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숨겨진 직관적 사고
서강대 교육대학원 영어교육학과 윤석나 (E56013)
미래 4차 산업과 관련하여 ‘빅데이터,’ ‘데이터 분석’ 용어는 여러 매체나 여론 등을 통해 손쉽게 들을 수 있다. IT 산업과 연계가 없는 나 역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업무 처리 시 그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 및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렇게 데이터와 그에 대한 분석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직관적 사고보다는 합리적인 사고를 했을 때 더 정확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며, 이러한 합리적 사고과정에서 데이터는 결론을 돌출하기 위한 필수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최근 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사업구조가 급진적으로 다변화되면서 예측하지 못하는 다양한 변수들이 불시에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가들은 미래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 또한,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개발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직장인들의 미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이럴수록 사람들은 혁신적인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게 되며 이로 인해 직관적 사고보다는 합리적 사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는 극히 개인적인 직장 환경을 통해 도출된 결론이다) 물론 나 역시 어떠한 결정을 할 때 ‘왜 이렇게 생각했나요?’ ‘이렇게 생각한 근거는 있으시나요?’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그냥 느낌이 그래요.’ ‘제 직관적인 결정입니다.’라고 대답해본 적은 없다. 오히려 수치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설득력 있게 주장을 피력하려 한다. 여기서 데이터 분석 자료는 실패할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 시켜줄 통제 기제처럼 여긴다.
그러나 이렇게 정확한 판단 때문에 결정한 모든 사업이 계속 성공하지 못하고, 왜 고전하고 있는 것일까? 모든 사업부에서는 엄청난 자료를 만들고, 연구하며 논의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인다. 상품을 개발하는 사업부 연구·개발에서 실험과 수정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외 여러 사업 분야에서 선택의 기로 서서 결정하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때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덧 시간이 흘러 추세가 변화된다면 기존의 프로젝트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사소한 사건을 통해 직관적으로 무언가를 선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모든 결정을 할 때 매번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며칠 전 상점에서 장을 본 후 집에 돌아와 산 것들을 정리하고 있다가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사실 나는 충동구매를 하지 않기 위해 쇼핑가기 전 무엇을 살지 메모를 하였으며 가는 내내 이것만 꼭 사고 돌아올 거라고 여러 차례 다짐했었다. 그런데 막상 집에 와서 보니 메모에 없던 상품이 어느새 장바구니 있지 않던가. 이 순간 나는 상품을 선택할 때 합리적으로 결정했다기보다는 순간적이고 직감적으로 상품을 결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관적인 사고는 ‘허드슨강의 기적’과 같이 긴급하고 위급한 사항이나, 여행,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이 특별한 경우에서나 일어나는 것인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즉, 일상의 평범한 일에서도 순간적 또는 무의식적 직관적 사고를 통해 결정한다. 무의식적이고 직관적 사고의 지배를 받아 예상치 못한 상품을 사 왔던 위의 경우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언가를 선택할 때 그들의 직관적 사고를 배제하고 데이터만 계속 분석한다면 그들의 소비패턴에 대해 놓치는 변수가 많게 된다. 행동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직관적 사고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직관적인 사고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고민함으로써 기업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처럼 환경적 요소로 이러한 직관적 사고를 자극하고, 소비자의 구매 범위를 확장해 최종 구매를 이끄는 상품 기획 및 바이어 (Merchandiser)이면서, 동시에 직관적으로 상품을 선택하고 있는 소비자이다. 나는 오프라인 매장을 위해 화장품, 의류, 전자기기, 건강식품 등을 수입 및 매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판매할 상품을 선택하는 과정은 쉽지 않으며 고려할 사항이 많다. 합리적 사고를 통해 상품을 선택하지만, 동시에 소비자의 직관적 사고를 자극할 무언가가 있는지 찾거나 없을시 어떻게 만들 지를 늘 생각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의 직관을 자극할 수 있는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고, 동시에 자극할 만한 상품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매장에서 상품을 선택할 때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상태에서 상품 비교 데이터 등 정보를 가진다면 충분히 합리적 사고를 통해 선택할 수 있다. 가끔 매장에 가보면 상품의 가격이나 정보를 핸드폰으로 찾아보거나 방문 전에 이미 상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온 소비자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걸려 소비하지 않는다. 또한 직접 상품을 보고 선택을 할 시간이 없는 소비자들도 많은데 이러면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구매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도 합리적인 사고를 하다기보다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한 소비패턴을 보인다. 직관적 판단을 통해 구매한 상품과 합리적으로 판단을 통해 구매한 상품 중에 어떠한 경우가 만족도가 더 높을까? 나의 경우를 보자면 직관적으로 구매한 상품이 예상치 못한 만족을 주었을 때, 더 만족도가 높다. 기대치 못한 상품이 신중한 사고를 통한 선택한 제품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마도 예상치 못한 이벤트에 당첨되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깜짝 파티처럼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느끼는 감동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공감이 갈 것이다.
