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3일부터 5박 6일간 상해엘 다녀 왔습니다. 글로서 상해를 둘러 보시죠.^^*
(사진은 난징루 거리의 한 부분입니다.)
40대의 마지막 한 해를 맞으면서 나는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을 어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주위에 보면 정년퇴임을 하고 매달 받는 연금으로 마음 편히 생활하면서 여행을 즐기거나 그저 하루하루를 무미건조하게 보내는 분들이 많으셨다. 남여 나이 60이면 제 2의 인생을 살아도 될 만큼 정정한 나이 아닌가? 나는 그 나이가 되면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타인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그것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6년을 잡고 55세에는 퇴임을 한 후 새로운 인생을 살리라 생각을 했다. 그 첫 단계가 중국어를 배우는 일이었다. 2년 동안 중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정도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학원에 등록을 해서 지난 넉 달 동안 밤을 세워가며 중국어를 공부했다. 공부도 때가 있다고 나이 들어 외국어를 공부하자니 외우면 까먹고, 다시 외우면 또 까먹어서 너무나 속이 상했다. 넉 달 동안 기초회화 책을 세 권 마스터 하고 책을 달달 외우다시피 머리 속에 집어넣었다. 마침 학교에서 행사가 있어 특별휴가를 받아 나는 상해로 날아갔다. 무조건 부딪혀보리란 생각 하나 가지고...
푸동 공항에 도착을 하니 양리준이 나와 있었다. 그녀는 나의 중국어 선생이 소개해 준 완전 중국 토박이 여자이다. 28살로 상해에 있는 이마트에 다닌다. 그녀의 한국말 수준이나 나의 중국말 수준이 서로 비슷하다. 나는 그녀를 보자 아주 유창하게 ‘너를 만나서 아주 반갑다.’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리리 역시 거침없이 중국어로 대답을 하는데 이럴 수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나는 순간 벙어리가 되어 멍청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리리, 나 못 알아듣겠어. 천천히 말해 줘.”
그리고는 아주 띄엄띄엄 외운 문장을 끄집어내며 나의 일정에 대해 말을 했다.
“먼저 책방에 가서 사전이랑 책을 산후에 숙소로 가자.”
나의 말을 알아들은 그녀는 내 짐을 들고 앞장을 선다.
시내로 들어가는 거리는 깨끗한 무채색이다. 나무도 많다. 고층아파트가 연이어 늘어선 거리는 서울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굳이 다른 점을 찾으라면 차도 옆에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어서 차보다 훨씬 많은 자전거가 달린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루하기 짝이 없는 아파트 옆에 초현대식 고층건물이 들어서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인민광장에 도착해서 들어간 책방에는 사람들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나는 먼저 사전을 골랐다. 그리고는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가며 내가 사야 할 책을 리리에게 설명했다. 유치원 아이들이 보는 그림동화책과 만화책을 몇 권 골라 계산대 앞에 섰다. 그리고 능청스럽게 말을 했다.
“모두 얼마죠?”
“180원입니다.”
나는 거스름돈을 받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히야호! 으흐흐흐~ 한 건 했다.’
뱃속에서부터 스멀스멀 웃음이 터져 나온다. 나 자신이 기특하고 장하단 생각이 든다. 곁에 선 리리도 흐뭇한 표정으로 잘 했다고 칭찬을 해 준다.
나는 만두를 참 좋아한다. 리리에게 말을 하니 물만두를 잘 하는 집이 있다고 먹으러 가잔다. 중국 물만두는 만두피가 두툼하고 우리나라 것보다 커서 씹히는 맛이 있다. 나는 배고프던 차에 아주 맛있게 물만두를 먹었다.
내가 묵을 민박집은 ‘상해 게스트 하우스’로 지하철 2호선 종점인 장지앙까오크어역 부근에 있어서 우리는 전철역으로 갔다. 지하보도에는 사람들로 버글버글했다. 지하철역에도 밀려나오는 사람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문득, 일사후퇴 때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왔다는 중공군 생각이 났다. 정말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전철을 타는 데 한국에서처럼 밀어 넣는 남자가 사람들을 짐처럼 쑤셔 넣는다. 사람 냄새, 땀 냄새. 아! 이게 중국 냄새인가 보다 싶다. 별루 좋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싫지도 않다. 정이 가는 냄새다.
숙소에 도착하니 주인남녀가 정겨운 한국말로 나를 맞아준다. 아!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몇 시간 동안 한국말을 못 들었다고 한국말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마치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이 풀어진다. 나는 내가 상해에 온 목적을 민박집 주인에게 말했다. 낮에는 혼자서 상해 유명지를 다니고 저녁에 리리와 만나서 관광을 하면서 중국어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는 친절하게 내가 가야 할 곳을 요일별로 적어 주었다. 오늘 저녁은 난징루와 와이탄거리를 둘러보기로 했다.
난징루! 난징루는 상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우리나라의 명동과 같다. 보이는 큰 건물마다 모두 백화점이고 상점이다. 어찌나 화려하고 아름답고 품위 있고 멋있는지 클레오파트라의 눈빛을 닮았다. 그 매혹적인 눈빛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어둠이 내리면서 저녁 7시부터 오색의 네온사인이 번쩍이며 사람 혼을 뺀다.
