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봐서는 너무 막연하다. 요즘 같은 맹 폭염에 《사피엔스》같이 700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을 읽겠다는 것도 조금은 맹하다. 하지만 지금 읽지 않으면 영원히 읽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옥죄어 왔기에 그전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 시대의 고전이라고 느꼈던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교수가 쓴 신작이라는 데서 더욱 그랬다. 저자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그를 모르는 사람에게 중언부언하고 싶지 않아서다.
서론은 필요 없다. 《사피엔스》처럼, 《호모데우스》처럼,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처럼, 내 얕은 지성을 파고들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는 《넥서스(Nexus)》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 넘어가야겠다. 사전적 의미로는 ‘결합’ 또는 ‘연결’이지만, ‘통신로와 통신 단말기가 상호 접속된 네트워크 ⇒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단어 하나 해석 조차도 쉽지가 않다. 이해되지 않거나, 너무 어렵다고 느끼면 그냥 넘어가더라도 책장은 넘겨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서문에서 하나의 역사 사실을 소개하듯이, 18세기 후반 독일의 부유한 가정 출신인 괴테 가문의 경우에도 총 12명의 아이들 중 3명만이 성인이 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죽었다. 괴테가 〈마법사의 제사〉를 쓴 1797년 독일 어린이 약 50%는 겨우 15살까지 살았다. 전 세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혈액형 등 문제요인에 대한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공유하지 않았다면 이런 끔찍한 일은 계속되었을 것이다.
지금을 우리는 ‘AI 시대’라고 한다. 정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음악, 의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축음기가 음악을 재생하고, 현미경이 세포의 비밀을 찾아주었지만, 그것이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하거나 신약을 합성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AI는 비유기적 코드를 작성하고, 새로운 생명 형태를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AI 시대인 것이다.
과학은 개인적인 탐구에서가 아니라, 제도적인 협업으로 발전되었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서 진실을 찾으려는 현대 과학의 이상을 포기하는 대신에 신의 계시나 신비주의에 의존하는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같은 전통 종교들은 일반적으로 인간을, 전지전능한 신의 개입을 통해서만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고, 권력에 굶주린 믿을 수 없는 존재로 간주해왔다. 2020년 초까지도 브라질과 트리키예, 미국에서, 인도에서 포플리즘 정당들이 이런 전통적 종교의 입장에 동조했다. 현대 종교에 대한 급진적 의구심을 표명하는 반면에 고대 경전에서는 완전한 믿음을 선언했다. 〈뉴욕타임스〉나〈사이엔스〉에 실린 기사들이 권력을 얻기 위한 엘리트들의 계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경》,《쿠란》,《베다》에 쓰인 내용이 절대적 진리라고 주장했다.
대규모 인간 네트워크에 필수적인 두 가지 원리인 신화와 관료제, 고대 왕국부터 현대 국가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정보 네트워크가 어떻게 ‘신화제작자’들과 관료들에게 의존해 왔을까? 《성경》의 이야기는 교회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었지만 교회 관료들이 그의 이야기들을 선별하고 편집하여 전파하지 않았다면, 《성경》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과거를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이 그대로이고, 무엇이 변하고 또 어떻게 변하는지 가르쳐준다. 역사는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미래의 모습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최악의 결과는 막을 수도 있다. 미래를 바꿀 수 없다면, 미래를 논하는 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대상이 나와 다른 인간인지, 아니면 인간인 척하는 챗봇인지 더 이상 알 수 없다면, 민주주의 사회는 어떻게 금융과 젠더 같은 특정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계속할 수 있을까? 정보 네트워크의 과거, 현재, 그리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살펴보기 전에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질문들로 시작하게 된다. 정보란 무엇인가? 정보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상은 이 책의 서문을 요약한 것으로 저자가 살피고자 한 대략이다. 아마도 본론으로 들어가면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어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쉽게 이해될는지는 잘 모르겠다.
【제1부】인간 네트워크
무엇이 진실인가? 정보란 무엇이고, 무엇 하는 것인가? 정보는 왜 왜곡되는가? 이런 문제들은 꼼꼼히 살피면 아주 복잡하다. 여기에서 다 설명하기는 더 복잡하고 난해해 보인다. 《성경》은 전염병을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처벌로 묘사하고 전염병을 멈추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도와 종교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경》은 인간의 기원, 이주, 전염병에 대한 현실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수십억 명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고 있다. 특히, 유대교와 기독교를 탄생시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성경》은 수십억 명 인간을 종교 네트워크로 묶는 사회적 과정을 개시했던 것이다. 종교 네트워크는 사원을 짓고, 법체계를 유지하고, 기념일에 축제를 열고, 성전을 치르는 등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다 했다. 이렇게 정보는 현실을 재현하기도 하고, 재현하지 않기도 한다. 정보라는 것은 항상 연결된다. 이것이 정보의 근원적 특징이다.
(이하 독후감은 따로 붙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무 길어서 읽기가 지루할 것 같아 재미 없다면, 그냥 여기서 접는 것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