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감동의 결혼예식
울타리 안에 갇혀 포로가 되어 있었던 마음이니 오늘은 포로에서 해방된 날 같다. 코로나19는 그렇지 않았던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죽게 하고 말은 조심스럽게 조용한 말만 하게 되었다. 2019년 10월 병원에서 퇴원 후 육체는 말라 있어 제대로 걸을 수도 없어 지팡이를 짚어야 했고, 2019 연말을 지나면서 새해에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라는 괴질을 만나 조금 지나면 사라지겠지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슬금슬금 더해가고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사람들끼리 만날 수 없게 되었고 집단으로 움직이는 직장은 폐쇄되었다. 한 지붕 안에서 움직였던 세계는 항공기를 세울 수밖에 없었고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으며 직장을 잃고 얼굴까지 가리게 하여 마치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주말 아침이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었고 간밤에 내렸던 비는 아침에도 가랑비에 우산을 준비해야 했다. 부대 후배 둘째아들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기저환자였던 나는 7개월이 다가도록 많은 사람이 모이는 예식장이나 내 사랑하는 교회도 나가지 못하고 핸드폰에서 나오는 동영상으로 새벽에 예배를 드렸다. 어쩌면 모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결혼예식장에 가야하는 날이다. 전철역 승강장에서 전동차를 몇 대 보내며 우산 쓰고 걸을 필요는 없으니 승강장에서 오고가고 또 오고가며 삼십 분을 보냈다. 서울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으로 향했다. 주말이나 그런지 도봉산역 종점은 쾌 많은 사람들이 승강장에 있었다. 포로 되었던 시민들이 마치 오늘을 기다렸다는 듯이 나처럼 나들이에 나선것 같다. 결혼예식장, 친척 만남, 때가 가정의 달 5월이니 어린이날 어버이날 사랑하는 손자 손녀 늙으신 부모 뵈려고…….
청담역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한강을 건넜다. 왠지 마음이 설렌다. 고개 넘어 삼성동에서 1992년 4월 사업을 시작했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 후 월세 적게 내는 곳으로 여러 번 옮겨 다니다가 청담동에서도 몇 년을 보냈다. 경기고등학교 옆 청담동 언덕을 많이 오르내렸었다. 주변은 많이 변했다. 청담대로 주변엔 많은 신축건물과 또 비싼 땅에 사옥을 준비하는 공사장도 있었고 넓은 청담대로를 오고가는 많은 차량들은 예나 지금이나 어떤 사유로던 바쁘게 달리고 있다. 부자들과 고관대작들이 많이 거주하는 청담동 골목으로 들어섰다. 일대엔 두 곳의 수준 높은 호텔이 있어 깨끗이 재포장된 아스팔트 골목길도 경계석에 노란선도 내린 비에 더욱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 그렇기에 다니는 사람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다. 마치 이 동네 골목 풍경은 이렇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예식장에 도착해 바로 혼주와 만나 인사를 나눴다. 혼주는 함께 복무했던 전우는 아니다. 그러나 칠팔 년 전 전우회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만남과 대화 속에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전우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업목적은 아니었다. 현역 군 복무를 거친 남성들은 청춘에 시작을 국가에 대한 첫 의무인 군복무가 더 할 나위 없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다. 삼년의 조직생활이 그렇지 않은 전우도 있겠지만, 군대라는 조직을 경험하고 느낀 점, 배운 점 등을 폭넓게 생각하면 그렇다고 필자는 분명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현리에서 서울에서 경상도 거제에서 가끔 만나며 둘의 우정은 차근차근 흐트러짐 없이 쌓였다. 군대이야기 보다 사회이야기 가족 자식에 대한 이야기 기울어져 가는 나라에 대한 충심어린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군복무 삼년 보다 무너지지 않을 정도까지 더 오래 다지며 쌓였다.
신랑 입장으로 결혼예식은 시작되었다. 두 남자아이 여자아이 두 화동이 작은 바구니를 들고 신랑신부 입장하는 카펫 위를 걸으며 하얀 종이꽃을 좌우 하객들에게 뿌리는 모습이 앙증맞고 예쁘게 보였다. 좌우에 착석해 있던 모든 남녀 하객들이 예뻐해 주는 박수소리를 들으며 말이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모습인지 하객들의 표정이 밝고 아름다워 보였다. 엷게 미소지우며 입장하는 하얀 신부의 모습은 결혼예식의 하이라이트가 아니겠는가. 신부 아버지가 사위에게 신부의 손을 인계하는 모습의 애잔함과 사랑의 감정은 다 같을 것 같다. 내 딸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딸에게 무슨 말을 해야 아빠 손을 떼는 딸의 마음과 내 감정을 상상해 보았다. 합석했던 신랑 아버지 군대 후배 부인의 말에 두 남녀는 마라톤 동우회에서 만남이 이런 좋은 만남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했다.
