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정 : 마포 동도중고등학교 운동장 쯤에 흥선대원군이 말년에 사용하던 별장 “아소정”이 있었다죠. 그 이름을 따, 학교 옆에서 영업 중입니다. 아소정은 아흔 아홉 간 대저택 이었다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고 서대문 봉원사에 일부를 옮겨 놓았다 합니다. 불과 백년 안팎의 일입니다. 갈비찜과 냉면으로 점심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서울식 갈비찜과 경상도식 열무김치는 너무 달고, 냉면은 함흥식인데 홍어회가 씹기에 불편할 정도로 꼬독꼬독, 냉면 육수도 시큼함과 단맛이 너무 진해서, 흥선대원군의 말년만큼 이나 뒷맛을 우울하게 했습니다. 메뉴에도 대원군 이름을 팔아 수육에는 “대원군수육”이라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대감이 흙 속에서 뛰쳐 나오시지는 않을런지……
다들 아시는 이야기겠지만 함흥냉면은 지역의 특산물인 질 좋은 고구마, 감자 전분을 이용해 가늘고 질긴 면발을 뽑아 사용하고, 매운 비빔 양념장에 홍어회 무침을 얹어 먹는 회냉면이나 가자미로 만든 가자미식혜 등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이 함경도엔 발달 했는데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동해안을 끼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죠. 후후 불어가며 마시는 뜨거운 육수, 땀나도록 매운 양념, 질긴 면발, 혹독한 겨울 척박한 땅을 일구며 살아갔던 함경도 사람들의 강인한 기질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음식입니다. 한편 평양냉면은 주로 메밀로 면을 뽑아 함흥냉면에 비해 거칠며 면이 쉽게 끊기고 굵은 점이 다릅니다. 육수는 꿩 삶은 국물이 으뜸이고 사골을 우린 물이나 동치미 국물을 사용한다는데 요즘은 집집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죠. 평양냉면은 해장국 대용으로도 애용 되었다 합니다.
송화원 : 두 번째 도전입니다. 지난번에는 내비게이션을 믿고 찾아 나섰다 한남동 순천향병원 부근을 몇 바퀴 돌고서 을지로 오구반점에 갔었죠. 아예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 했습니다. 한강진역에서 이태원 방향으로 오다 아우디 매장을 끼고 우회전하면 보인답니다. 내비게이션은 왜 한남대교 부근에서 몇 바퀴를 돌린 걸까요? 이사했나? 그게 중요한 건 아니죠. 음식 맛이 우선이죠. 우회전하자 보이는 간판. 맨 위에 “華商화상”이라고 써 놓았습니다. 뭐 요즘 방문하는 곳은 모두 화상이니까 음식을 맛봐야죠. 맛있다는 소문의 고추탕수육과 짬뽕을 시킵니다. 아~ 잠깐, 맛의 판단기준이나 평가판단 척도를 누군가가 물으신다면, 이건 어디까지나 제 맘대로 입니다. 제가 먹어본 주관적인 판단이기에 맛있는 음식 좋아하심, 함 들러서 맛 보세요. ^^* 고추탕수육에는 말린 칠리가 들어 있네요. 눈에 들어오는 정보는 무지 매울거야인데 맵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식당과 다른 점은 청경채, 이름을 잘 모르는 야채 등이 탕수육에 들어 있습니다. 색의 매치에 의한 눈의 만족도와 맵거나 넘 달지 않은 우수한 맛입니다. 바로 이어진 짬뽕, 국물의 색은 연해 보이고 야채도 채를 썬 것 들이 많아서 아무래도 우수 반열에 끼기에는 무리입니다. 그렇다고 많이 떨어지지도 않는 그저그런 평범한 짬뽕입니다. 결론적으로 오구반점, 송화원 모두 추천불가 입니다. 그럼 제가 맛본 제일 맛있었던 짬뽕은 어디일까요? 첫째는 도쿄 우에노동물원 부근 골목에서 만난 작은 중식당의 짬뽕이었고, 두번째는 창원호텔 중식당, 세번째는 롯데호텔 잠실점 중식당입니다. 모두 야채는 가급적 모양이 그대로 살도록 넣어주고, 국물이 텁텁하지 않고 칼칼하면서 매운, 면도 탄탄한 그런 집들 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찾아 다니며 맛보는 중식당에서 그 맛을 기대하기는 무리입니다. 오천원짜리 짬뽕을 시켜서 맛을 평가하겠다는 사고가 문제죠. ^^* 걍 재미삼아 다닌다 하는 표현으로 바꿔야겠습니다. 야채가 듬뿍 들어간 고추탕수육은 좋았습니다.
