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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비아 이형숙
탄천문학 회원
청향문학 회원
저서- 시집
문득 생각하니
공저-
시간 위의 바람 외 다수
세상의 모든 소리 비아 이형숙 뉴스를 전하는 아나운서 수어 통역사 그에게 관심이 더 가는 이유는 무얼까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알아듣는 대화법 어릴적 나보다 한 살 어렸던 명숙이 생각이 난다 동네 아이들이 벙어리라며 놀아주지 않던 아이 그런데 나는 명숙이와 소꿉놀이까지 하며 놀았다 손짓 표정 입술을 읽고 소통할 수 있었다 함께 떠들던 고향의 동무들 아득한데 말 한번 나누지 못했던 명숙이는 또렷하다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한번 보고 싶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듯 세상은 소리로 이루어진다 수어로 모든 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까 숲속 맑은 새소리 바람소리 사랑하는 사람들 목소리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부터 메아리가 되는 소리들이 있다 마음의 귀가 없다면 듣지 못할 메아리 말 대신 마음의 귀로 듣던 명숙이 지금쯤은 음악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온전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열성적인 수어 통역사를 보면서 수화 흉내를 내며 놀았던 소꿉친구 청각의 장벽을 넘었던 우정을 그려본다 |
국경없는 전쟁 / 이비아
언제 진격해올지 모르는 적군이
산지사방 포복해있는 최전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싸맨 외계인 복장은
차라리 백색공포를 일으킨다
최신무기도 소용없는 전쟁에서
최후의 보루인 방패도 떨어져간다
창이 없으면 방패
방패를 구하러 갔던 줄에
바로 뒤에 선 사람이 바짝 다가섰다
2미터 거리두기는 커녕 1미터 안으로 붙어 선다
방패부터 살피니 맨 얼굴
적지에서 경계강화 중인데 그만 해산이다
방패 두 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
한숨 쉬며 패잔병처럼 돌아섰다
오호 통재라
유비무환이라 했는데 이 무슨 사단
국경없는 전쟁에선 우군도 없으니
하늘로 SOS를 날린다
비의 노래 / 비아이형숙 가을비 무인도에 오듯 무심하다 빗소리 나직이 다가와 이런 날은 쇼팽 대신 나의 노래를 들어다오 창문을 열어 경청해다오 적막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들리는 건 오직 비의 노래 비의 노래를 들어 보았는가 바다와 산 넘나들며 받은 악상 바람 구름 들꽃들이 그려낸 음표들 선율 리듬을 타고 와 무딘 영혼을 두드린다 어느 작곡가도 완성 못한 명곡들 마음의 오선지에 받아 적는다 |
음악의 힘
비아 이형숙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참으로 경이로운 문명의 발자취 속에 예술의 역사가 숨쉬고 있다.
오늘은 인류 문명에 빛나는 수많은 문화 예술사 중에 음악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 보았다.
다른 예술처럼 음악의 장르도 광범위한데 클래식 음악의 힘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필자는 인생의 대부분을 음악과 함께 지낸 음악교육가로서 지금도 소수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음악적인 환경에서 나의 외동딸도 자연스럽게 피아니스트로 성장하였다
그러므로 늘 관심사인 음악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 하겠다.
그러면 음악이란 무엇인가
음악의 개념을 정의하면 음악의 3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하여 목소리나 악기를 통해 감정을 나타내는 예술이다.
다시 말해서 음(音)을 재료로 하여 미적 사상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시간적 예술인 것이다.
음악의 3요소는 리듬 , 멜로디(선율),화음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는 음악사적 연대기나 화성학적 이론 음악의 형식 등은 배제하고자 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기본 의식주 외에도 영성적 이성적 사유력의 보편적
특성이 동물의 본능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배 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말도 인간의 형이상학적인 면을 부각한다
예술은 인간이 감정에 대한 경험을 세련시키고 깊게 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음악을 공부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보다 나은 인간을 만들어 준다.
피아노 교육만 하더라도 집중력 창조력 좌뇌 우뇌의 학습능력과 자기 수양의 훈련장으로 전인 교육이다.
