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팬 한분이 야구장엘 가자고 합니다.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주은아빠가 이날은 두산이 이길거라 하길래 오래간만에 잠실 나들이를 했습니다.
가기 전까진 갈등했지만
막상 야구장에 도착하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탁 트인 야구장의 파란 잔디를 보면서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마 야구팬이면 모두 공감하실 듯.
예전엔 보통 치어리더 근처에 자릴 잡고 술 먹으며, 막대풍선 두드리며, 노래 따라 불러가며 그렇게 보았는데
이 날은 응원석 근처 자리가 이미 매진되어서 아예 뒷쪽으로 자리잡고 야구 관전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공 하나하나에 신경써가며 야구를 보려니까 아무래도 응원소리가 약간 거슬리긴 하더군요.
두산 응원석입니다.
흰색 막대 풍선을 흔들고 두드리며 응원을 하는데
8개 구단 팬들 중 가장 매너 있고 점잖은 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열적으로 응원하는 곳은 아무래도 롯데가 넘버원이고,
그 다음이 기아, 엘지, ... 뭐 이정도 순이 되려나?
투수가 던지는 공을 받아 치기 위해 잔뜩 도사리고 있는 저 타자!
저 타자는 자신이 얼마나 투수의 공을 잘 받아치는가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평가되고
그에 따라 연봉도 정해집니다.
물론 시원찮으면 퇴출되기도 하구요
즉, 지금 이순간 관객에겐 게임이지만
선수들에겐 치열한 생존의 장이지요.
투수들도 마찬가지이지요.
한구 한구 공을 얼마나 잘 던지느냐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평가되지요.
잘 던지느냐, 잘 치느냐
잘 던지느냐, 잘 치느냐
어허! 집중!
두산과 롯데의 대표 뚱뗑이들
한때는 한 방에서 잠도 같이 자던 절친한 사이지만
지금은 서로 상대팀이 되어 경쟁을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날 롯데의 뚱뗑이는 펄펄 날랐는데 두산 뚱뗑이는 쫌 션찮았습니다.
가르시아라는 롯데의 용병 타자입니다.
작년엔 꽤 잘했는데 올해는 영 션찮습니다.
우리 나라 선수였으면 2군으로 내려보내 좀 쉬게 하면서 훈련도 시키겠지만
돈 주고 데려온 용병이기 때문에 요즘 퇴출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용병의 서러움이지요.
오로지 실력으로 돈 값을 해야 하는 용병!
일본에 있는 이승엽 선수도 바로 이런 용병 처지이기에
야구가 맘처럼 안될 때에는 국내에서보다 훨씬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입니다.
일반 직장의 비정규직도 같지는 않지만 이와 비슷한 서러움을 느낄 것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국가대표로도 뛰었던 롯데의 포수 강민호입니다.
롯데 팬들에게 강민호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옛날 보니엠이 부른 팝송 "리버 오브 바빌론"의 가사 중
'다들 이불개고 밥먹어~' 라는 부분의 가사를 개사하여
'롯데의 강민호~'라고 응원가를 부르는데
그 노래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홀로 서 있는 저 투수를 보며
저는 우리나라의 가장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뒤에서 여러 야수들이 수비수로서 지원을 해주지만
결국 상대편과 직접적으로 맞서 싸우는 사람은 투수입니다.
투수가 던진 공 하나에 팀의 희로애락이 결정되기에
투수는 그만큼 중요하고
그래서 그만큼 힘들고
그래서 그만큼 외롭습니다.
그래서 해설가들은 가끔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뒤에 있는 야수들을 믿고 마음 편하게 던져라!"
한 팀의 선수들은 모두 한 배를 탄 것이기에 이 말은 매우 유효하지만
투수에겐 그 말이 말처럼 그리 쉽지 않습니다.
얼마전 WBC 결승 때 마무리로 나온 임창용 선수가 공 하나 잘 못던져
일부 네트즌들한테 '매국노'라는 말까지 들었다는데요.
고독한 승부사라는 말이 참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악!"
하는 소리가 나면 관중들은 "와아~!" 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 하면 안타나 홈런이 나온 것이고
"와아~~~~~~~~~~~~에에이이이!" 하면 플라이 타구가 되어 상대편 야수에게 잡힌 것이지요.
야구를 하다 보면 간혹 판정에 대한 시비가 붙기도 합니다.
