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들
적조했었소이다.
몸은 아직 안 웅클어들었는데... 마음이 움추러들어 그냥 그렇게 지냈답니다.
연말... 연초에 설악산도... 몇泊씩... 두 번 들락거렸고... 저 남녁... 광양땅 근처의 산도 2박 3일간
헤메이다 왔습니다만... 산행기 쓰기도 귀찮고. ㅠㅠㅠ
그러나.... 다시 마음 추스릴려고.... 설 다음날... 동네 사람들이랑 함께한 지리산행기...퍼다가 올립니다.
올해도 변함없는 건강한 마음... 건강한 몸으로 지냅시다그려^^
성재 배상
집사람 덕분(?)에....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세 부부가 한 달에 한번... 근교산을 오른다.
지난 12월 <도봉산> 산행시.... 우연하게 나온 <지리산> 이야기.
' 까짓~~ 시간 내서 한번 갑시다'
언 제: 2009. 1. 27(화) - 29(목) 2박 3일간
어디로: 음정 - 벽소령대피소(1박) - 장터목대피소(2박) - 천왕봉 - 중산리
첫째날(2009. 1. 27.)
아침 7시. 아파트앞에서 세집이 모이다.
봇짐들이 다들 고만고만한데... 내짐만.... ㅠㅠㅠ
그러나... 어쩌리요. 지리산 촛자(?)들 모시고 가기로한 죄로... 또... 집사람이 근래에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횟수가 많아져... 집사람 짐을 적게해주다보니 ...
8시 20분 발 <백무동>행 버스를 타기 위해...두 대의 택시로 동서울터미널로 이동.
설끝이라 그런지... 버스는 만원이다.
12시20분. <마천> 도착.
경남식당이던가??? 정식 4인분과 삼겹살 2인분으로 점심.
어쩌다 이곳에서 오르거나 내려올때는...꼭 전화를 드리는 이기사님이 한 차로 가자고 하시어....
여섯 명이.... 바리케이트 앞까지 한 차로 오르다.
'이기사님... 고마웠습니다'
쉬엄쉬엄.... <벽소령대피소> 오르는 사면에 다달았는데.... 먼저 오르던 집사람이...
몇발작 오르기도 전에... 미끄러지며... 한 바퀴 돌아... 굴러 내린다. ㅋㅋㅋ
'까르르르' 할망들 웃음소리. 늙으나 젊으나 여자들은 웃음이 많은 것같다.
'왠 곰이... 크크크' 웃을 수도... 그렇다고... 웃지 않을 수도 없는 남자들 웃음소리.
여자들에게는 아이젠을 채우고....대피소에 도착하니 16시 40분.
먼저....지정석인 취사장 맨구석 자리에... 빨래판 두 장을 깐다.
이제는 물 걱정.
대피소 물사정이 않좋다는 말을 들어.... 오르는 중간 계곡에서 물을 뜨려했으나....
그곳도 계곡이 얼어... 물 보충을 못했다.
혹시나... 물이 나오나 하고... 직원에게 물었으나.... 역시나... 한 방울도 안나온단다. ㅠㅠ
그러나...밥해먹을 물은 주겠단다.
숙박 인원이 적어서 인심(?)을 쓰는건가? 여하튼.... 고맙습니다. ^L^
먼저... 자리를 예약한 저와.... 한 놈이... 인원이 많다고 하여... 5리터가량을 받고...
할미꽃도 꽃은 꽃이니까.... 미인계로 또.... 3리터가량 더 얻고. ㅋㅋㅋ
이제는 마시고... 먹고... 자는... 제일 기분 좋은 일만 남았다.
두째날(2009. 1. 28(수)
초저녁인 20시에 소등을하여... 잠을 잤으니(사실... 난... 그때가 잠자는 시각이긴하다)
새벽 3시쯤 잠이 깨다.
하던 버릇대로.... 빨래판을 갖고... 마루(?)로 나와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책을 읽다.
한참 지난.... 2004년도 <월간조선>은...잊었던 그때의 시대상을 새삼 떠올리게하며...
어느 대목에서는... 씁쓸함이... 어느 구절에서는 웃음이 나온다.
오늘의 잠자리는 <장터목대피소>이니.... 바쁠게 하나도 없는 일정.
느릿느릿 밥해 먹고... 느릿느릿 배낭 꾸려... 8시 30분에 대피소 출발.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
옅은 코발트색 하늘은... 전형적인 겨울의 맑은 하늘이나... 기온은 초봄 같이 따듯하다.
<선비샘>에는.... 붉고... 푸른... 프라스틱 바가지 두 개만... 짝을 잃고... 외롭게 앉아있다.
이곳에서... 모두에게... 아이젠을 하도록 권하고... 나도 아이젠을 차다.
쌓인 눈은 많지만.... 길은... 잘 다져져있고... 그렇게 맨질거리지도 않아서...
아이젠 없이 가도 상관은 없겠으나...몇시간을 계속 걸어야할 이런 눈길에서는..
아이젠을 착용하는게... 편하기 때문이다.
따듯한 날씨는 계속.... 옷을 벗게 만든다.
오버자겟은 대피소 출발때부터 입지 않았고... 얇은 폴라텍 소재의 윗옷까지 벗어 버리고....
겨울 집티 차림이지만... 더워서....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삼년전 2월 중순.... <화엄사>에서 오를때....반팔 여름티로 오르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되는 것같다.
난... 흔히 말하는대로... 살만큼 산 나이지만....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자 새끼들은
어찌 될려는지???? 정말로 ㅠㅠㅠ이다.