이는 지도 경험상 어린이에게만 국한된 뜻이 아니다
최근 수업 중에 초등학생이 어드벤처 교본의 한 곡에서 곡의 느낌이 무섭다고 말했다
그 곡은 마이너 키를 가진 조성인데 저학년 어린이들은 우울하거나 어두운 느낌을 무섭다고도 표현 한다
아직 장단조 개념을 모르지만 감성적으로 분위기를 느끼는 것이다 .
그 어린이가 음악을 더 배우다보면 단조의 음악이 얼마나 심금을 울리는지 알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단조 곡을 감상 연주하며 정서적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성인 학생 중에 치매 예방 차원으로 배웠던 피아노를 다시 공부하는 주부가 있고
재즈 반주법을 익힐 목적으로 오고 싶다는 시니어 전직 교사도 있다.
바야흐로 시니어(senior) 전성시대 아닌가.
나이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으면 인생의 길동무가 된다
위에서 실제 수업의 예를 들었는데 음악은 삶의 질을 풍부하게 한다
음악 작품을 연주와 감상으로 나눈다면 감상의 즐거움도 크지만 직접 연주하는
즐거움은 또 다르다. 살아가며 악기 한두 가지 다루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하랴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20여 년 전 남편에게 색소폰 개인지도를 받도록 해주었다
지금은 작품사진 활동에 여념이 없어 보이는데 가끔 색소폰을 불곤 한다
연습과 테크닉이 아쉬운 소리지만 들을수록 구성지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악기 연주만큼 순간적 감정의 몰입을 주는 즐거움이 있을까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악기가 하나 있다
인간의 목소리는 누구나 보유하고 있는 그야말로 천연 악기이다
목소리 연주인 성악이나 무반주 아카펠라 합창을 들어보라
사람의 목소리 자체가 심미적 요소를 갖추었으므로
꾀꼬리 소프라노나 허스키 보이스나 언제라도 사용 가능한 악기이다
노래 뿐 아니라 목소리를 가다듬어 낭송시 한두 개 쯤 외우거나
사랑 가득한 언어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이 또한 더없이 아름다운 자연 예술이다
음악의 힘은 실로 무한하여 언어가 설명해즐 수 없는 부분도 표현할 수 있다
세계인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음악 안에서는 소통의 장이 열리고 하나가
될 수 있다. 에디슨도 "음악은 인간이 알고 있는 것 중에서 최고의 것이며 천국이다 "라고 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음악이 빠진 행사를 생각할 수 있는가
애국가를 비롯하여 세계 국가를 부를 때 저절로 엄숙해지는 것도 노래의 힘이다
영화에도 음악 음향 효과가 없다면 종합 예술의 가치와 감동이 반감될 것이다.
명화 테마곡을 중에 명곡으로 남은 음악을 들으면 스크린의 명장면들이 다시 떠오른다.
현대인들은 사회적 경쟁의식으로 스트레스가 만연된 시대를 살고 있다.
한국인들은 웰빙 의식이 높은데도 행복지수는 의의로 낮게 나오는 듯 하다
행복감은 개인의 자존감과 사고방식 가치관의 영향을 받는 정서적인 부분이다.
음악의 감상과 연주는 스스로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자존감을 높여 준다
음악은 자연 치유학으로 부작용이 없는 정신적 치유제로도 널리 접목되고 있다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스스로 음악 심리사가 될 수가 있다
필자는 6년 전 친정 어머니가 소천하시고 깊은 회한으로 불면증이 오더니
혈압이 급상승하여 서울대 병원 응급실에 두 번이나 다녀온 적이 있다
약 처방을 받아 왔는데 어지럽고 차도가 없어서 누워서 지내야만 했다
스스로 마음을 안정시키고자 평소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의식적으로 감상했다
우선 불면증 완화를 위해서 백색 소음을 듣기 시작했다
빗소리 파도 소리를 듣다 보면 자장가처럼 수면으로 유도되었다.
