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바위봉 연릉
길이 끝나는 데서 등산은 시작된다. 평지의 길은 물론 산길마저 희미해지는 지점-고개 너머
로 가는 등짐장수, 두메산골 화전민들이 터놓은 고갯마루길, 다시 그 산속으로 초동(樵童)이
닦아 놓고, 약초꾼이 다지고 산사(山寺)의 대중들이 밟아 놓은 눈에 보이는 산길, 그런 흔적이
전혀 없는, 말하자면 사람의 발자취가 끊기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등산이다.
--- 김장호,「산길에서」에서
▶ 산행일시 : 2011년 12월 10일(토), 바람 없고 맑음
▶ 산행인원 : 13명(자연, 숙이, 드류, 김전무, 감악산, 대간거사, 더산, 신가이버, 도자,
제임스, 백작, 승연,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40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1.1㎞(트럭으로 이동한 거리 제외)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6 : 3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30 - 춘천시 산북면 추곡리(楸谷里) 도솔지맥 넘기 전, 산행시작
09 : 38 -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芳川里), 방천2리 마을회관, 운수골
09 : 50 - 노장골 마지막 민가
10 : 37 - 임도
12 : 35 ~ 13 : 13 - 1,065m봉 직전 안부, 중식
13 : 55 - 사명산 주능선(도솔지맥) 진입
14 : 10 - 사명산(四明山, 1,198.6m)
14 : 49 - 1,031m봉
16 : 00 - 월북현(越北峴)
16 : 19 - 806m봉, ┣자 능선 분기, 도솔지맥은 직진, 오른쪽 지능선으로 감
16 : 50 - ┣자 능선 분기, 오른쪽으로 감
17 : 10 - 양구군 양구읍 웅진리(雄津里) 선정사 아래 도로, 산행종료
18 : 20 ~ 20 : 35 - 남춘천, 목욕, 석식
21 : 55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운수골 가는 중 도솔지맥 넘기 전 뒤돌아 봄
▶ 운수골(雲水谷) 가는 길
죽엽산 바라보며 지난 늦가을 염천으로 저기서 생고역을 치른 일을 상기하고 46번 국도 추곡
터널을 지난다. 운수골로 가는 길은 중추곡 가기 직전에서 유턴하다시피 하여 46번 국도를
빠져나와 왼쪽의 상추곡 가는 길로 들었다가 ┤자 갈림길에서 직진하여야 한다. 우선 양지쪽
이겠다 지대가 낮아 그레이더가 지나간 자리는 눈이 다 녹았다.
서울도심과는 전혀 딴 세상인 창밖 설경을 황홀히 감상하다가 찍찍이 뜯었다 붙이며 스패츠
단단히 맨다. 영희언니가 두메 님 편으로 보내준 손난로를 수대로 하나씩 들고 흔들어 발열을
재촉한다. 금방 따끈따끈해진다. 왼쪽의 지계곡이 암거(暗渠)로 돌아가고 오르막이 시작되려
는 지점이다. 승용차 한 대가 길 한가운데에서 마주보고 멈춰 서있다. 이때 왜 그런지 사태를
제대로 파악했어야 옳았다.
우리도 차 멈추고 어디 함부로 길 막고 있느냐며 여러 눈 부라렸더니 승용차가 갓길로 비켜
내려간다. 바로 브레이크 풀고 올라가려니 미끄러워 오히려 뒤로 밀린다. 빙판이 섞여있다.
뒤로 멀찍이 물렀다가 힘차게 추동하여 오른 건 겨우 수 미터. 멈춰 선다. 차에서 내려서 민
다. 밀어본다. 어림없는 일이다. 한 바퀴도 더 나아가지 않는다.
체인을 감는다. 자 가자하고 차에 올라탄다. 간다! 환호성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체인이 끊어지
고 비틀하다 멈춘다. 오른쪽 바퀴에 감은 체인이 잠깐의 맨땅과 마찰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걸어가는 수밖에. 빙판 피해 길섶으로 간다. 도솔지맥 마루금이자 △696.1m봉과 운수현 사이
의 안부인 고갯마루가 꽤 멀다. 여기를 차로 넘으려하다니. 모르면 용감한 법.
죽엽산 넘어오는 고갯마루. 도솔지맥 양쪽의 등로가 훤하다. 애써 못 본 체하고 고개 넘는다.
