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더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더 모자란다."
호주 콴타스 항공의 최고경영자인 제프 딕슨이 쓴「우리시대의 역설(The Paradox of Our Time)」이라는 인터넷 게시물이 회자되면서 알려진 글로 가슴에 와 닿는 내용이다. 무술에 대해서 느끼는 나의 생각도 위와 같다. 무술은 옛 전쟁터에서 적을 죽이는 기술이고, 대표적인 것이 검술이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전쟁에도 영향을 미쳐 총, 대포와 같은 서양의 전투 양상으로 바뀌면서 겁장이도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신분의 상징이자 살인을 목적으로 하던 검술의 연마가 에도(江戶) 후기로 오면서 근대적인 교육 방식과 서양의 스포츠적인 요소가 결합되면서 발전한 것이 검도(劍道)다.
검술에서 검도로 또 유술에서 유도로 바뀌는 과정이 일본 무술사에서 무술이 전근대의 허물을 벗고 근대화를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검술은 일본의 지배 계층을 형성했던 부시(武士, 무사)들의 전유물이었기에 단순한 체력단련으로 볼 수 없는 범인(凡人)들은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무술이 교육기관과 군경에 보급되어 경기 위주의 스포츠화가 되면서 대중화된 장점이 있는 반면 무사의 품위를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유도는 올림픽에 의해 전세계인의 스포츠가 되었지만 유도의 옛 모습을 잃어버린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하는 선생들이 많다. 최근에 와선 유도가 추구하는 수양적인 측면 보다는 오직 싸우는 테크닉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무한 경쟁을 펼치는 UFC의 영향을 받으면서 무도가 무술로 회귀하고 있다. 수양적인 측면보다는 싸우는 기술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오직 싸우는 테크닉으로만 무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심히 우려된다.
며칠전 TV 채널을 돌리다 UFC를 흉내 낸 국내 탑 FC 시합을 보았다. 이것은 무술도 아니고 무도도 아니었다. 그냥 동네 양아치들 싸움이다. 우승자는 눈물을 펑펑 터뜨리며 기뻐하고 있었지만 단정컨데 그는 이번 경험을 끝으로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를 경기장까지 나오게 부추킨 사람이 누구였을까 생각하면서 채널을 돌렸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열리는 UFC 시합이 나오고 있었다.
마음속에 담긴 스트레스를 폭력으로 풀려고 하는 사람들이 요즘 유난히 많아진 것 같다. UFC에 나온 두 선수의 스타일이 브라질리언 주짓수, 유술이라고 하고 있었지만 실제 경기는 권투보다 못한 주먹질만 하다가 마구잡이로 휘두른 주먹에 맞고 정신을 잃은 쓰러진 상대를 올라타서 가격하는 무지막지한 모습을 보였다. 갈수록 사람 죽이는 폭력이 판을 치고 있다. 도(道)는 없고 술(術)만 있다.
무도가 퇴보하는 것은 경쟁만을 부추겼던 기성 원로들의 책임이 크다. 유도가 유술로 돌아가고 무사들의 멋스러운 검술이 아닌 닌자들의 암기(暗技)가 판을 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듯 하다.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된 사고가 모든 것을 지배하려 한다. 다양한 사고가 부족하고 단일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직업도 취미도 똑같아야만 할 것이다.
싸우지 않는 것이 현명하고, 싸움을 멈추게 하는 것이 가장 발전된 무술이다. 무술을 싸우는 기술 정도로만 바라보게 되면 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무도(武道)는 먼 나라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지나친 경쟁은 열정을 파괴한다. 경쟁적인 끝없는 도전을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오래전 격투기를 함께 했었던 옛 친구들이 50대를 넘기면서 계속 하고 있는 친구가 없다. 싸우는 기술을 최고의 실전이라며 떠들었던 사람들이 오랫동안 하지도 못하고 그만 둬버린다. 거의 대다수가 정말 강해지기도 전에 은퇴하거나 낙오자가 되고 만다. 검도가 한때 각광을 받았던 이유는 그 운동이 추구하는 정신과 품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친 경쟁은 무도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검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만들려 하지 않는 일본 선생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운동을 보면 짧은 시간에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유행을 타고 있다. 지도자의 연령이 낮은 이유도 한 몫을 한다. 뭔가는 하고 있는데 정작 오랫동안 따르고 본받는 스승이 없다. 기술도 빠른 효과를 추구하고 있어서 매우 가볍고 더티해지고 있다.
처음 무술을 시작하는 사람이 무도를 인간성 향상의 이정표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옛날 전쟁터에서 사람을 미물(黴物)처럼 간단히 죽이는 기술만이 최고가 될 뿐이다. 검술은 위험해서 쓸 일이 없고 유술은 실전에 강하다고 말하는 궤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原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偏見)을 부수지는 못한다."
제프 딕슨의 말이 자꾸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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