자연의 소리인 숲속의 새소리 바람 소리 나뭇잎 속삭이는 소리의 파장은 음악 자체이다
한편,성가곡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부터 피아노 협주곡 독주곡 교향곡
오페라 아리아 등 명연주 명지휘자를 찾아서 음반 여행을 떠났다
성가를 들을 땐 주하느님의 위로에 안도했고
쇼팽의 녹턴은 그대로 기도가 되었고 슈베르트 연가곡집 시를 음미했다
모짜르트 순수한 음악에선 미소 진 얼굴에 맺힌 눈물처럼 비애감이 어른거렸고
클라리넷 연주 해변의 길손을 들으면 물새들 노니는 석양의 바닷가를 거닐었다
베토벤 황제 2악장에서는 천상의 피아노 선율로 승화된 고뇌에 공감했으며
전원 교향곡은 누워서도 숲속을 산책하며 마음이 평온해졌다
카라얀의 열정어린 명지휘 심포니에서 웅장한 에너지를 전달 받기도 하였다
때로는 황병기 명인의 가야금 산조 등 국악도 반복해 들으며 한 달 쯤 지났을까
심신의 안정과 함께 어지럼증도 사라지고 혈압도 평소대로 돌아왔다
음악의 치유력은 참으로 놀라운 명약으로 힐링의 선물을 주었다
슬픔을 극복하고 남편과 터어키 여행을 떠난 일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특진 의사도 소용이 없었던 신체 증상을 필자 스스로 치유한 임상적 경험담이다.
그때의 일을 회고하니 새삼 음악의 위대한 힘을 확신하게 된다
음악은 신이 내리신 특별한 선물이며 가장 영혼을 고양시키는 예술이다.
모름지기 모든 예술가들은 자연에서 작품의 영감을 많이 받을 것이다
자연의 소리는 작곡가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 담금질 된 후 작품으로 탄생된다.
파리 시내 쇼팽의 묘지에 가보니 꽃이 놓여 있었고 연중 꽃이 시들지 않는다고 한다
작곡가 연주가 이름은 작품과 함께 영원히 기억되고 사랑 받는다
문학작품 또한 자연의 영감을 받아 수많은 걸작품이 탄생되고 역사에 빛난다.
이 글을 문학 예술인들과 힘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
끝으로 필자의 즉흥시 하나로 감사의 마음에 갈음할까 한다
음악이란 / 이비아
나에게 불멸의 벗
온누리 밫나는 태양
이른 아침 숲속의 공기
안데스 산맥 새벽 장미향처럼
향기로운 마음의 치유제
영원한 벗이 있음에 감사한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빗소리가
이미 지연의 음악으로 존재했어라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음정의 원리
단음에서 발전한 화음의 이치도
이미 우주의 법칙에 존재 했어라
우주 전체가 하나의 소리를 내는 음악
신비한 비밀을 찾아낸 것 뿐이었어라
지금도 지구를 덮은 베토벤의 선율이
지극히 아름다운 명곡선 음파들이
우주의 질서를 관통하고 있을 터
만일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언어를 초월하는 유일한 매개체
그것은 음악만이 가능하리라
내 영혼을 고양시키는 죄고의 선 (善)
음악으로 완성되는 창조주의 사랑
특별한 벗이 있음에 감사한다
크로아티아 여행기 (여행수필)
이제 이 여행기의 마지막 여정인 자그레브 편이다
그동안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여러 도시를 여행한 이야기를 적었는데
처음 크로아티아 땅에 발을 디뎠던 수도 자그레브로 향하고 있다
첫날 인천공항에서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두바이
그곳에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공항에 왔었다
차를 바로 렌트해서 크로아티아 여러 도시와 국경을 넘어 보스니아의 모스타르와
메주고리를 거쳐 다시 크로아티로 넘어와
아드리아해의 보석이라는 두브로브닠에 와서 차를 반납하고 삼일 간 머물다가 떠난다
자그레브로 돌아가는 길은 국내선 자그레브 항공을 타고 이동한다
그런데 비향기 탑승과정 중에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검색원이 우리 카메라 가방을 열어보았는데 자크를 닫지 않고 보냈다
남편이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면서 열린 가방에서 카메라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것이다
사진작가용 큰 카메라 렌즈가 깨지고 뚜껑도 열리지 않는 고장이 생겨버렸다
렌트카도 무사히 반납하고 홀가분했는데 비싼 카메라가 피손되었으니 난감했다
남편은 사진 동호회 회원이 카메라를 물에 빠뜨렸는데 수리비가 백이십 만원이 들었다면서
우리 카메라도 백 만원 이상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갑자기 여행 중 사고에 대비한 보험 생각이 스쳐갔다.