북쪽 도로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였다. 산모롱이 길게 도는 도로를 질러가려고 사면으로 쏟고
자 접근했으나 도로에 접한 절개지는 절벽이다. 얌전히 도로 따라 내린다. 고개의 경사가 완
전 누그러진 지점이다. 박차(拍車)했다가 돌아간다는 소형덤프트럭에 올라탄다. 젊은 기사님
이 아주 화통하다. 후미 오도록 한참동안 기다려준다. 빙판이라 체인 감았어도 살살 기어간
다. 방천2리 마을회관이 있는 운수골 ┣자 갈림길에서 고맙습니다 합창하며 내린다.
2. 운수골 가는 도로 옆 사면
3. 운수골 뒤 591m봉
4. 노장골
5. 임도 따라가며 어느 사면으로 올려칠까 훑어 봄
6. 골짜기
▶ 사명산(四明山, 1,198.6m)
운수골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사슬목과 노장골로 갈라진다. 우리는 왼쪽 노장골로 들어간다.
‘운수대통 운수골 안내도’의 한화자 씨 집일까? 마지막 민가다. 할머니가 우리더러 이 눈 속에
산을 간다며 걱정하고 그 옆에서 서성이는 잘 생긴 허스키는 사람들이 반가워 꼬리 흔든다.
이제부터 눈이 깊다. 골로 들어간다.
무덤 나오고 나무 건드려 눈보라 뒤집어쓰며 지계곡 건너고 묵밭을 지난다. 길이 끝난다. 인
적(人跡)은 물론 수적(獸跡)조차 없다. 김장호가 말하는 등산이 비로소 시작된다. 멀리서는 잣
나무숲 누운 설사면이더니 다가가니 일어선 설벽이다. 뒤로 무르기 예사다. 수 회 걸음질하여
1보 전진한다. 불과 25분 몸부림이 무척이나 길다.
임도로 올라선다. 잠시 휴식. 메아리 님이 즉석조리한 과메기 안주로 분음하는 탁주 맛이 그
만이다. 이러니 주량 는다. 임도의 눈도 깊다. 임도 따라 산모롱이 돌고 생사면을 올려친다.
절개지 절벽 오르고도 가파르다. 잡목이 홀더고 버팀목이다. 눈은 점점 더 깊어진다. 무릎까
지 찬다. 바람 없어 일목일초 만발한 설화가 탐스럽다. 암릉이 나온다. 눈이 없으면 시시했을
암릉이 대단한 험로다. 직등. 짜릿한 손맛 본다.
1,065m봉 오르기 직전 안부. 눈밭 다져 너른 점심자리 만든다. 도자 님 배낭이 비박이라도 하
려는 것처럼 불룩하더니만 추어탕을 끓일 대자 냄비가 들었다. 내 경솔히 식탐 부린 통에 만
복 겨워 어깨 들썩여 숨 쉬고 갈 길 먼 행보 또한 뒤뚱인다. 나지막한 산등성이라도 눈 깊어
가급적 돌아 넘는다. 너나없이 엎어지기 부지기수. 눈사람이 되어 일어난다.
주능선의 눈길도 우리가 첫발자국 낸다. 둘러보면 점입가경이다. 나뭇가지 휘청한 설화는 새
푸드덕 나는 소리에 우수수 낙화로 진다. 전망대 들리고 사명산 정상. 인제, 양구, 화천, 춘천
4개 고을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하여 그 이름이 유래한다니 적실하다. 일망(一望)하여 무제(無
際)하다. 파로호 건너 해산은 물론 저 멀리 백석산 대암산 가리산 화악산 대성산이 납작 엎드
렸다.
사명산에 오르면 소양호와 파로호가 보이고, 가을에는 오색단풍이 끝없는 파도로 출렁인다
(登頂兩湖望 丹楓萬態波)하여 한때 양구팔경(楊口八景) 중에서 제1경으로 꼽았다. 나는 ‘겨울
에는 설산이 끝없는 파도로 출렁인다’고 단풍을 설산(雪山)으로 대체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
다. (지금의 양구팔경은 제1경 두타연, 제2경 펀치볼, 제3경 사명산, 제4경 광치계곡, 제5경
파서탕, 제6경 파로호, 제7경 후곡약수터, 제8경 생태식물원이다)
7. 1,065m봉 근처
8. 문바위봉
9. 문바위봉 너머
10. 오른쪽 멀리는 오봉산, 그 앞은 부용산
11. 죽엽산
12. 문바위봉
13. 사명산 주능선(도솔지맥)
14. 김전무 님
15. 자연 님
16. 문바위봉 연릉
17. 봉화산
18. 봉화산
▶ 월북현(越北峴), 806m봉, 하산
첩첩설산 보고 또 보고 두고 가는 설경이 아깝다만 한기 느껴 사명산을 내린다. 주등로에 눈
이 덮였을 뿐이어서 줄달음으로 눈 지친다. 절반은 스키 타듯 발바닥에 간지러운 스릴 느끼며
스르륵 미끄러져 내린다. 오른쪽으로 선정사 가는 ┣자 갈림길이 가깝다. 약간 오르면
1,031m봉. 완만하게 내린다. 눈 속 통나무계단이 지치는 발에 걸려 덜거덕하는 소리가 난다.
