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뻣뻣하게 굴리지 마라
|김 프란치스코|
“그러므로 너희는 마음의 할례를 받고, 더 이상 목을 뻣뻣하게 굴리지 마라.” (신명기 10,16)
성경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살아 있는 말씀입니다. 신명기의 이 구절은 외적인 형식보다 내적인 변화, 곧 겸손한 마음을 강조합니다. ‘목을 뻣뻣하게 굴리지 말라’는 표현은 단순히 고집을 부리지 말라는 뜻을 넘어, 하느님 앞에서 교만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라는 초대입니다.
나는 최근 안토니오 신부님과 함께 성경 공부를 하면서 이 말씀을 접했습니다. 질문을 던지자마자 교우들이 먼저 답을 내놓았고, 순간 쑥스러움이 밀려왔습니다. ‘수필가라는 작자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평소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다닌 적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성경 속 표현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리라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부끄러움은 곧 깨달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성경은 단순히 지식으로 이해하는 책이 아니라, 나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인간의 고집과 교만이 얼마나 쉽게 마음을 굳게 만들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마음의 할례란 바로 그 굳은 껍질을 벗겨내는 작업입니다. 집착과 자존심, 자기 의로움이라는 껍질을 벗겨낼 때,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나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성경이야말로 인류 문학의 원전임을 점점 더 깊이 깨닫습니다. 성경 속 표현은 단순한 종교적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문학적 언어입니다. “목을 뻣뻣하게 굴리지 마라”는 말은 시적이고도 상징적인 표현으로, 인간의 교만을 생생하게 드러냅니다. 성경을 읽을수록 그 언어의 힘과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되고, 동시에 그것이 내 삶을 변화시키는 살아 있는 말씀임을 체험합니다.
결국 신앙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마음의 변화입니다. 겸손히 배우려는 자세,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깨달음을 나누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마음이 신앙의 핵심입니다. 나는 여전히 배우는 길 위에 서 있지만, 성경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껍질을 벗겨내며,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세상 속에서 우리는 자주 목을 뻣뻣하게 세우고, 자기 고집과 자존심을 앞세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신명기의 초대는 분명합니다. 마음의 할례를 받고, 겸손히 하느님께 나아가라는 것입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참된 자유와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2026-07-22
첫댓글 옛말에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지요.
젊은 시절 뻣뻣함이 세월이 가며 부드러워지고
깨달음이 경지에 이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이치를 말함이겠지요.
많은 느낌이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