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참치집… "시가 좋아 행위 예술을 하는 겁니다"
특이한 음식점 사장님이 있다는 이야기를 풍문으로 들었다. 명지의 한 참치집에서 손님에게 자작시를 읽어주고 대가로 돈 1천 원씩 받아 챙긴다(?)고 했다.
한 손님이 그의 시 두 편을 듣고는 1만 원을 냈다. 앞으로 들을 시 8편을 남겨두고 왔으니 가서 한 번 들어 보라고 했다.
그에게 가게 이름을 물었다. 글쎄 '히토는 사람(히토=사람)'이라는 게 아닌가. '빙고는 개 이름'이라지만, 무슨 상호가 그럴까.
'참치 뱃살 전문점'을 내건 가게였지만 그다지 전문성을 기대하고 간 건 아니었다. 주인장이 어떤 사람인가가 더 궁금했다.
시와 그림의 전시 공간을 겸한 가게는 의외로 깔끔했다. 한쪽 편에는 '월간 문학' '계절 문학'' 한국 문인' 등의 문학 잡지가 쌓여 대충 짐작이 갔다. 둘이서 참치 뱃살+뱃살 초밥 5만 원짜리를 주문했다. 김과 기름장을 내는 모습을 보고 무한리필 정도의 품질을 예상했다.
주문대로 참치 뱃살과 초밥이 같이 나왔는데 양이 꽤 되었다. 반전이었다. 참치 뱃살의 상태가 괜찮더니 역시나 맛도 있었다.
참치 뱃살이라면 술 한잔하기에는 특A급 안주다. 사실 접대받는 자리가 아니라면 좋은 참치를 부담 없이 먹기는 힘들다. 여기서라면 그게 가능할 것 같다.
3명 이상이면 도합 8만 원에 머리 살과 눈물주를 먼저 먹고 나머지를 오븐에 구워주는 코스를 권한다. 옆에서 보니 정말 참치로 배불리 먹게 해 준다. 저걸 시켰어야 하는데….
전경실 대표가 땀을 흘리며 한참을 참치 머리 살을 발라내더니 이윽고 '열두 달'이라는 자작시를 손님에게 읽어준다. "하루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또 하루는 나 자신을 위해/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전 대표는 국제 무역을 20년 넘게 해온 무역인이자 시인이다. 이것만 해도 바쁠 텐데 직장을 마치면 또 요리인으로 변신한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저는 돈을 좇는 사람이 아니고, 시가 좋아서 행위 예술을 하는 겁니다. 좋은 집에 좋은 분들이 많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짜 요리사(?)가 진짜 음식을 낸단다.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진짜 음식'이라는 데 동의한다. 가게에서 모은 '사랑의 모금함'은 사하구 복지관에 전달되어 독거 노인 점심 지원에 쓰고 있다. 넉 달간 97만 원 넘게 모금이 되었으니 그의 시 낭송도 꽤 인기인 모양이다.
참치뱃살+뱃살 초밥 3만 5천, 5만 원. 가마살통구이 1만 5천 원. 참치스테이크 1만 원. 부산 강서구 명지동 3257-10 하늘채 101호. 영업시간 15:00~24:00. 일요일 휴무. 051-294-1777.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첫댓글 덕분에 잘 먹겠습니다
잘 계시죠~^^
@handyman 예.사장님도 건강하시죠
항상 활기차고 부지런한 모습
부럽네요.조만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