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맺은 관계는 직장을 떠나면 이내 스러지지 않던가. 내가 쌓은 인맥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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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발’들은 늘 부러움을 산다. 나를 도울 이들이 여기저기 많다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인맥을 쌓는 데 공을 들인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e)의 ‘친구’를 늘리는 데 매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 속에서 온종일을 보내도 마음은 되레 헛헛하고 불안하다. 왜 그럴까? 주변에는 외톨이로 지내는 퇴직자들이 적잖다. 일 때문에 맺은 관계는 직장을 떠나면 이내 스러지지 않던가. 내가 쌓은 인맥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자신이 없다.
나아가, 비즈니스적인 관계에서 완전히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다. 친하지만 늘 거리가 있는 느낌이다. 안면을 튼 사람들은 많아도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할 만한 이들은 별로 없다. 하루 종일 가면을 쓰고 사는 듯한 상황, 늘 지치고 외로운 심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익이 우정의 접착제라면, 이익이 사라질 때 우정도 풀어진다. <출처: gettyimages>
로마시대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Marcus Tulius Cicero, B.C. 106~43)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충고를 던진다. 도움을 얻기 위해 많은 인맥을 쌓으려고 하는가? 이럴 때 우정은 ‘가난과 궁핍의 자식’일 뿐이다. 부족하고 덜 떨어진 자들일수록 친구들의 도움을 더 많이 원하는 법이다. 인간관계를 넓히는 데 절절하게 매달리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관계가 넓어질수록 나는 과연 강해지고 있는가, 의존적으로 바뀌고 있는가?
단단한 자아를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너른 인간관계는 되레 해만 된다. 주변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판단이 바뀌는 ‘팔랑 귀’들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에게 과연 더 많은 인맥을 쌓는 것이 도움이 될까? 듣는 소리가 많아질수록 자신감만 희미해진다. 그럴수록 사람들에게 더 매달리려 할 테다. 이렇게 쌓은 관계가 건강할 리 없다. 튼실한 영혼을 갖추고 있어 친구가 필요 없을 듯한 사람이 오히려 진정한 우정을 나누기 마련이다.
나아가, “이익이 우정의 접착제라면, 이익이 사라질 때 우정도 풀어진다.” 상대에게 뭔가를 얻으려면 나에게도 줄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유능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허세를 부린다. 이런 상황에서 진실한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 자신을 멋진 사람으로 포장하는 생활 연기(?)에 능숙해질수록 살가운 우정은 점점 멀어진다.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렇게 쌓은 인맥은 신기루와 같다. 언제든 쉽사리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회사를 위해서’, ‘더 높은 대의(大義)를 위해서’ 등등의 명분만 있으면 언제든 우정은 헌신짝처럼 내쳐진다. 권력투쟁을 떠올려 보라. 어제까지 죽고 못 살 듯 절친한 이들을 단 칼에 쳐내지 않던가. 키케로는 높은 지위를 누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진정한 우정이 드물다고 말한다. 그대는 이런 ‘우정’을 나누고 싶은가? 진정한 우정을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정은 그 자체로 이익이고 보상이다. 인생에서 따뜻하고 정겨운 우정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출처: gettyimages>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친구는 하나도 없는 모습을 생각해 보라. 권력자가 될 수록 외로워지고 부자가 될 수록 주변에 친구가 사라진다. 이익을 바라고 치근대는 이들은 늘어나도,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한 의심이 늘어나는 탓에 속내를 나눌 친구는 만들기 어렵다. 그러나 고독을 당해낼 장사는 없다. 마음 나눌 이 없는 적적한 상태를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키케로는 이익을 바라며 인맥을 쌓지 말라고 힘주어 말한다. 우정은 그 자체로 이익이고 보상이다. 인생에서 따뜻하고 정겨운 우정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어떤 사람을 사귈지 말지를 결정할 때는, “이 사람을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를 물어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을 통해 나는 얼마나 좋은 인격을 갖출 수 있는가?”부터 물어야 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우정을 준 것은 악덕(惡德)의 동반자가 아니라 미덕(美德)의 조력자가 되라는 것이었다. 미덕은 혼자서는 최고 목표에 이를 수 없고, 다른 동반자와 결합할 때 이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천병희 옮김, [우정에 관하여], 숲, 2005, 163쪽. 인용문은 문맥에 맞게 지은이가 문장을 다듬은 것임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해진다는 뜻이다. <출처: gettyimages>
키케로에 따르면, 우정은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해진다는 뜻이다. 진실하고 따뜻한 우정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나 자신부터 진정성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정은 찬란한 미덕이 빛을 내뿜고, 유사한 성질의 영혼이 애착심을 느낄 때 맺어지는 것이다.”
이익을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로 이익을 원하는 사람들로 내 주변을 채우게 한다. 나 자신부터 좋은 인격을 갖추려고 애를 쓸 때, 내 곁은 영혼을 맑게 가꾸려는 이들로 가득해 질 것이다. 키케로는 이익은 좋은 우정에서 절로 따라오는 것이지, 이익이 훌륭한 우정을 낳지는 못한다고 잘라 말한다. 그렇다면 인맥 쌓기에 매달리기 전에 우리는 다음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나는 상대방이 진정한 우정을 나누어도 된다고 느낄 만큼 좋은 사람인가?
훌륭한 인품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진정한 친구가 될 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만이 진실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 공허한 마음은 인간관계가 더 많이 늘어난다고 채워지지 않는다. 진실한 인맥을 갖고 싶다면 나 자신의 인격부터 다잡을 일이다.
- 출간도서
- 도서관 옆 철학카페 2014.12.24
- 『도서관 옆 철학카페』는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사색의 공간이다. 세네카부터 알랭 드 보통까지, 걸출한 사상가들의 저작을 통해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정면으로 맞선다.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철학자이자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출간한 대표적 인문 저자인 안광복은 공들여 뽑은 35권의 책에서 삶의 불안과 고민을 덜어낼 창조적인 해법을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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