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파이’라고 의심받았던 벨루가가 최근 스웨덴 해안에 출몰했다. 사진은 4년 전 노르웨이 해안에서 처음 발견된 벨루가의 모습. 벨루가의 몸통에 하네스가 둘러져 있다./BBC 유튜브
러시아 첩보 장비를 부착한 채 노르웨이 인근 바다에서 발견된 후 ‘동물 스파이’로 유명해진 벨루가(흰돌고래)가 최근 거처를 스웨덴으로 옮겼다고 영국 가디언이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벨루가는 2019년 봄 노르웨이 북부 핀마르크 인근 해역에서 어부들에 의해 발견됐었다. 목과 가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로 표시된 수중 카메라용 띠를 두르고 있었다. 당시 노르웨이 정보 당국은 “러시아 해군의 스파이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노르웨이 당국은 벨루가에게 ‘발디미르’(Hvaldimir)라는 이름까지 지어줬다. 노르웨이어로 고래를 뜻하는 ‘발(hval)’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 중 ‘디미르(dimir)’를 붙인 것이다. 귀엽게 생긴 외모에 스파이 훈련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발디미르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러시아 스파이’로 의심받았던 벨루가가 지난 2019년 노르웨이 북부 해안에서 포착된 장면. 목과 가슴 부위에 수중 카메라 부착 용도로 추정되는 띠를 매달고 있다. /AFP 연합뉴스
노르웨이 고래보호단체 ‘원웨일(OneWhale)’에 따르면 발디미르는 조금씩 남쪽으로 거처를 옮기다가, 올해 들어 이동 속도를 갑자기 높여 지난 28일 스웨덴 남서부 도시인 훈네보스트란드 부근 해역에서 발견됐다. 발디미르가 남하를 서두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양생물학자 세바스티안 스트란드는 “짝을 찾으려는 호르몬 작용일 수도 있고, 외로움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서 군사 목적으로 발디미르를 육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발견 당시 배 주변을 수색하듯 맴돌았고, 인간의 먹이를 잘 받아먹었기 때문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정찰병으로 사용되던 비둘기/위키피디아
세계 각국은 오랜 기간 첩보 활동을 위해 동물을 활용해 왔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카메라를 매단 비둘기를 정찰용으로 활용했다. 냉전 시기인 1960년대 들어서는 미국과 소련이 ‘전투 돌고래 부대’를 경쟁적으로 운영하며 군사 작전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돌고래가 정교한 수중 음파 탐지 능력을 갖춰, 전자 음파 탐지기보다 기뢰(機雷) 등을 더 잘 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고래뿐 아니라 바다사자도 훈련을 거쳐 비슷한 임무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