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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향해도 급작스럽게 결정되었다. 오후 2시경에 전화가 와서 당일 출항할지 모른다고 가급적 빨리 승선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더우기 1등향해사를 맡아달라고 해서 물론 자격은 되지만 아직 향해사 경력이 미천해서 2등향해사를 하는 것으로 정했다. 같은 자격증을 가진 1등향해사는 캐나다에서는 첫 승선이지만 외국에서는 7년정도의 경력이 있어 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급히 약과 옷가지를 챙겨서 20시에 승선했다. 바쁘게 준비하다보니 핸폰충전기를 빠트려서 노트북을 켜야만 충전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이는 근무중 회사 컴퓨터에 연결하여 충전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첫 출항전에 책에서만 보던 나침반조정을 했다. 강철로 제작된 배가 오래동안 정박하고 있으면 지구자기장에 동화되어 자극을 가지게 되는데 우리 배는 몇 년간 같은 방향으로 정박했었기 때문에 나침판 조정자가 승선하여 8방위로 세바퀴를 돌면서 최대한 조정하고 그래도 남은 부분은 우리가 수정하도록 자료를 만들어 주었다.
선수와 선미에 3개씩의 로프를 같은 방향으로 하나씩만 남기고 13시에 출항절차가 시작되었다. 센죤트레픽에 출항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무선연락을 하고 로프가 헐거워지는 방향으로 배를 출발시키고 지정위치에 도달할 때마다 무선보고를 했는데 출항보고부터 3보고지역까지는 선장이 했고 2보고지역부터는 향해사가 하는데 나의 근무시간이 12시부터 18시까지여서 내가 1에코에서 센죤트레픽보고지역외로 지나고 있다고 무선보고를 했다.
출항하면 24시간내 훈련을 실시하게 되있다. 우리는 화재경보를 울리고 구명조끼와 이머징수트를 가지고 집합장소에 모였다. 나는 2등향해사의 역활인 사트를 브릿지에서 가져왔고 화재1팀으로 선원의 방재복환복을 도와주고 가상화재장소인 세탁실에 소방호스를 끌고 갔다. 훈련후에는 이머징수트에 대한 내용을 선원들에게 설명했는데 사실 침몰하는 경우 수영을 못하는 것보다는 체온저하가 문제기 때문에 체온유지를 위해 이머징수트는 필수다.
이번 향해는 지난 번과 같이 여행개념보다는 향해공부라고 볼 수있다. 해저탐사선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배의 임무인데 그랜드뱅크지역의 바다를 촘촘하게 조사하느라고 오토파일럿을 사용하여 근무할 때마다 방향을 거의 반대로 전환하는 일반향해에서는 접하기 쉽지않은 향해를 해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 척의 배가 3마일의 거리를 두고 같이 회전하고 있을 때는 쌍성이나 싱크로나이즈 수영체조가 생각나기도 한다.
같이 근무하는 선원은 이제 19세다. 선원자격을 받기는 했는데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여 많이 가르켜야 했다. 예를 들면 관측주기와 같은 것인데, 배의 대부분은 컨테이너, 벌크캐리어, 탱커이고 속도는 10-20노트이므로 20노트로 가정하고 우리 배의 속도를 더하면 상대속도를 정할 수있다. 우리배의 속도가 10노트라면 상대속도는 정면접근시 최고 30노트가되고 그 경우 시간당 30마일을 접근하게 된다.
따라서 12마일전방에서 발견했고 최소 유지거리가 2마일인 경우 10마일, 즉 20분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배는 방향전환이나 속도변경에 대응속도가 필요하고 12마일전방에서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감안하면 적어도 10분에 한번은 주의깊게 관측해야 한다. 이는 보통의 경우고 시계가 제한되는 야간이나 안개의 경우 더 자주 관측해야 한다. 특히 안개운행은 시각뿐 아니라 청각도 활용해야 함은 주의해야 한다.
비상훈련시 제기되었던 이머징수트의 빡빡한 지퍼는 선원장락커를 정리하면서 지퍼윤활용 왁스를 발견함으로서 해결가능해 졌다. 우선 내가 시험적으로 적용해보니 칠하는데 5분정도가 소요된다. 원래 1등향해사가 모든 선내사무를 총괄하고 2등향해사가 안전을 총괄하므로 안전담당자로서 모든 선원에게 자신의 수트를 우선 칠하게 하고 여유분은 선원의 주간시간을 활용하여 칠한후 다음 비상훈련에 임의지정으로 수트착용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오늘은 해양대재학시 선박복원력을 수강했던 선장에게 바람벡터에 대해 배웠다. 지상의 풍향계와는 달리 선박의 경우는 선수가 수시로 변경되고 속도역시 가변적이므로 선박풍향계의 벡터는 상대적이어서 선박벡터와 더해야 절대바람벡터가 나온다는 내용이다. 실습중에 배우기는 했지만 잊었던 내용을 역시 교수출신이 가르키니 좀 더 이해가 쉽게 된다. 예를 들어 서쪽으로 4노트의 속도로 진행하는 선박의 풍향계가 320도/10노트의 바람벡터를 보여준다면 실제 바람벡터는 이를 더한 결과인 6노트의 동남풍이 된다.