일부러 사면 들린 더산 님은 대물 더덕을 놓쳤다며 그 줄기를 보여준다. 더덕이 뇌두에서 줄
기를 끊고 도망갔다는데 줄기가 아닌 게 아니라 칡덩굴만큼 실하다. 상주보다 곡쟁이가 더 서
럽게 운다고 내가 더 서운해 해주고 일행에게 광고까지 하였다. 나지막한 봉우리 2개 넘고 길
게 내려 오른쪽으로 선정사 가는 ┣자 갈림길 안부. 일행 4명은 선정사로 탈출한다고 오른쪽
사면으로 내렸다가 임도 만나서 임도 따라 821m봉을 돌아 월북현에서 합류한다.
821m봉은 왼쪽 사면을 벌목해 놓아 조망이 매우 좋다. 봉화산 대암산 대우산 가칠봉 백석산
정상마다 눈을 하얗게 이고 있다. 821m봉 내린 안부는 임도가 지나는 월북현이다. 등로는 도
솔지맥으로 여전히 산행표지기 달고 탄탄하다. 봉우리 3개 넘어 ┣자 능선 분기봉인 806m봉.
너른 헬기장이다. 도솔지맥은 직진하여 청량현으로 가고, 우리는 하산하려 오른쪽으로 간다.
해는 사명산 너머로 기울고 산그늘 길게 드리운다. 등로의 눈은 얼기 시작하여 발아래에서 사
각사각 소리 낸다. 어두워지면 겨울산은 안면몰수 하여 더욱 준엄하고 단호해진다. 대기는 분
위기 짐작하고 싸늘해진다. 우리는 웃음 삼가고 발걸음 서둔다. 연호하여 선두와 후미 간격
계량한다. 551m봉으로 내리기 직전 ┣자 능선 분기. 오른쪽 지능선으로 간다.
눈 덮여 어차피 길은 보이지 않는다. 쭉쭉 내린다. 제동(制動)은 잡목 주간. 확 붙잡은 잡목이
부러진다. 앞사람의 미끄러진 발자국은 타산지석이다. 미리 비켜 새길 낸다. 산기슭 덤불숲
뚫으니 선정사 아래 도로다. 하이파이브 한다.
19. 봉화산
20. 일산(해산)과 파로호
21. 우리가 앞의 능선으로 사명산을 올랐다. 건너는 죽엽산
22. 사명산 정상
23. 사명산 내리는 길
24. 사명산 사면
24-1. 월북현으로 내리기 전 821m봉에서, 멀리 하늘금은 북녘 산
25. 큰꽃으아리(Clematis patens)
미나리아재빗과의 낙엽활엽 덩굴나무. 길이는 2~4미터이며, 잎은 마주나고 세 쪽 겹잎
또는 우상 복엽으로 작은 잎은 피침 모양이다. 5~6월에 흰색 또는 연한 자주색 꽃이 가지
끝에 하나씩 피고 열매는 둥근 수과(瘦果)로 가을에 익는다. 어린잎은 식용하고 관상용으
로 재배한다.
첫댓글 산은 겨울산 설악산
산행기는 산진이님 드류님, 아 너무 멋지세요 ㅎ
현장에서 즐겨본 설경보다
책상에서 보는 설경이 훨 나아 보일만큼
드류님에 산사진은 매직입니다.
登頂兩湖望 雪山萬態波 이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형님~~~
"사명산에 오르면 소양호와 파로호가 보이고, 가을에는 오색단풍이 끝없는 파도로 출렁인다
(登頂兩湖望 丹楓萬態波)하여 한때 양구팔경(楊口八景) 중에서 제1경으로 꼽았다. 나는 ‘겨울
에는 설산이 끝없는 파도로 출렁인다’고 단풍을 설산(雪山)으로 대체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형님의 필체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지금까지 기록하신 거 모두 모아서 책이라도 엮어 보심이 어떨지요...
출판사 하나 소개해 드릴까요? ㅎㅎㅎ
형님 글을 읽다보면 자동으로 산행정리가 되어 머리속을 가득 채우는 느낌입니다.
설경이 너무아름다워 함께 보려구 데려갑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