신랑신부 맞절에 이어 사랑의 서약서(혼인서약서)를 신랑 신부가 각각 낭독했다. 부부지만 서로 인사 잘하고 배려하며, 서로 아끼고 운동으로 배나오지 않게 하며, 사랑은 두 말 할 것 없으리라. 신랑 아버지의 성혼 선언문과 인사로 이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참석하신 하객들에 대한 정중한 인사였다. 큰 아들 결혼 땐 그래도 도움을 줬지만, 그러나 작은 아들에겐 스스로 행복의 근원은 가족이라며 배와 항구를 전해 주었다. 기나긴 인생ㅇ에 바다에서 안심의 항구를 부탁하며 마음이 즐거워지면 힘이 들지 않는다고 아버지로서 깊이 있는 말이기도 했다. 보고 느낀 것을 일기로 남기도록 꼭 부탁하고 친척과 집안 간에 우애와 조력자는 되지만 태클은 걸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굳건한 다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아들 며느리는 물론 기성세대 부모로서 하객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였다.
신부의 남동생이 누나 매형이라고 부르며 부모 대산 축사를 했다. 평소 어른들이 축사를 하는데 젊은 동생의 축사는 내용도 있지만 다른 의미도 느낄 수 있었다. 여성의 사촌동생이 “너를 만나고 세상이 편해졌어!~ 로 이어지는 축가로 축하했는데 저음이었다. 사회자가 핸드폰으로 반딧불 팔을 좌우를 저으니 서너 명의 젊은 하객들의 동참하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또 다른 사촌 남동생이 축가는 예사롭지 않은 가수 수준에 열창이었다.”사랑이란 거 아파하지 않도록 사랑할게요.……. 나중에 알고 보니 가수 케이팝쓰리 애청자라고 했다. 캐이팝쓰리가 누구인지는 본지도 들어본 적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공감과 요즘 세대들이 즐겁게 놀며 즐기는 모습들을 연상해 보았다. 나의 세대는 아니지만 젊은 그대들이 지향하는 목표를 향해 가는 것 항상 보고 있으리라.
스크린에 영상과 음악이 나오며 신랑신주 축하케익커트시간이다. 하객들은 피로연 중이다. 화면에는 구형 다이얼을 돌리며 사용했던 아날로그 전화기, 신랑신부의 평상복 차림에 경주 첨성대 등을 걸으며 촬영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물론 신부 드레스 차림의 영상도 아름다웠다. 피로연 시간은 절정에 다랬다. 신부 측은 알 수 없지만, 신랑 측 혼주 가족과 친척들은 정말 사랑과 우애가 많은 것으로 느껴졌다. 어른이라고 나무라는 것 보다 사랑과 타이름과 마치 큰 소리 나지 않고 옳고 그름을 분명히 가르치고 배우며 그런 가운데 차근차근 쌓아온 우애의 금자탑이 아니겠는가. 말로 칭찬 할 수 있다. 결혼예식장에 다녀 온 후 모르는 모든 이에게 이 글을 옮기고 싶었다. 신랑신부는 서로 행복하게 살자. 부모는 행복하게 살아라. 하객들은 행복하게 사세요. 헤어지는 시간까지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다.
첫댓글 주례자는 없는 결혼식이었지만,
잔잔하고 편안마음을 주는 가족과 친척들과의 우애가 깊히 묻어나는 아름답고 정겨운 결혼식이었습니다. 유해이라고 돈나간다고 주례선생 없는 것은 예사고 시끄럽고 하객들에게 일어나라, 서라 신부에게 춤을 추게하고 축송시간이 길다던가 하는 등 눈살찌뿌린 모습을 여러번 보아서요. 한주간도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이 난리중에도 결혼식을 다녀 오셨군요. 주례자 없는 결혼식은 품위도 너무 없고
존경심도 없던데 그 결혼식은 예쁘고 아름다웠나 봅니다.
오랫만에 청담동 길도 감회가 깊었겠읍니다. 우리도 인생을 열심히 살았건만
이제는 근처를 바라보기도 부담스러운 청담동 부자동네입니다.
차근차근 잘 써 주셔서 열심히 읽었읍니다. 수고하셨읍니다.
퇴원 후 큰 마음먹고 예식장에 처음 다녀왔습니다. 내 몸이 안좋다는 군 후배가 연락은 안했지만,
모처럼 나들이 겸 다녀왔죠.
예상 못한 식장 출연에 후배 혼주가 깜짝 놀랬답니다.
주례가 없어 좀 아쉬웠지만,
청담동 호텔예식장었지만
훈훈하고 정감있는 예식이었습니다.
샬롬. 권사님
결혼식장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마음을 경건하게하고 신성한 것 같습니다. 자세한 결혼식을 소개해 주셔서 식장의 분위기를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늘 강건하시길 기도합니다.
권사님. 안녕하세요.
촉촉한 비가 마음을 차분하게 하네요.
언제 부터인가 주례없는 예식장이 많이졌어요. 유행이니 선택이니 하며 젊은이들 마음대로,
신랑신부 결혼은 많은 어른들 앞에서 새 가정으로 독립하는 손들고 서약하는 인증인데 가볍게 생각하는 좋지 않은 형식이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