12시 30분 <세석대피소> 도착.
즉석 미역국과 북어국을 섞어... 떡국을 끓이니... 이또한 별미다.
점심으로 애용할(?) 메뉴가 하나 추가됬다.
<장터목대피소>에는 물이 없을게 뻔하고.... 있더라도... 100여m 이상 내려가는게 끔찍해...
이곳에서 물을 지고 가기로하다.
제일 젊은(?) 친구가 3리터 가량을 지고(내 6리터짜리 물주머니 반) 나머지들도 각자 알아서
물을 챙긴다.
16시 30분쯤 <장터목대피소>도착.
이곳에서도... 먼저 한 일은 자리 확보(?)
빨래판을 깔아 자리를 만드는게...좀 얇삽한 것 같지만.... 서서 먹는게 싫고... 변명 같지만...
우리 6명이 서서 먹을 공간이 남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거 아닌가?(벽쪽으로 깔판을 한 장만
깔고...세 사람은 바짝 붙어 의자에 앉아... 딴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았다)
<벽소령대피소>에서는.... 약간의 한기를 느낀 사람도 있었었는데... 이곳은 너무 덥다.
여름 침낭을 덮고도 더워... 침낭 밖으로 나와 잠을 자다.
새벽 3시쯤 일어남은 나의 일상사.
마루로 나와.... '박인환 전집'을 읽다.
'이상' '신동엽' '박인환'
요절한 시인들이 많이 있겠지만... 즉흥으로... 내머리에 떠오르는 30대에 죽은 시인들.
그들은 왜? 그렇게 일찍 죽어야만 했을까?
세째날(2009. 1. 29(목)
일출을 본후... 아침은 <로타리대피소>에서 먹기로 하고...커피와 찰떡파이로 요기를 하곤...
6시 조금 지나... 대피소 출발. 그러나... 동쪽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
새벽 1시쯤.... 자연과 친해지려고 나왔을때(Nature Calls Me).... 하늘을 보니...
어제는 그렇게 많던 별들이...자취도 없이 사라졌고.... 십 중 팔,구... 오늘 일출은 글렀다.
이런이런...
대피소에서 <제석봉> 오르는 시작길이 완전 빙판.
거짓말 보태서.... 빙벽등반하는 기분으로....아이젠을 힘차게 찍어야했다.
7시 15분쯤 <천왕봉> 도착.
<제석봉>에서는 빨갛게 보이던 여명이... 점점 색을 잃어간다. 십 中 십... 일출은 완죤히 물 건너갔다.
그러나.... <천왕봉>이 처음인 두 부부는... 아쉬운지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일출이래. 한겨울...천왕봉이 이렇게 따듯한거 만나기도 쉽지않고..
바람이 없는 것도 행운이고....오래동안 앉아 있었던 것으로 만족을 하자구... 자~~ 일어들 나지'
<천왕봉>을 많이 오르지는 아니했었지만....한겨울에... 이렇게 온화한 <천왕봉>은 낮설다.
17,8년전쯤 겨울 어느날.... 집사람과 이곳에 올랐을적에는.... 세찬 바람에 엉금엉금 기어다니다....
안경을 날려버려.... 곤욕을 치른적도 있었는데.
<천왕샘>으로 내려가는 길도.... 빙판이 장난이 아니다.
한 할망구가(50대 후반이지만..작년 가을... 친손자가 돌이 지났으니 할망구이긴 하다)
엉거주춤...자꾸 주저앉으며.... 뭉기적거리려고 한다.
아이젠을 힘껏 찍으라고 주문은 하지만.... 나부터도 주저앉아 뭉기적거리고 싶은 심정이다.
<법계사>에서 떠온 물로... 떡라면을 끌여... 엊저녁 남은 밥을 말아..늦은 아침을 먹다.
시장이 반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ㅋㅋㅋ
<칼바위>까지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천천히.
그곳에서.... 사과를 먹고있는 젊은이들을 본 마누라... '사과... 참 맛있겠네요'
달라는 것보다 더 무섭다.
한 젊은이에게 반쪽... 또 한 젊은이에게 반쪽을 얻어... 남편들에게는 먹어 보라는 말도 없이
세 여자들만... 쪽쪽 거리며 정말로 맛있게 먹는다.
'윤지 할멈. 그...사과 속이라도 좀 주구랴'
갑자기... 용궁식당의 동동주 생각이 난다.
'나... 휘발유 보충해야해. 먼저 갈께. 첫집인 용궁식당으로 와'
11시 25분. 나 홀로... 용궁식당 도착.
우선.... 맥주 한 병 시켜... 벌컥벌컥. 이맛은... 장소 불문... 계절 불문...언제나 변함이 없다.
12시 10분쯤. 모두 도착.
매시 5분에 출발하던 버스가... 매시 50분 출발로 변경됬단다.
버스를 탈려면.... 30여분의 시간밖에 없다.
서둘러... 비빔밥을 시키곤.... 동동주로... 무사 하산 자축을 한다.
식당차로 버스정류장으로.... 그곳에서...진주행 버스를 타고... 약45분후... 원지 도착.
용궁식당에서 미리 예약한.... 15시 20분 남부터미널행 고속버스로 서울로.
20시. 동네의 한 바닷장어집에서... 2박3일의 지리산행 자축 및 이별주를 나누곤...
21시가 조금 지나...각자의 집으로.
지리가 처음인 두 부부. 잘 걸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6월쯤해서.... 나머지 반쪽... <벽소령>에서 <노고단>...또다시 걸어봅시다^^
2009. 1. 31. 아침 성재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