혹시 수리비라도 보상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우리는 그곳 검색원에게 확인 요청을 했다
"한국에 가면 카메라 수리비를 보험 청구하려고 하니 이곳 검샏대에서 떨어졌다는 확인만 해달라고.."
그리고 이건 나의 실수이고 이곳에서의 책임은 전혀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검색원 책임자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항 경찰을 찾아가서 다시 설명을 했는데 경할은 책임자를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책임자가 이십여분 만에 나타났다.
우리는 또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기다려 보라고 들어갔다
한참만에 나온 책임자는 역시 사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불이익이 생길까봐 경계하는 그들을 포기하고 돌아서기로 했다
카메라 문제로 지체하는 사이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 되었지만 다행히 연착되어 이십분이 지연된다고 했다
확인도 못 받고 비행기만 놓쳤으면 모든 일정이 어긋나니 그나마 다행이다
두브로브닠에서는 숙소에서 공항버스 타는 정류장이 가까워서 공항버스로 이동했는데
자그레브에서는 자가용 택시를 예약해 놓온 상태이고 숙소예약도 해두었기 때문이다
자그레브에 도착해서 알아보니 카메라 수리비는 도난과 달리 보상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여행 끝에 사고가 났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작은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된다
자가용 기사는 영어가 통하는 현지인 젊은 청년이었다
아이스 하키 운동을 한 사람으로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의 축구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그가 안내한 숙소는 구도시 지역으로 오래된 아파트 밀집 지역이었다
아파트 건물들이 현대식 건물은 아닌데 외관이 유럽풍 벽돌 건물이었다
우리나라 아파트 대단지와 달리 동간 거리가 없이 아파트를 나가면 바로 차로들이 연결된다
차로변엔 상가들이 있고 거리는 획일적으로 아파트가 다 비슷해 보여서 혼돈되기 쉽다
숙소 여주인과 만나서 들어간 아파트는 겉모습과 다르게 현대식이었다
아파트가 38평형은 되어 보이는데 우리가 전체를 사용하게 되어있다
넓은 거실과 침실이 두 개 , 화장실 두 개, 세탁기.주용품들이 대가족이 와도 될만한 공간이었다
호텔보다 현지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체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
자유여행에서 가질 수 있는 선택의 폭이다
자그레브에서는 일박이일 예정으로 내일 오후에 귀국길에 오른다
체크아웃을 내일 낮 열두시에 하기로 해서 그나마 여유가 생겼다
가방을 들여놓고 시내 구경을 나가 보았다
우선 자그레브 대성당과 돌라체 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십여분 걸어가는데 돌라체 시장 앞길로 트렘이 느리게 오고 간다
돌라체 시장 광장 앞쪽은 기념품 가게들 뒤 쪽으로는 꽃집들이 즐비하고
과일 채소가 풍요로운 재래시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꽃바구니가 우리나라 꽃집에서 보던 모양보다 단순해 보였으나 자연미는 있다
꽃이야 어떻게 꽂아도 예쁘다.