오늘의 해프닝은 선원의 직무유기다. 향해사가 되고 나서 좋은 점은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일, 즉 향해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선원의 좋은 점은 매일 일이 바뀌고 화장실출입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향해사는 향해중 자리를 비울 수없고 우리 배와 같이 브릿지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는 화장실출입빈도를 낮추기위해 가급적 음료를 마시지않는 정책을 개인적으로 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개어서 브릿지의 선원을 데크로 내려보냈는데 오후 6시간 동안 일을 찾아 하지않는 것은 물론이고 주어진 청소도 소홀히 했다. 결국 칩메이트가 선원을 모두 소집하여 갑판장을 지정하고 칩메이트가 오후에 향해업무를 마치고 취침하는 동안 작업리스트를 줘서 매일 확인을 하기로 했다. 주어진 청소에 소요되는 시간은 많아야 한시간인데 그 한시간도 하지않고 여섯시간을 낭비하니 좋게 볼 사람이 없는 것인데 아직 어려서인지 철이 없다.
오토파일럿의 조정법은 쉽다. 앞으로 밀면 가속, 뒤로 당기면 감속, 좌/우로 회전하면 우/좌로 회전한다. 추진기가 선수에 양방향으로 하나 선미에 360도로 한쌍이 있어 선수는 좌/우측으로 돌리면 동일한 방향으로 회전되고 선미는 좌/우측으로 돌리면 선미는 좌/우측으로 선수는 반대인 우/좌측으로 돌아간다. 회전이 반대방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선미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된다. 선미를 좌측으로 돌리면 선수는 선체중심을 회전점으로 해서 우측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중급유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고 해상보급선에서는 일해보기도 했다. 주로 해양석유시추시설에 필요한 식료품과 연료 등을 보급하고 쓰레기나 폐기물을 회수하는 서비스인데 시추시설은 고정되있고 보급선은 바람과 조류에 의해 움직이므로 동적포지셔닝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두 사람이 같이 상대위치를 고정시키면서 크레인작업이나 연료 등의 호스작업을 한다. 물론 기상이 일정수준이상 악화되면 작업을 취소해야한다.
오늘은 해양탐사선에 필요한 물자를 보급하는 보급선의 작업이 있었다. 시추시설과 다른 점은 공중급유기처럼 두 선박이 모두 움직이는 상태에서 물자를 운반해야 했다는 것이어서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는데 그냥 두 배사이에 작업보트로 물자를 수송하는 방법이었다. 그래도 역시 동적포지셔닝과 같이 상당히 위험한 작업인 것은 동일해서 오후작업시간이 상당히 빠르게 지나기도 했다.
우리 선박의 추진체계는 3대의 발전기에서 시작된다. 연료를 태워서 만든 전기는 모터를 돌려 물을 분사하는 로켓방식으로 추진력을 얻는데 향해중에 사용하는 것은 선미의 좌현과 우현의 추진체다. 그동안 좌현 추진체가 고장이어서 우현만 사용했는데 오늘 수리가 완료되어 좌현으로 변경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좌현 윤활모터를 가동시키고 엔진룸에 의뢰하여 기존 발전기 1대에 추가하여 총 2대의 발전기에서 전기를 발생시킨후 좌현 추진체의 시동을 걸어 양현 추진체가 균일하게 회전수를 내면 우현 추진체를 정지한후 우현 윤활모터를 정지시키면 된다. 그 후에 엔진룸에서 발전기 1대를 정지시키는데 이러한 방법으로 좌우현을 균등하게 사용하고 고장을 사전에 발견할 수있다.
무선통신은 선박과 항공기에서 중요하다. 일단 출발하면 도착전까지는 다른 대체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시험도 하고 사용후 기록을 남기도록 법제화되었다. 종류도 다양해서 도달거리를 기준으로 일반 통신망을 활용하는 위성/중파/초단파와 조난구조용 전문 이펍/사트/초단파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초단파는 수십마일까지 통화가능하여 선내작업용이나 인근 선박과의 연락에 유용하며, 파장이 더 긴 중/단파는 전리층에 영향을 받아 가변적이나 지구반대편까지 도달할 수도 있고, 위성은 지구전체에서 연락이 가능하다.
