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3656]퇴계선생-玉堂憶梅[옥당억매]
玉堂憶梅[옥당억매]
一樹庭梅雪滿枝。일수정매설만지
風塵湖海夢差池。풍진호매몽차지
玉堂坐對春宵月。옥당좌대춘소월
鴻雁聲中有所思。홍안성중유소사
뜰에 매화 한 그루, 가지에 눈이 만발한데 / 一樹庭梅雪滿枝
세상 풍진에 품었던 꿈이 어긋났구나 / 風塵湖海夢差池
옥당에 앉아서 봄 밤의 달을 대하니 / 玉堂坐對春宵月
기러기 우는 소리에 생각되는 바 있도다 / 鴻雁聲中有所思
이하 [퇴계선생연보 1권]
21년 (임인) 42세 2월, 홍문관 부교리에 임명되고, 전직은 겸하였다.
3월에 경연 자리에 입시하여 글을 보다가 아뢰기를,
“한 시대가 흥하는 데는 반드시 그렇게 될 만한 규모가 있는 법입니다.
동한(東漢) 광무제(光武帝)는 외척을 중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망하게 되어서는 오로지 외척의 손에서 망하게 되었습니다.
창업한 임금들이 친히 규모를 세웠다지마는, 그 자손들은 이를 지키지 못하고
나랏일을 그르쳤습니다. 장제(章帝)도 어진 임금이었으나,
그때부터 비로소 외척이 세도를 부리는 조짐이 생겼던 것입니다.
대개 역사책을 읽을 때는 모름지기 세상이 잘 다스려지고 혼란해지게 되는 까닭을
살펴야 유익할 것입니다.” 하였다.
○ 선생의 취향은 높고 깨끗하여, 항상 거리낌 없이 선뜻 물러나겠다는 뜻이
있기 때문에, 비록 영예로운 벼슬자리에 있어도 즐겨하지 않았다.
이해 봄에 옥당에서 숙직하고 있으면서 매화를 그린 시가 있었는데,
뜰에 매화 한 그루, 가지에 눈이 만발한데 / 一樹庭梅雪滿枝
세상 풍진에 품었던 꿈이 어긋났구나 / 風塵湖海夢差池
옥당에 앉아서 봄 밤의 달을 대하니 / 玉堂坐對春宵月
기러기 우는 소리에 생각되는 바 있도다 / 鴻雁聲中有所思
하였으니, 그의 고결하고도 단아한 마음이 있는 바를 엿볼 수 있다.
의정부 검상(議政府檢詳)에 임명되었다가 이내 어사가 되어 충청도에 내려가서
군ㆍ읍에서 흉년 구제 작업이 잘되고 있는지를 검찰(檢察)하다.
4월, 돌아와 결과 보고를 하다. 임금이 인견(引見)하여 흉년 구제 상황을 물으니,
선생이 아뢰기를, “옛사람이 말하기를, ‘나라에 3년을 지탱할 저축이 없으면
나라 꼴이 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이제 한 해 흉년이 들었다고
공사 간에 군색하고 결핍됨이 이러하니, 금년에도 만일 농사일이 실패된다면
흉년 구제는 모양새를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보통 때에 경비를 절약해서
저축하여 두어야 예상치 못한 재해가 있더라도 군색하고 급히 서두를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공주 판관(公州判官)
인귀손(印貴孫)은 못되고 탐욕스러우며, 흉년 구제를 잘 수행하지 않았으니
그 죄를 다스리소서.” 하여,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회재(晦齋) 이 선생(이언적(李彥迪))을 남쪽 교외에서 전송하다.
그때에 회재가 경주로 돌아갔다. 5월, 통덕랑(通德郞)이 되고,
사인(舍人) 겸 승문원교감 시강원문학으로 승진하다.
이하=退溪先生文集外集卷之一 / 詩
玉堂憶梅
一樹庭梅雪滿枝。風塵湖海夢差池。
玉堂坐對春宵月。鴻雁聲中有所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