신기한 것은 꽃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국이든 외국이든 밉상이 없다
꽃이 배경이 되어주니 얼굴이 환해 보인다
꽃집 사람들은 대개 장사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만큼 순박하다
꽃과 향기로 기쁨을 선사해주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가
급한일 없는 한 꽃집 앞에서는 바삐 지나가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대성당을 먼저 찾아갔는데 대성당은 하늘 높이 솟아있고 중세기 건축미가 살아 있었다
성당 앞 광장에 마침 중세기 군인 복장을 한 기마병과 군악대가 진군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두 말을 타고 서있는데 대장의 호령소리가 얼마나 찌러찌렁 하던지 서늘한 위엄이 넘쳐났다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군악대는 행진을 시작하고 뒤에는 북을 치며 행진곡을 연주한다
말들은 모두가 잘 훈련된듯 늠름하고 명마의 기품을 풍긴다
루마니아 전통복장을 한 남녀 일행이 성당 앞 거리를 걸으며 시선을 끌고 있다
나는 어린애처럼 군악대 행진 대열을 따라서 걷고 있다
성당 앞 광장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남자 앞에는 관중이 없었는데
여가수가 노래 공연에는 관중이 제법 몰려 있었다
거리 공연은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표현방식이면서 시민 누구나가
다양한 예술세계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공연이 된다
그는 큰 카메라 고장 났어도 작은 카메라로 사진에 담을 것이 많은가보다
우리는 돌라체 시장앞 리어카 상점들에 들려서 기념품들을 샀다
한 기념품 가게에서 보헤미아산 크리스탈 큰 접시와 베네치아 산 작은 쟁반
유고슬라비아 골동품인 등잔도 있다
크리스탈은 가게 여주인이 접시를 머리에 이고 햇빛에 나가 돌리면서
진짜 크리스탈 이라고 강조하는 모습에 구입하게 되었다
가격은 쟁반 등잔과 같이 흥정해서 65 유로 정도 주었으니 크리스탈 접시를 정말 싸게 샀다
한국에서 사려면 적어도 두 세배는 바싸졌을 것이다
외국여행 중에 쇼핑은 자제하지만 기념이 될만한 물건들을 찾아내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흥정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일 것 같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광장 부근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스테이크 두 종류와 맥주를 주문했는데 그동안 다녔던 도시들 중에 음식값이 싼 편이다
이곳이 수도 이기 때문이다. 물가는 수도에서 제일 먼 두브로브니크가 비싼 편이었다
오늘밤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우리는 무사히 마친 이번 여행에 맥주잔을 부딪치며 건배했다
그동안 원활치 않은 네비로 운전해주고 사진에 추억을 담아준 그가 고맙기도 했다
레스토랑애서 갓나온 빵과 소고기 요리와 샐러드도 제일 맛이 있었다
맛있는 저녁에 쿠나로 팁을 놓고 나왔다
자그레브의 아침이 밝아왔다
열두시에 체크아웃 하기로 하고 우리는 한번 더 자그레브 대성당 앞을 다녀왔다
큰 공원을 지나 트렘이 느릿느릿 지나는 철길을 지나면 돌라체 시장과 대성당 광장
하루 지났는데 여러날 된것처럼 익숙한 풍경이다.
한번 더 시장구경을 하고 마트에서 빵과 우유 요거트를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 체크인 할 때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아파트 여주인이 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우리가 숙소비를 언제 내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내일 나가면서 식탁에 놓고 가면 된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 선불로 내겠다며 그 자리에서 지불했더니 고맙다며 미소 지었다
삼십대 중반은 되었을까 ..키가 아담하고 피부가 하얗고 눈이 만화속 캔디처럼 예뻤다
나는 그녀에게 눈이 참 예쁘다고 말해주었더니 그녀도 내가 아름답다고 화답했다
칭찬은 어디서나 고무적인 것, 피부색과 정서가 달라도 서로에게 좋은말 한 마디에 친근해진다
그녀는 아파트를 상냥히 안내한 뒤 잘 쉬라는 인사와 함께 키를 주고 돌아갔다
이제 체크 아웃 하고 자그레브 공항행 예약해 둔 자가용 택시가 올 시간이다
열두시가 되자 정확하게 벨이 울렸다
청소하러 온 아가씨가 너무 젊어서 아르바이트 학생 같기도 하다.
