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바에즈가 부른 '슬픔을 묶어서Pack up your sorrows'는 존 바에즈의 언니인 폴린 바에즈가 만든 곡이다. 존 바에즈의 아버지는 멕시코의 마리아치의 탄생지라 해도 과언이 아닌 뿌에블로 출신이고, 어머니는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존 바에즈는 위로 언니인 폴린, 아래로 여동생 미미Mimi를 둔 둘째였다. 존 바에즈나 미미에 비해 큰언니인 폴린은 사람들에게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대로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폴린이 미미의 남편이었던 쿠바 태생의 리처드 파리냐Richard Farina와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곡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파리냐는 아버지가 쿠바(스페인계) 태생이고 어머니는 북아일랜드계. 하지만 파리냐는 1966년 4월 존 바에즈의 첫 소설 출판기념회를 다녀오다 오토바이 사고로 29세의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미미가 파리냐를 처음 만난 때가 열여덟 살이었으니 두 사람은 고작 2년만 부부였던 셈. 특히 사고가 일어난 날은 미미의 생일이었다고 전해진다. 존 바에즈는 같은 해 5월 이 곡을 녹음해 고인을 추모했다. 미미와 파리냐가 앨범 <Celebrations for a Grey Day>에서 이 노래를 함께 부른 버전도 있는데 존 바이즈가 부른 버전과는 편곡이 좀 다르다. 'Pack up'이라는 말은 '짐을 싸거나 여행용 가방에 짐을 챙긴다'는 의미인데, 여기서는 슬픔Sorrow이라는 단어를 붙여 '너의 모든 슬픔을 챙겨 나에게 달라'는 뜻으로 'Pack up your sorrows'라는 제목이 나온 것 같다.
막내 미미는 존 바에즈, 파리냐와 함께 활발한 활동을 했다. 미미가 존 바에즈와 함께 1972년 추수감사절에 싱싱교도소Sing Sing Prison에서 부른 '만세! 내 조국 볼리피아Viva, Mi Patria Bolivia'는 맑디맑은 화음으로 유명하다. 당시 싱싱 교도소 수감자는 뉴욕 할렘 지역에서 붙잡혀 들어온 사람들, 절반 이상이 흑인이고 그 다음이 라틴아메리카 이민자들, 그리고 10%정도가 백인들이었다고 한다.
한편, 1960년대 미국의 격동기에 저항 가요와 애국 가요가 이상하게 뒤섞였다. 어떤 노래들은 전쟁과 탐욕, 사회의 불의를 통렬히 비난했고, 또 어떤 노래들은 국가에 대한 의무와 전통적 가치를 부르짖었다. 'Pack up your sorrows'는 개인의 평안에 초점을 맞추면서 저항과 애국, 두 가지 관점을 함께 손잡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노래의 후렴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당신이 어떻게든 당신의 슬픔을 모두 묶을 수만 있다면
그것들을 모두 내게 주세요
당신은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난 그 슬픔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알고 있으니
당신의 모든 슬픔을 내게 주세요."
이 노래는 사랑하는 자식의 어떤 슬픔도 다 대신해 주고픈 부모의 심정 혹은 사람들의 죄와 슬픔을 대신 짊어지고 평화를 가져다 주고자 했던 예수의 사랑 등등 여러 가지 의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