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최용현(수필가)
뉴잉글랜드의 명문 베어드 고교생 찰리(크리스 오도넬 扮)는 크리스마스 때 비행기를 타고 오레곤 집에 갈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추수감사절 연휴 동안 일을 하기로 한다. 찰리는 학교 게시판을 보고 찾아간 집에서 시력을 잃고 퇴역한 육군 중령 프랭크(알 파치노 扮)를 만나게 되는데, 그의 괴팍한 성격에 당황한다. 그러나 연휴 동안 그를 돌보기로 약속한다.
도서관에서 야간아르바이트를 하던 찰리는 친구인 조지(필립 시모어 호프먼 扮)와 함께 밤늦게 하교하던 중 급우 세 사람이 학교의 독재자인 교장(제임스 레브혼 扮)의 전용 주차장 위에 부비트랩을 설치하는 것을 본다. 이들은 찰리와 조지에게 아무 말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사라지는데, 그때 한 교사가 찰리와 조지를 보게 된다.
다음 날 아침, 교장이 주차하고 차에서 나올 때 부비트랩 풍선이 터져 교장과 차가 흰 페인트를 뒤집어쓰게 된다. 교장은 찰리와 조지를 교장실로 불러 연휴 끝나고 월요일 징계위원회 때까지 범인이 누군지 실토하지 않으면 퇴학시키겠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학교에 기금을 많이 내는 조지를 내보내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찰리에게 하버드대학교 입학을 보장하는 추천장을 써주겠다며 실토하라고 회유한다.
연휴 첫날, 찰리가 프랭크의 집을 찾아가자, 프랭크의 조카 부부와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프랭크는 찰리를 택시에 태우고 공항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일등석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간다. 프랭크는 ‘일급 호텔에 숙박하면서 최고급 음식과 와인을 즐기고, 다음엔 리무진을 타고 형님 댁을 방문하고, 멋진 여자와 하룻밤을 즐긴다. 그다음엔 침대에 누워서 머리에 총을 쏘지.’ 하고 말한다.
다음 날, 찰리는 학교 문제를 프랭크에게 털어놓는다. 형님 댁을 방문했다가 고급 식당에 찰리를 데려간 프랭크는 옆자리에 앉은 여인 도나(가브리엘 앤워 扮)의 향기를 감지하고 그녀가 사용한 비누를 알아맞히는데, 두 사람은 대화하다가 홀 가운데에 나가 함께 탱고 춤을 추고 손님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는다. 그날 저녁 프랭크는 호텔에서 멋진 여인을 소개받아 하룻밤을 즐긴다.
다음 날 오전 내내 프랭크가 침대에 누워 있자, 찰리는 그가 페라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내고 페라리 매장에 가자고 제안한다. 두 사람은 페라리 컨버터블을 시승하게 되는데, 운전대를 잡은 프랭크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찰스의 안내대로 신나게 질주한다. 그러다가 경찰에 걸리지만, 맹인 사실을 들키지 않고 넘어간다.
호텔로 돌아온 프랭크는 시가를 사달라고 심부름을 보내는데, 찰리가 나가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되돌아온다. 군복을 입은 프랭크가 권총을 꺼내놓고 있었다. 찰리가 총을 달라고 하자, 그는 ‘내가 살아야 할 이유 하나만 대봐.’하고 말한다. 그러자 찰리는 ‘두 개를 대죠. 중령님은 누구보다 탱고를 잘 추고, 페라리도 잘 몰아요.’ 한다. 결국 실랑이 끝에 권총을 내려놓는다.
월요일 아침, 리무진을 타고 프랭크와 함께 학교로 돌아온 찰리는 전교생이 모인 징계위원회에 참석한다. 조지는 아버지와 함께 와있었고, 찰리 옆에는 프랭크가 보호자라며 앉는다. 조지는 렌즈를 끼지 않아서 범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찰리는 누군지 봤지만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교장은 찰리를 퇴학시키겠다고 말한다.
이때 프랭크가 일어나서 퇴역 육군 중령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동료를 팔아넘기면 상을 주고, 의리를 지키면 벌을 주는 것이 명문 베어드의 전통이냐며, 동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찰리야말로 바른길을 가는 것이 아니냐고 열변을 토한다. 징계위원들은 숙의 끝에 찰리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학생들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진다.
프랭크는 오레곤 집에 가기 전에 만나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고 찰리와 약속한다. 그리고 살던 조카 집으로 들어간다. 집 앞에서 놀고 있는 조카의 아이들에게 프랭크가 다정스럽게 말을 걸며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 1992년)’는 조반니 아르피노의 소설 ‘어둠과 꿀’을 원작으로 만든 이탈리아 영화 ‘프로푸모 디 돈나’(1974년)를 미국 배경으로 바꿔서 리메이크한 영화이다. ‘비버리 힐스 캅’(1984년)으로 유명한 마틴 브레스트 감독이 제작과 연출을 맡았으며, 골든 글로브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제목은 ‘여인의 향기’지만, 실제로는 프랭크와 찰리의 브로맨스 영화이다. 알 파치노의 시각장애인 연기가 일품인데, 그는 이 영화로 네 번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실패를 딛고 다섯 번 만에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조연상 후보까지 합치면 일곱 번 실패했지만, 여덟 번째 성공한 것이다. 그야말로 7전 8기이다.
3,1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전 세계에서 1억 3,500만 달러를 벌어들여 흥행에도 성공했다. 학교 장면은 뉴저지의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촬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에 개봉하여 서울 관객 5만 명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이후 알 파치노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에 힘입어 비디오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프랭크 중령의 첫 후보는 명우 잭 니콜슨이었다. 그는 ‘어 퓨 굿 맨’(1992년) 출연을 위해 이 영화 출연을 포기한다. 두 번째로 알 파치노에게 제의가 가는데, 그는 시각장애인 연기가 부담스러워서 거절한다. 그러나 에이전트의 적극적인 권유와 조언에 따라 다시 제의를 수락한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알 파치노와 가브리엘 앤워의 탱고 춤 장면이다. 이때 나오는 곡은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가르델이 작곡한 ‘Por Una Cabeza(포르 우나 카베사)’이다. ‘머리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경마(競馬)에서 근소한 차이로 졌을 때 쓰는 스페인어란다. 두 사람은 2주일 동안 춤 연습을 했고 실제 촬영에는 3일이 소요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