나는 크로아티아 화폐인 쿠나를 톡 털어서 팁을 주고 나왔다
택시를 타고 자그레브 구도시를 나와서 외곽에 있는 공항으로 향한다
자그레브에서 두바이로 가서 그곳에서 환승하여 인천공항으로 날아갈 것이다
비행기에 앉아서 점점 멀어지는 자그레브 공항을 내려다 본다
이번 여행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살아오면서 그와 함께 다녔던 여행 중에 이번 여행은 기억에 많이 남을것 같다
여행사 가이드를 동한 패키지 여행은 편리하지만 자유로움이 덜했고
이번 우리 둘만의 여행은 직접 찾아다녀야 되어 번거로움 중에도
에피소드의 즐거움과 낭만과 자유가 있었다
아마도 나는 이번 12일간의 이국적 풍경과 시간들이 그리울 것이다
폭포와 시냇물이 집들을 휘돌아 흐르고 물푸레 나무에서 요정들이 노래하는 라스토케 동화마을
새벽의 일출과 안개가 목가적인 숙소 통나무집의 아침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수많은 가을 호수들과 숲속의 단풍빛
스플리트 항구도시의 중세기 광장의 밤과 항구의 정박된 유람선과 어선들
그 배들의 불빛에 어리던 나그네의 여수
예정에 없었으나 세계 십대 미항이라는 오미스 항구에 들러 올라간 오미스 절벽 요새
휴양지 흐바르 섬에서 보낸 삼일간의 망중한
그 섬에서 마주한 장미빛 노을
그리고 국경을 넘어 보스니아 가는 길에서 네비고장으로 길을 잃고 헤메다 들렸던 농가
고속도로 주변 야산에서 만난 양치기 할아버지
성모님 발현으로 산골 작은 마을이 세계 명소가 된 메주고리 방문
메주고리에서 여정에 추가된 중세도시 모스타르 여행
다시 국경을 넘어 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를 따라 도착한 아드리아 해의 진주 두브르브니크
아드리아해 쪽빛 바다와 숨막히도록 아름다웠던 일몰
두르로브닠의 올드시티와 중세기의 거대한 성채, 성벽투어,
그곳에서는 우리의 시간도 중세에 멈추어 있었다
슬로우 시티에 온듯이 잠시나마 느림의 삶과 시간을 공유했다
이제 그 모든 시간은 추억이 되었고 나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번 자유여행의 시너지 효과가 나의 정서를 풍부히 해주리라 믿는다
또한 모든 여정을 함께 한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더 존중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열다섯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이 가까우니 안도감이 일고 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가족의 얼굴들
네살배기 손녀의 얼글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어서 지인들과 친구들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들이 함께 살고 있는
내 나라 내 집이 있음을 감사하고 무탈한 여행에 감사기도 드린다.
어느 초겨울의 풍경 / 이비아
모처럼 한가로운 그저께 오전 시간
난 따뜻한 온돌방에 엎드려 반룬의 "예술사"를
흥미롭게 읽고 있었는데
김장을 하신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민족 전래로부터 내려오는
겨울 비타민의 보고인 김장 행사의 호출에
아쉬운 책을 덮고 길을 떠났다
싱싱한 배추와 갖은 부재료들이
한자리에 모여 오래전부터 한 동족이었던냥
어울림의 한마당을 갖는 김장날..
배추는 배추밭을 떠나
무우는 무밭을 떠나
갓과 미나리도 텃밭을 떠나
바다의 해산물은 바다를 떠나
도시의 한 아파트 거실에 모였다
하나 하나 우주의 기운을 받고 자라며
자연의 한부분으로 살다가 정든 땅을 떠나
새로운 영양원으로 거듭날 자리에 모인것이다
생각컨데 우리 인생이란 땅에서도
아픔의 날에 베어 상처를 입기도 하는데
고통은 보다 성숙하고 완성된 삶의 자양분으로
행복의 미네랄이 되는 필수 영양소가 아닐까
이제 채소들의 개성과 고유한 맛을 살리는건
내 어머니의 손길에 달려있건만
"너는 내 손안에 있소이다" 라며
내가 할수 있는 힘을 모아 정성을 기울였다
분주한 와중에도 쌈으로 먹을 수육을 삶으며..
무채를 썰땐 초겨울의 허전한 상념을 잊었고
다른 양념과 섞을땐 허리아픈것도 잊었고
배춧잎 사이로 속을 채울 땐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건강을 기원하는 심정으로 몰두하여
차근차근 넣다보니 하루해가 기울었다
음식 솜씨를 누구도 따를수 없는
엄마의 오랜 노하우를 아직도 전수받지 못한 내게
엄마가 칭찬 한마디를 하셨다
"네가 힘든건 다 해서 쉽게 끝났구나.."
