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서점의 효시이자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았던 종로서적이 23일 다시 문을 열었다. 부도가 나서 폐업한 지 14년 만이다. 누리꾼들은 반색했다. “종로서적 정말 오랫만에 다시 보게 되겠네요. 예전에 대학교 때 많이 가서 전공서적 쭈그려 앉아서 보던 기억이 생생한데 축하드리고 건승하기 바랍니다”(murd****) “반갑습니다. 종로서적 근처 와이엠씨에이(YMCA)다방, 태을다방, 옛날 제일은행 종로지점 지하다방 등등 친구들이랑 책보고 놀던 기억이 납니다^^♡”(1257****).
2002년 6월4일 부도난 서울 종로서적 입구에 철제 셔터가 내려져 있다. 지나가던 시민이 ‘매장 내부공사중’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읽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종각역 대로변 6층 건물이던 종로서적은 예수교서회가 1907년 종로2가에 문을 열었다. 각종 전공서적이 즐비했던 이곳은 1980년대 이후 인근에 들어선 교보문고, 영풍문고와 함께 종로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다. 그러나 후발주자들에게 규모에 밀리고, 인터넷서점과의 경쟁에 치이면서 종로서적은 줄곧 경영난을 겪었고, 결국 2002년 7월 문을 닫았다. 이후 출판계에서는 95년 역사의 종로서적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 (관련기사: 물 위로 떠오른 종로서적 부활 움직임)
새롭게 문을 연 종로서적은 옛 종로서적 자리가 아닌 맞은편 종로타워 지하 2층에 자리잡았다. 사업주체도 달라졌다. 영풍문고 임원 출신의 서분도 대표가 ‘종로서적판매’를 설립해 서점을 운영한다. 22일 <연합뉴스> 보도에서 서 대표는 “새로운 종로서적은 책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서점을 지향한다. 만남의 장소였던 옛 종로서적을 복원한다는 취지에 맞춰 서점 앞에 ‘만남의 광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옛 종로서적 내부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이름만 같을 뿐이지만 핸드폰이 없던 시절, 이곳에서 책도 보고 사람도 만났던 추억을 간직한 누리꾼들은 옛 기억을 복기 중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처럼 종로서적에 얽힌 옛 추억에 빠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글들을 소개한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1990년 설날 전날…아내와 둘만의 데이트가 시작된 첫 날, 첫 장소^^”(이*호)
“친구랑 술약속을 잡았다. 북적이는 보신각을 지나 종로서적 입구로 들어가 좁은 계단을 천천히 오른다. 사람이 한산한 인문학 코너에서 이책 저책 뒤적이노라면 뒤에서 어깨를 툭치는 친구의 손길”(juli****)
“국민학교 때 131번 버스타고 주말마다 놀러가 책 사왔던 시절이 있었는데…무려 20여년 전”(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