송림원 : 성북구 동소문동1가 123번지, 오늘도 내비를 찍어서 찾아봅니다만 두 바퀴째에 찾았습니다. 간선도로와 이면도로를 이어주는 작은 골목 안에 있습니다. 간판, 출입구, 테이블 모두 화교가 운영하는 식당임을 바로 알아 차릴 수 있는 붉은색 일체의 분위기입니다. 제법 큰 중식당에서 사용하는 대형 원 테이블 셋, 사각테이블 둘 테이블은 모두 다섯 이지만 모두 목공소에서 직접 제작한 듯하고 오밀조밀한 내부를 잘 활용해 배치 했습니다. 특히 계산 카운터는 출입구 쪽 틈을 절묘하게 이용해서 만들어 놓았습니다. 붉은색 작은 접시에 담아 내주는 춘장, 단무지와 양파,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의 음식을 보니 음식의 색 만으로도 맛있어 보입니다. 송화원 편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오천원짜리 짬뽕에 사천원짜리 짜장면을 두고 색의 조화, 재료를 다루는 방법까지를 따지면 사족입니다 그냥 추억의 맛집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옛날 즐기던 짬뽕, 짜장 이야기 입니다. 다른 요리를 주문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옆 테이블에 나오는 음식을 보니 주방장 내공이 있어 보입니다. 식기에 담아 내오는 음식의 모양새가 제법 운치 있습니다. 이 집 만의 특선이 있는 모양입니다만 오늘은 짬뽕을 맛보러 온 날이기에…… ^^*
봉산집 : 용산구 용산동 3가 1-21 / 795-5022 쉽게 설명하자면 삼각지에서 국방부 방향으로 올라가다 첫 번째 횡단보도에서 오른쪽 골목 쪽을 바라보면 간판이 보입니다. 차돌백이, 막장으로 끓인 된장찌개가 유명한 집입니다. 국민학교 동창 녀석과 오랜만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입니다. 옛날 대폿집 같은 분위기죠. 시끌벅적하다는 얘기입니다. 고기 잘하는 집은 대게 찌개가 맛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거 먹고 싶고, 그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땐 찾아가는 집입니다. 변덕이 심해서 어쩔 땐 조용하고 깨끗한 집이 좋고, 기분이나 날이 우중충하면 옛스런 집이 생각납니다. 오늘 기분이 우중충한 건 아닌데 국민학교 동창이니 왠지 이쪽에서 만나는 게 맞을듯해서…… ^^*
호남집 : 청계천6가에서 5가 쪽으로 올라오다 오른쪽 종로방향으로 들어선 뒤, 다시 왼쪽으로 턴, 생선구이 식당들이 주욱 늘어서 있습니다. 그 집이 그 집 같은데 호남집이 맛있다 하니…… ^^* 시장통 안에는 여러 식당들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이라 찌개 집들은 불 위에 미리미리 뚝배기를 얹어서 끓이고 있고 모두들 맛있어 보입니다. 진할머니 닭한마리 칼국수는 건물을 새로 지어 올렸네요. 호남집 메뉴에는 삼치, 조기, 꽁치, 고등어 생선구이 그리고 청국장,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 몇 가지의 메뉴가 있습니다만 몇 사람이 들어서면 대개 청국장에 생선을 이것저것 나누어 시키네요. 오늘은 제가 자주 가는 종로5가 등산용품점 팀장과 동행이라, 저 역시 꽁치와 고등어구이를 시키고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배추된장국, 깻잎, 콩나물무침, 열무김치, 배추김치 육천원 짜리 백반에 나오는 반찬입니다. 시장통 이라 가능한 거겠죠. 제게는 금성집보다 호남집이 낫네요. ^^*.
첫댓글 제일 부러운 식객이 나셨네.....좋은집 많이 알려주시게..
고맙네 장 대장 계속 싸고 맛 있는 업소 소개 하시게^^
맞을 알고 찾아가는 자가 인생의 맞을 알고 찾아가는 꾼이라 하였던가,,,
맞을 알고 맞에 취하여는, 한잔의 여유가 인생을 노래함이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