평소 칭찬에 인색하신 편인데 좀 흐뭇하신가보다
"..ㅎㅎ..힘드는건 엄마가 다 하셨지 머..."
새벽에 내가 먼저 일어나 절인 배추를 씻으려고 했는데
아침에 깜짝 놀라 일어나보니 광주리 위엔
노란 배춧잎들이 깔끔히 정렬되어 있었고
마늘과 생강도 전날 미리 다 다져놓으시고선
내게 공을 돌리시는 모습이 노곤해 뵈신다
엄마 혼자 드시자고 이렇게 많은 김장을 하실까
배추가 너무 많다고 걱정하는 내게
그래도 겨울엔 김치가 많아야 김치찌개며 만두도 해먹는다시며
잣과 배와 밤을 채쳐넣는 국물 백김치와 총각무우 김치까지 모두
대형 김치 냉장고에 가득 채워졌다
김치를 사드신다는 엄마 친구분과 엄마보다 더 연로하신
성당 대모님 드릴것까지 담겨졌다
내가 벌써부터 반대로 해드려야 될 일인데
엄마는 김장에 관한 한 전적으로 관여하신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누군가에게 정이 전해지는 일이
마음이 있으면 사랑의 표현이 따르게 되는것이다
힘든데 자고 가라고 붙드시는 엄마 말씀에
저녁은 길건너 향토음식점 병천 순대국밥을 사드리고
사우나에 가자고 하니 낼 가신다며 누우시고
나도 집에 갈 힘이 부쳐서 누워버렸다
고단한 몸을 뉘신 엄마 옆모습에 눈시울이 젖었다
아침에 일어나 이것저것 싸주신 것들을 들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데 홀로 남겨진 그 모습에
갑자기 북받치는 감정을 누를길 없어
엄마를 포옹해드리니 웃으신다
"엄마! 사랑해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아니 가슴 깊숙이 울려나왔다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지 말라고 했던가
누가 내일을 확실하게 보장할수 있을까
자애가 스민 엄마의 미소를 뒤로 하고 오는데
초겨울 아침 햇살이 빛나고 있다
내 마음도 언제나 태양같이 빛날수 있기를..
이제 나뭇가지에 잎새들이 거의 지고
낙엽으로 덮혀서 대지를 감싸고 있다
나목이 늘어선 숲에 노을이 지면
첫눈이라도 펑펑 쏟아져 내리는 날이면
속절없이 가는 세월에 마음 울적한 날이면
잘 익어 깊은 맛이 나는 김치를 꺼내
내 좋은 사람들의 미각을 일깨우며
식탁의 행복을 함께 누릴것이다
첫댓글 이비아님
이메일로 보내시면서 오류가 발생한 듯요. 죄송합니다만 제 이메일 확인 좀 해 봐 주새요. hsr59@daum.net 입니다. 일단 이곳으로 올린 작품을 접수는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왕이면 한글 파일로 첨부해서 올려 주시면 좋겠어요. 혹시 수정 가능하시면 첨부 파일로 이 곳에 한번 더 올려 주시던가 제 이메일로 다시 좀 보내 주세요. 연락처와 사진도 올리게 돼 있어요. 공모시안을 자세히 좀 봐 주세요.
아 ..네..메일이 되어서 다시 보냈습니다
한글 파일에 글씨 일부가 약간 겹쳐서 보이는데 여기선 잘 보입니다
친절한 안내에 감사합니다
이형숙 작가님 안녕하세요
콤퓨터 사정이 있어서 응모작이 늦었군요
응모작은 시나 수필 중 하나만 선택해 주시고
이곳은 문학카페인만큼 '본명'을 써 주시면 합니다
예) 다른 분들의 성함을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淸香(정정숙) 청향선생님ᆢ
자상하신 안내에 감사드립니다
카페가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메일로 확인했습니다 아마도 겹쳐 보이는 건 자간을 160%로 설정하면 돼요. 내가 수정해 놓을 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작품 속에 실명은 넣지 않아야 합니다. 일단 제가 편집하면서 삭제하였습니다. 표지만 실명을 넣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선생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송구합니다
배려의 마음에 용기가 납니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