두산의 외야수가 공이 살짝 땅에 닿자마자 받았는데 땅에 닿기 전에 받은 것처럼 포즈를 취했습니다.
멀어서 눈으로 잘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만 심판 네 명은 합의하여 땅에 닿고 나서 받은 것으로 판정했습니다.
바른 판정을 한 것이지요.
하지만 두산의 감독은 억울하다고 항의를 합니다.
두어번 얘기하다 내려가는 것인데요.
사실 감독도 심판의 판정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의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서지요.
가정에서도 간혹 아내나 남편이 어떤 일을 당했을 때 배우자가 취해야 할 행동은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내 아내, 혹은 내 남편의 편을 들어주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유추해 봅니다.
야구에서 질 때에는 항상 일정한 공식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뜩이나 8회까지 4점차여서 9회말 공격에서 뒤집기도 힘든데
엎친데 덮치기로 9회에 또 추가점을 줍니다.
그것도 주자 만루 상황에서 밀어내기 포볼로...
포볼
투수가 중압감으로 인해 공을 원하는 곳에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것이지요.
뒤의 야수를 믿고 맘 편히 던지라는 말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승패가 거의 결정나자 시선이 전광판에서 슬쩍 왼쪽으로 이동하여 코카콜라 광고판에 시선이 멈춥니다.
"즐겨요 이 상쾌한 맛!"이라는 카피를 보면서 많은 남자들은
코카콜라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 광고 모델과 데이트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않을까... 하는 씨잘데 없는 잡생각을...
다시
어허~ 집중!
다시 한번 두산 응원석입니다.
오늘은 결국 텄습니다.
주은아빠 말만 철석같이 믿고 온 제가 잘못이지요.
롯데 응원석입니다.
결국 9회초에 밀어내기로 1점을 준 후에도 추가로 2점을 더 줘서
11:6으로 경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롯데 응원석에선 부산 갈매기 노래가 나오겠군요.
노래 가사를 가만히 음미하며 부르면 약간 슬픈 느낌이 드는 노래인데
롯데 팬들은 이 곡을 신나는 응원가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첫댓글 아싸 1등이다.
어제 족발사다 집에서 먹으며 즐겁게 봤습니다. 아 그리고 김경문감독의 항의 내용은 그것이 아닙니다. 강민호가 1루 귀루하다 포수 테크 아웃이라고 항의 하는 내용인데 아쉽게도 1루심이 2루로 가는 바람에 판정을 못해서 심판들이 모여서 세이프로 인정해준겁니다. 이경기로 인해 타격이 살아날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생생한 현장느낌 잘봤습니다.
잠실야구장에는 지금 현지아빠가 앉은 방향에는 앉아본 적이 없습니다. 롯데가 앉은 3루측 방향에서는 제법 많이 앉았지만........올해는 삼성 얘들이 진갑용이하 군기가 빠져서 경기 결과보다 아가들 뛰는 것 보니 신경질이 나서 야구를 볼 때마다 속에서 불이 납니다. 뛰는 것도 아니고, 휘두르는 것도 아니고, 선동열이 피씩 웃지를 않나.... 올해 야구장 두 번 갔는데 1승 1패......올해처럼 삼성 야구 보기가 힘든 것은 프로야구 생기고 처음인 듯.... 아니, 예전 김충남 감독인가? 삼성 1-2년간 한 번 있었던 듯..... 그 이후 처음.....그렇지만 야구는 마약입니다.
현지아빠님 사진이 중계방송 화면보다 더 시원하네요. 군대가면서 야구 안들여다 보게 되어 그후 죽 20년 넘게 관심밖이었던 탓에 이제는 아는 선수가 한명도 없네요. ^^;;
요즘 성영아빠님 기분 이해합니다. 어제 삼성 경기 보면서 성영아빠님 생각 나더군요.. ㅠㅠ
야구장갔을 때 같이간 롯데팬이 롯데 박기혁이 보면서 비슷한 말 하더군요. '쟤는 군대 면제 안시켜줘서 그러는지 요즘 도통 야구하기 싫은 것 같다"고 불만스럽게 얘기하더군요. 두산은 투수력이 션찮아서 올해 우승 넘보긴 힘들 것 같습니다. 역시 같이 간 롯데 팬은 그래도 SK 잡을 팀은 두산밖에 없다고 하던데 제가 보기엔 영~ ! 그냥 요즘은 3,4번 김현수, 김동주 보는 재미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