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진실을 드러낸 시詩, 국내 최초 완역!
기자명 백성원 기자
입력 2024.11.11 09:08
피에르 드 롱사르 ‘이 시대의 비참에 대한 논설’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438
인간과 세상의 진실을 추구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시인’!
[문학뉴스=백성원 기자] 문학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던 르네상스 프랑스의 대표적 시인, 피에르 드 롱사르의 <이 시대의 비참에 대한 논>》이 국내 최초로 완역됐다.
16세기,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전쟁에 휩싸인 프랑스. 궁정시인이었던 롱사르는 신의 이름으로 인간 존엄성이 짓밟히는 시대에 시(詩)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한 인물.
세상의 비밀을 엿보는 시인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며, 르네상스 프랑스의 대표적 시인 피에르 드 롱사르(Pierre de Ronsard, 1524~1585)는 이 책에서 오드, 소네트, 엘레지, 서사시와 같은 여러 장르를 통해사랑, 죽음, 자연, 우주, 정치 등 다양한 제재를 다룬다.
그는 시의 새로운 가치를 탐색했으며 나아가 시인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에게 시란, 인간과 지상 그리고 우주의 본질을 탐색하면서 인류에게 감동을 부여하고 삶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양함’과 ‘풍부함’이라는 르네상스를 관통하는 정신을 시에 투영한 롱사르에게 언어는 지향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도록 이끄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 시대의 비참에 대한 논설>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지상적 삶의 가치를 해석하고 드러내는 인문주의자로서의 시인을 만날 수 있다.
P. 26 왜냐하면 이제는 우리의 집을/ 날카로운 철이 아니라 생생한 논증으로 지켜야 하며,/ 용기를 지니고 우리를 내려치기 위해 우리의 적들이/ 사용했던 바로 그 몽둥이로 그들을 무너뜨려야만 한다.
P. 32 그러니 탐욕스런 사제의 신분이 범한 /우리 신성 교회의 셀 수 없는 타락을 고쳐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노여움이/ 불로써 우리 잘못을 벌하실 것이다.
P. 42 여기에 내가 그려 보였던 시를 읽는 자는/ 눈길을 따라 내 책에 담긴/ 좋고 나쁜, 수도 없이 다양한 것을 보게 된다./ 오직 신만이 부족함이 없으시나, 인간들은 대개/ 언제나 불완전하며 잘못을 범하는 성정을 타고났다.
P. 49 신은 그 무엇도 결코 바꾸지 않으신다. 인간은 한 줄기 작은 불꽃에도/ 한순간 타 버리는 연기일 뿐이다.
P. 59 가능한 한 올바른 생각을 갖도록 배워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성의 지배는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인간에게 닥치는 모든 불행은/ 헛된 생각이 이성을 억누를 때 생기기 때문입니다.
1560년대부터 시작된 프랑스 종교전쟁 속에서 롱사르는 신의 이름하에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한 비극을 목격한다. 이러한 내란의 한복판에서 쓰인 <이 시대의 비참에 대한 논설>은 시대를 고발하며 시의 윤리성과 정치성 그리고 시인의 사회적 역할 모두를 담아낸다.
비참한 현실 앞에서 그는 진실을 담아내는 말의 위엄을 되살리고, 비극적 현실을 개조하여 모든 것이 서로 소통하는 세계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시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시인 롱사르는 이질적인 것 모든 것이 서로 화합하는 시를 써 나갔다. 세계의 조화를 위협하는 ‘단절’이라는 사악한 힘에 맞서 행복의 불꽃이 되살아나는 꿈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게 그의 꿈이자 이상이었다.
이번에 나온 <이 시대의 비참에 대한 논설>은 이같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 책을 통해 허구를 자양분으로 삼는 문학이 인간을 둘러싼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 나아가 인간 존엄성이 위협받는 시기에 문학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백성원 기자 phaki5568@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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