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위일체 대축일 강론 : 성령께서 하시는 일(요한 16,12-15) >(6.15.일)
* 하느님은 인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신비를 계시로 가르쳐주셨지만, 잘 알아듣고 이해하지 못해 오해하거나 왜곡할 경우가 많습니다. 삼위일체 신비를 잘 알아듣고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한티성지 4박 5일 대침묵 피정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피정은 강사 없는 피정이었고, 식사 때도 침묵을 지켰습니다. 커피, 과자 한 번도 안 먹고, 갖고 갔던 차를 계속 마시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까 얼마나 개운한지 2주 정도 피정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아름다운 대자연, 하느님과 삼위일체를 이루고, 피정 때 하려 했던 계획을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사제피정 가면 유언서를 작성하는데, 새롭게 바뀐 유언서도 2년 만에 수정하면서, 푹 쉴 수 있었던 피정이었습니다.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지 시작 때와 마칠 때 성호경을 긋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식사 전후에, 오늘 미사도 성호경을 그으며 시작했고, 미사 마칠 때도 성호경을 그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성호경 그을 때, 정성스럽게 긋지 않고, 파리 후치듯이 후닥닥 해치웁니다. 성호경 안에는 신앙의 신비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한 번을 바치더라도 정성을 다해 천천히 바치면 좋겠습니다.
아주 유명한 교회학자인 아오스딩 성인이 삼위일체 신비를 연구하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바닷가를 거닐고 있을 때, 어떤 어린아이가 조개껍질로 모래에 구멍을 내고, 바닷물을 그 안에 퍼붓고 있었습니다.
성인은 그 아이의 행동이 궁금해서,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물었더니, 바닷물을 다 퍼서 그 구멍 안에 채워 넣으려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도대체 장난이라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하자, 그때 그 아이는 천사로 변하면서 ‘왜 너는 삼위일체 신비의 심오한 뜻을 믿으려 하지 않고, 머리로만 이해하려고 하느냐?’면서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성인은 천사의 계시 덕분에 삼위일체 신비를 크게 깨우쳤습니다. 그 후 성인은 잎사귀 세 개 있는 클로버 잎으로 삼위일체를 설명하기도 했지만, 세 잎 클로버, 태양 등 다른 어떤 비유를 들어도 하느님을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합니다. 부부 금슬 좋고, 자녀들까지 화목하면 삼위일체이지만, 모든 부부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요? 화목, 사랑과 거리 멀게 사는 부부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심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 ‘삼위일체’가 아니라 ‘삼심삼체’가 될 것입니다. 사랑하며 살기도 바쁜 인생인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우리는 ‘삼(3)’이라는 숫자를 즐겨 사용합니다. 삼 세 번, 삼각형, 삼박자, 삼요소 등 여러 경우에 사용하는데, 삼은 ‘전부, 완전’을 뜻하는 삼위일체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상징하는 신비가 삼위일체 신비만은 아닙니다. 세상 우주만물은 신비로 가득차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 땅, 사람, 모든 것이 신비롭지만, 창조주 하느님의 신비는 모든 것을 초월합니다.
‘천주교 사대교리’ 따라해볼까요? 천주존재, 상선벌악, 삼위일체, 강생구속. 그중에서 삼위일체 신비는 하느님에 관한 최대 신비 중의 하나이고, 가장 핵심적인 신비입니다.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삼위일체 신비를 머리로만 이해하려 하지 말고, 신앙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삼위일체 신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 몸에 비유해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몸이 되려면 머리와 몸과 팔다리가 합쳐져야 합니다. 팔다리가 온전하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잘린 사람, 머리가 비정상적이거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온전한 사람이라 할 수 없습니다. 머리 몸 팔다리가 정상적이라야 건강하고 온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듯이, 삼위일체 하느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우리가 맡은 역할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듯이, 하느님도 한 분이지만, 역할에 따라 성부, 성자, 성령으로 불립니다. 성부 하느님은 세상 만물과 인간을 창조하셨고, 성자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 사시다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또 성령은 예수님 승천 10일 후에 제자들에게 내려오시어 용기를 주셨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십니다.(성부는 창조, 성자는 구원, 성령은 성화) 이처럼 성부 성자 성령은 각각 다른 역할을 하지만, 한 분이고, 우리가 하나 될 수 있게 일치하십니다.
신심 깊은 교우에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분은 삼위일체 신비가 이해되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성호경을 수백 번 계속 바쳤더니, 삼위일체 신비를 아주 강렬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삼위일체 신비가 잘 이해되지 않을 때 성호경을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바치면 하느님이 반드시 깨닫게 해주실 것입니다.
삼위일체 신비를 고백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천천히 십자성호를 긋고 성호경을 외우는 방법입니다. 영광송과 사도신경을 바치면서 삼위일체 신비를 묵상해도 좋겠습니다.
삼위일체가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삼위일체를 이루지 않으면 가정, 직장, 인간관계, 본당, 모든 곳이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습니다. 성호경, 영광송, 사도신경을 늘 바치면서 삼위일체 신비를 살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