의사결정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선택지와 정보를 제공하는 때도 있겠지만, 절차의 간소화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의사 결정자들이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될 때 그 정보 때문에 오히려 선택하지 못하고 구매를 포기하는 때도 있다. ‘그냥 좋아서,’ ‘그냥 가지고 싶어서,’ 등 직관적 판단에 따른 충동적인 구매 요소는 매출 향상 방안 기획 시 주목하고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나도 모르게 손이 상품을 집어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이는 눈 깜박하는 사이에 일어났어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나의 업무에 대한 성과는 엄청난 것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첫인상을 가진 상품을 개발해서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 내게 직면한 가장 큰 과제이다. 많은 시장조사를 하고 있지만 이러한 데이터는 그냥 나의 배경 지식을 남겨 둔 채, 어느 부분에서는 나도 소비자처럼 직관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패키지 디자인 시안을 받아 최종 선택을 해야 한다면 처음 봤을 때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을 직관적으로 선택한다. 필요시에는 직장 동료들에게 어떤 게 좋은지 물어보는 데 그때 답변의 대기 시간은 1초이다. 그 이상 나오는 답변은 수용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소비자의 직관적인 인식에도 전략적 접근을 하려고 한다. 브랜드 및 기업에 대한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직관적인 이미지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해당 브랜드를 통한 상품의 긍정적인 효과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마케팅 전략을 짜기도 한다. 가끔 상품 테스트 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으나 실제 판매는 저조한 때도 있었다. 그때 왜 구매하지 않느냐 물었을 때 해당 브랜드에 대한 떠오르는 이미지와 상품의 이미지가 일치하지 못하고 이질감과 반감을 느꼈다는 대답을 듣기도 한다. 아무래도 상품 개발 및 마케팅 계획 단계에서 소비자가 순간적으로 느끼는 브랜드에 관한 생각을 고려하지 않고 상품 컨셉을 잡은 것이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만큼 상품 개발을 하는 MD로써 상품, 브랜드 및 회사에 대한 소비자의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중요성을 염두 한다.
때로는 직관적인 사고를 통한 소비는 자칫하면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Costco라는 미국계 유통회사에 다녔는데 이 회사는 상품의 불만족 시 100% 환급이라는 멤버십 제도를 가지고 운영되었다. 그러므로 회원들은 구매한 상품을 언제든지 환불 할 수 있기 때문인지 더 직관적 소비 형태를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만큼 상품 선택에 대한 부담감이 더 적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경감된다. 그러다 보니 회원들은 상품에 대한 불만족이기보다는 상품의 선택 오류를 범하여 환불하는 경우가 있다. 가끔 상품의 진열 상태, 포장상태, 사인지만으로도 직관적으로 상품을 선택하며 상품 자체의 성능 아닌 외형 및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 상품에 더 매력을 느낀다. 우리가 사람의 외모를 보고 업무 능력, 인성, 대인관계를 판단하는 고정관념을 가지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회원들은 사 온 상품들을 보며 왜 샀을까? 이유와 근거를 찾는 합리적 사고를 하게 된다. 이때 충분한 구매 사유를 찾지 못한다면 상품의 가치를 잃고 결국 환불을 하게 된다.
그러나 위의 경우도 소비자의 일률적인 소비패턴이라 말할 수 없고 소비자의 행동 양식은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판매되지 않을 거 같은 상품이 오히려 심혈을 기울인 상품보다 더 판매되는 때도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왜 이것을 구매하셨나요?’ 물어보기도 하고 또한 상품 기획 시 샘플을 통해 ‘너 이거 살래요?’라고 묻기도 한다. 이를 위해 어센트, MFK, 레몬트리 등 다양한 리서치 회사들이 건재하고 있으며 해당 컨설턴트 비용은 상당하다. 그들의 통해 얻은 자료들을 보면 얼마만큼 믿어야 하는지 기준을 확신하지 못할 때도 상당하다. 나 역시 좋아하지 않았던 브랜드 상품을 오늘은 좋아져서 구매하고 있으니 소비자의 맘을 누가 알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오늘은 이래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솔직히 상품을 개발하거나 선택을 위한 보고서에 여러 데이터를 첨부하지만, 직관적으로 상품을 선택한 후에 자료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데이터가 있어도 시장에서 찬밥 시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한 순간에 나의 선택에 든든한 지원자는 직관적인 선택에 대해 잘 될 거라는 나의 믿음과 선택한 결과에 대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이다.
상품 기획 과정에서는 성공할 것이다.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냉혹했다고 하자. 그 순간 나의 직관적 선택을 실패라 결론을 짓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대신에 잘못된 선택에 대한 환불을 하는 사후 조치와 같이, 기획한 상품에 대한 평가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끔은 빠른 조치 덕분에 인기 없던 상품이 입소문을 타거나 갑자기 인기를 얻는 상품들도 곧잘 있다. 그러나 직관적인 선택에 따른 실패에는 무서운 대가가 치를 수도 있다. 합리적인 선택에 따른 실패에도 무서운 대가다가 있으니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어려운 상황은 피차일반이다. 그러므로 직관적 선택에 대한 불확실한 결과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다양한 변이로 예측이 어려운 현시점에서 기업들은 변화, 혁신, 도전에 주저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가장 남는 장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기존에 했던 사업에서도 성장이 보장된다고 말할 수 없으며 직관적 판단을 우선시한 신규 사업에서도 실패한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러므로 때로는 하고 싶은 일은 앞뒤 안 보고 과감히 선택하는 자세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어떠한 사고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번 교육공학 수업을 통해 합리적 사고가 불안한 미래에 정답을 주는 것은 아니며 직관적 결정이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처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선택에 대한 책임과 가치는 본인에게 달려 있으니 '희망'을 품고 나는 이 수업을 듣는 동안 새로운 사업을 과감히 직관적으로 선택했다.
교육공학 (기말과제)_윤석나(E56013).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