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족, 액세서리에 집중하는 이유
불황 속 얇아진 지갑에도 스타일은 챙겨야 한다
손목에 시계 하나만 착용해도 깔끔하고 심플해 보이지만 특별한 디자인의 시계가 아니라면 새로울 것도 없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시계 가격에 선뜻 지갑을 열기가 쉽지 않다. 이에 자신을 가꾸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그루밍족(Grooming族)이 불황을 이기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반지나 팔찌 같은 액세서리를 레이어드하는 것. 특히 시계와 팔찌를 셔츠 소매 아래 보일 듯 말 듯하게 착용하면, 팔을 움직일 때마다 살짝살짝 보이기 때문에 패션 감각을 돋보이게 한다.
특별한 날에는 팔찌·귀걸이·목걸이·반지 할 것 없이 여러 개의 주얼리를 레이어드하는 반면, 데일리 룩에는 심플하면서도 톡톡 튀는 1~2개의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준다.
# 직장인 김윤수 씨(32세)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에 있는 편집숍에 들렀다. 남성들을 위한 액세서리나 각종 패션 잡화를 판매하는 이곳은 김 씨와 같은 젊은 남성들을 위한 쇼핑 장소로 통한다. 고가의 시계만 고집했던 그가 팔찌, 반지 등 다른 액세서리 라인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비싼 시계 하나보다 독특하고 세련된 액세서리를 여러 개 레이어드하는 게 더욱 세련돼 보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과거 남성들이 유일하게 관심을 갖는 액세서리는 시계 정도. 특히 고가의 시계 라인 하나면 다른 액세서리에 돈을 투자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데 요즘 그루밍족은 고가의 시계보다는 팔찌, 반지, 목걸이 등에 집중한다. 특히 과감하면서도 독특한 액세서리를 캐주얼 정장에 매치하는 등 불황에 지갑은 얇아졌지만 스타일링에는 더욱 신경을 쓴다.
온라인 액세서리 쇼핑 45% 증가···30대 남성이 ‘큰손’
요즘 남성들에게 액세서리는 패션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팔찌, 반지 등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을 찾는 남성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옥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남성 액세서리 매출을 조사한 결과 2011년과 2012년 남성 팔찌, 반지는 전체적으로 매출이 약 5~10% 증가했다. 2013년에는 메탈 팔찌와 도금반지가 전년 대비 각각 6배, 2배로 성장해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부터 지난 4월까지는 남성의 액세서리 구입이 전년 동기 대비 45%나 늘어, 남성 소비자의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남성 액세서리의 주 구입 연령대는 30대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20대와 10대가 뒤따랐다. 주로 30대 직장인들이 캐주얼한 정장에 다양한 액세서리를 즐겨 착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옥션 판매율 기준, 인기 있는 품목은 패션반지로 전년 동기 대비 375% 증가했다. 이 밖에 도금반지를 찾는 고객이 20%, 메탈 팔지는 60% 정도 늘었다. 현재 옥션 액세서리 제품 중 베스트 상품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가죽 또는 실버체인 형태의 팔찌. 특히 색이 다른 줄을 여러 개 겹쳐 사용하거나, 구슬로 디자인된 제품들을 많이 찾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옥션에서 지난 한 주간 베스트 상품으로 상위에 랭크된 ‘스타일썸 팔찌(3860원)’는 원석, 오닉스, 가죽, 끈(실)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남성용 제품으로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어 인기다. 특히 목걸이의 경우 여성들이 작고 빛나는 소재의 팬턴트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남성들은 크고 독특한 스타일의 팬던트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스털링워스(4만4900원)’는 자체 디자이너가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담당해 십자가, 닻 등 기본 형태의 실버 목걸이부터 디테일한 디자인이 가미된 제품까지 판매하고 있어 남성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옥션 패션팀 황준하 팀장은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족의 영향으로 올해에도 액세서리를 찾는 남성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특히 올여름에는 짧아진 소매에 패션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끈이나 체인 형태의 개성 있는 팔찌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액세서리 브랜드, 남성고객을 잡아라
다양한 액세서리 브랜드가 남성 라인을 출시하거나 브랜드 인수를 통해 내수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주얼리 기업 혼은 지난해 10월 독일 남성 주얼리 ‘카이’를 론칭했다. 카이는 독일에서 시작해 유럽과 전 세계 38개국 180개 이상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남성 주얼리로, 혼이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한국에서 선보이게 된 것. 간결한 스털링실버에 가죽, 오닉스 등 천연 소재를 활용해 현대적이면서도 남성성이 두드러지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아울러 반지와 목걸이, 팔찌 등 다양한 남성 주얼리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혼 관계자는 “최근 주얼리를 착용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20~30대 젊은층이 주로 구매하는 편이며, 남자친구를 위한 선물용으로 여성들의 구매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댄디하면서도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팔찌와 같은 포인트 상품이 인기이고 가죽팔찌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카이의 스트레이트 팔찌는 스피드함을 직선으로 형상화한 제품으로 스트레이트 라인이 모던함을 주는 천연가죽으로 만들어 소비자 호응도가 높다. 금속 메인 부분에 독특한 잠금장치로 포인트를 준 유니크 팔찌 또한 인기다. 기하학적이면서 모던한 현대 건물에서 모티브를 얻은 아키텍처 팔찌도 매출이 높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이에스티나는 2014년 봄·여름 시즌 멘즈 주얼리(Men’s Jewelry)인 워모(Uomo) 라인의 새로운 제품으로 르 트와(Le Trios)를 출시했다. 남성 액세서리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과감하고 유니크한 스타일링을 즐기는 트렌디한 남성을 타깃으로 선보이고 있는 라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멘즈 주얼리의 특징은 심플하고 간결한 디자인의 목걸이를 레이어링하거나 다양한 두께와 스타일의 반지를 레이어링 하는 것이 트렌드. 르 트와는 특히 다른 반지 및 팔찌, 시계와 레이어링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시계 하나보다는 여러 가지 액세서리를 매치하는 실속파 그루밍족이 많아졌다”며 “특히 착용이 간편하고 옷차림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팔찌류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반지와 목걸이 등의 인기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제품으로 여러 가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이 남성 주얼리만의 특징이지만, 최근에는 여러 개의 주얼리를 함께 착용해 더욱 세련되고 감각있는 모습을 연출하는 게 트렌드”라고 덧붙였다.
*용어설명: 그루밍족(Grooming族)은 패션과 미용 등 자신을 아끼는데 투자하는 남성들을 일컫는 신조어로, 마부(groom)가 말을 목욕시켜주고 빗질해주는 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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