이 없어졌다. 이젠 주고 싶어도 줄 수 없게 되었다.
3. 자신을 조금도 포장하지 않는 코딜리아, 그녀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 리어왕의 어의없는 질문과 두 언니들의 뻔뻔한 대답에 대한 반항, 오기가 아니었을까
- 첫째의 말을 듣고 그것에 숟가락을 얹어가며 자신의 대답을 한 둘째가 가장 똑똑했다.
- 앞의 사람의 말을 다 듣고 대답할 수 있는 유리한 순서인 셋째, 적당히만 말해도 그 넓은 땅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포장이 좀 되더라도 듣고싶은 말을 해주면 되지 굳이 굳이 그렇게나 솔직하게 말하는게 오히려 어리석어 보인다.
4. "없음은 없음을 낳는다"라는 리어왕, 눈앞의 "없음" 뒤에 감춰진 "있음"을 보지 못하는 리어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없음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일까, 더이상 할말이 없다는 것일까, 변함이 없다는 것일까, 없다라는 단어 하나도 이렇게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리어왕은 이미 없음 뒤의 있음을 보지못할 사람이었다. 딸들이 표현하는 사랑의 정도에 따라 땅을 나눠주듯, 딸들이 남기라고 하는 군사의 수가 곧 자신에 대한 사랑의 정도라고 여기듯(p.86 네 오십은 스물하고 다섯의 두배니까 사랑 또한 두배다), 애정을 물질로 1:1 변환하는 그로서는 없음은 없음을 낳을 수 밖에, 그는 없음 뒤의 있음이 볼 수 없는 사람이다.
5. 한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없음 뒤의 있음을 볼 수 있는,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지혜는 어떻게 쌓을 수 있을까?
-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권력을 물려줄 때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물려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되는 건가, 효심이 장차 나라를 이끌 덕목이 될 수 있는가,
-드라마 <슈릅>에서의 "왕세자 자질시험" 중 지방파견미션은 왕조에 비협조적이지만 실력이 출중한 인물을 궁궐로 데리고 오는 시험이다. 이렇듯 옆에서 쓴소리를 해줄 바보(광대)같은 사람이 우리에게는 늘 필요하다.
-오만한 리어왕, 미련한 글로스터, 딸이든 아들이든 신하든 누구든간에 한 사람의 말한마디에 이토록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나이든 두 아버지들
6. 리어왕과 딸들과의 갈등은 지금시대에 마치 부모와 자식간의 상속갈등같다. 현대사회에서 부모에게서 받을, 유산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 태도는 어떠한가
첫댓글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
'꿈보다 해몽'이라고, 큰 감흥 없이 읽었는데
리어왕이 뜻깊게 다가오는 후기였습니다
TV나 라디오가 없던 시절에 연극 무대에 오른 이야기가
당시 사람들에게는 꽤 흥미진진하게 보였을거 같아요
아직도 드라마에서 큰 뼈대를 이루는 갈등요소가
두루 들어있고 다양한 등장 인물에 대하여 생각해 본
작품이었습니다.
현대에서 셰익스피어 희곡은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독백이
많아서 연극으로 담아내기 까다롭다는 평이 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