난징루엔 차가 다니지 않는다. 빵빵 관광차가 다니는데 ‘SAMSUNG’이라 쓴 큰 글씨로 아예 포장한 차가 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난징루 초입 사거리에도 ‘SAMSUNG’ 네온사인이 번쩍 번쩍거린다. 국제적으로 알려진 상표가 우리나라 것이라는 사실에 새삼 자부심이 생긴다. 난징루에서 와이탄으로 이어지는 시내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버글버글하다. 도무지 이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라는 게 믿기지 않은 만큼 자유롭고 풍성하고 화려하다.
황푸강을 중심으로 와이탄과 푸동지구로 나누어진 거리는 상해의 중심지역이다. 도시 전체가 화려한 포장지로 싼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 같다. 건물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이다. 가히 ‘세계 근대 건축의 전시장’이라 할 만 하다. 정말 멋있다. 낮에 봐도 멋있고 밤에 보면 더 멋있다. 여기에 비하면 서울의 거리는 정말 멋대가리가 없다.
아! 자유! 자유! 보이는 사람마다 자기 나름대로의 자유를 만끽하며 걷고 있었다. 그랬다! 난징루, 와이탄 거리에는 중국인, 아니 세계인이 그리도 열망하는 자유의 모습이 창일하게 흘렀다.
리리는 내 중국 발음이 마음에 안 드는지 내가 말 할 때마다 “안 돼요!“를 연발하며 다시 말하라고 한다. 어렴풋이 중국 문장 구조에 대한 이해가 되면서도 도무지 사고의 전환이 중국식으로 되질 않으니...
중국에 도착한 아침 9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종일 걸었더니 피곤하다. 나는 택시를 타자마자 눈을 감았다.
(동 은)
첫댓글 동은님,정말 산 경험이 이런것이다를 보여주시는군요! 동은님이 다시보여요..'난징루'거리는 마치 유럽의 한 도시를 보는 듯 하네요! 번쩍거리는 네온사인만 아니면..빠리의 오페라하우스 근처 같아요. 난 한번도 혼자 여행 떠나본 적이 없는데~아마도 영원히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용기가 없어서리..부럽당.2편 기대합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 사람과 이야기 한 번도 안하고 돌아온다면 여행 헛했다고, 가끔 지인들에게 충고하곤 했는데, 동은'님은 몇 명의 중국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셨을까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매사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동은님의 좌충우돌 상해 여행기 담 편을 기대합니다.
누군가 상해 다녀와서는 유럽과 분위기가 비슷하고 살고 싶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재미있는 여행담 후편을 기다리고있어요~! 멋지십니다 ^^*
연금으로 살아가 집 , 여기 있습니다 ㅎㅎ 노후에 건강한 신체로 봉사하며 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즐김"이라고 생각하여 저도 문화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화는 다가올 실버시대에 "일 "이 될 수도 있구요. 그런의미에서 통하는 점이 많은 동은님!... 그러나 배워야할 것이 더 많은 동은님!... 꿈을 이루소서!
화려한 불빛속의 동은 님이 어쩜 저리도 멋있어 보이는지요..^^ 여행기 후편 계속 기대해봅니다.
햐~ 저 거리 저도 걸어 보았습니다. 젊은 연인들의 애정행각이 저희 나라보다 심하던데... 자유는 많아 보이지만 중국은 자유도 양극화가 크다는..
네, 맞아요. 학무님! 공원공원마다 아휴~ 말 마세요. 눈길을 어디로 돌려야 할 지 오히려 내가 당황스럽더라구요. 땅이 커서 사람들이 대범해서 그러나... 원... ^^*
늦게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텐데... 저도 몇년전 미국에서 머물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죠. 어릴 때 배운 영어는 책보는 영어고 말하는 영어는 그때가 처음이었죠. 머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동은님의 열정과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워뻬이니더러칭간똥러. 지아여우!!!
' 워뻬이니더러칭간똥러. 지아여우!!!' 가 뭐여요? '워'랑 '니'만 알겄네! '워아이니!!' ^^
자란투영 소저님께는 죄송하지만 동은님이 답을 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입니다.^^
와~~부럽다 !!!!! 내가 원하는 삶 인데....근데 왜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많으면 돈이 없는거야...하면서 자위를 하고 지내는데 동은님 넘 부럽다. 그 용기와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ㅉㅉㅉ
동은님의 여행기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누구나 자신의 꿈을 실행하기 생각만큼 쉽지않을텐데...
싸부님! 감솨합니다.^^* 감동까지야 뭐... 싸부님이 계셔서 제 맘이 든든합네다. 좌우지간 욜심히 해 보겠습니다. 태산이 높다 해도 낑낑거리며 쉬엄쉬엄 오르다 보면 정상까지 갈 수 있겠죠. 니예 찌아여우!!! ^^*
'밤을 세워가며 중국어를 공부했다.' 나태니즘표 귀차니스트인 제가 반성할 대목... 즐겁게 보고 갑니다.씨에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