일반통신망을 활용한 조난신호도 유용하지만 최근에는 구조/조난통신망이 추가되어 조난시 위성을 통해 자동적으로 침몰위치와 시간을 발송하는 이펍과 구조선이 조난현장에 도착하여 레이더를 통해 구명보트의 위치를 확인하는 사트, 그리고 이동형 초단파로 구조선과 통신에 활용하는 체계로 되있고, 매일 통신기기의 자체시험은 물론 매월 다른 선박과의 시험을 하고 위치역시 기록하도록 규정되 있다.
나의 업무는 자정에 시작된다. 근무교대시간에 맞게 22시30분에 기상하여 화장실에 가고 23시에 위성인터넷으로 메일을 확인하기위해 브릿지로 올라간다. 23시30분에는 근무전 최종 화장실을 다녀온다. 근무향해사가 1명이므로 브릿지를 오랫동안 비울 수가 없고 브릿지에 화장실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급적 물도 삼가한다. 소변을 보려면 선원에게 배를 맡겨야 하는데 그러한 위험을 최소호하기 위해서다.
23시45분에는 전 근무자에게 인수를 받는다. 항로와 속도, 이번 근무중 주요 예상되는 업무 등을 이야기하고 자정에 근무를 시작한다. 나는 최소 15분에 한번은 알람을 설정하여 레이더, 자동인식장치, 항로, 속도, 전자지도를 확인한다. 이중 선박의 항로와 속도는 자동향해장치를 활용하면 일정하게 유지되나, 바다라는 유체에 떠서 조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는 실제 항로와 속도는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이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려면 끊임없는 수정이 필요하다.
04시가 되면 먼동이 터온다. 그러면 야간향해모드였던 모든 전자기기를 주간모드로 변경한다. 어두울 때 주간모드는 너무 밝지만 반대로 주간에 야간모드는 너무 어두어 관측에 방해가 되거나 기기에서 표시하는 내용을 제대로 보기어렵기 때문이다. 엔진출력의 변경이 필요하면 발전기를 추가하는데 기관실에 전화해서 요청하고 정상출력으로 돌아가는 경우 다시 기관실에 요청하여 연료소모를 최소화한다.
다음 향해사는 이전 향해사와 같다. 2교대로 6시간씩 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요령으로 인계하고 아침을 해결한후 취침한다. 그래서 나는 하루에 두번 잘 수있다. 안전운항에 가장 중요한 것이 수면이기 때문에 선실에 돌아오면 즉시 화장실을 이용하고 잠을 자기시작한다. 다행히 조금 일찍 일어나면 다른 일도 할 수있고 매주말 조난을 대비하여 노트북자료를 다운받고 세탁하는 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한 일이다.
STCW ch8-15에 따르면 조타실의 근무인원은 원칙적으로 2명이다. 다만 소형선은 주간에 시계가 제한되지 않는 경우 1명만으로도 가능하고 소형선이 아닌 경우에도 안전한 상황에서 상황변경시 즉각 투입될 인력이 있는 경우는 1명이 근무해도 된다. 여기서 안전한 상황이라는 것이 종합적인 고려인데 주로 시계, 통행량, 육지, 레이더/자동인식장치로 파악이 어려운 소형어선이나 요트의 가능성 등으로 판단한다.
향해사자격증 시험을 보려면 고급선원으로 3년의 향해경험이 필요하다. 고급선원은 6개월의 향해경험이 요구되나 6개월코스를 이수하면 2개월로 단축된다. 향해사도 해양대의 4년과정을 이수하면 요구경력이 1년으로 단축되나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총4년이상 걸리므로 학교를 다니는 것이 꼭 시간단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선원자격증은 영구유효하나 향해사는 5년마다 180일이상 향해경험이 있는 경우에 갱신해준다. 1등향해사가 되려면 1년의 향해경험이 있는 경우에 시험자격이 주어진다.
참고로 향해사자격증이 있으면 500톤급까지는 선장, 3000톤급까지는 1등향해사, 3000톤초과는 향해사로 전세계근무가 가능하고 1등향해사를 취득하면 3000톤초과에서도 1등향해사로 활용할 수있으며 선장자격증은 3000톤초과에 선장으로 근무가능하여 선박의 규모와 향해지역에서 범위가 커지게 된다.
매주 일요일은 비상훈련을 한다. 지난주에는 화재진압훈련을 했고 이번주에는 비상구조훈련을 했다. 선원중 바다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면 화재경보를 울려 모든 선원을 동원한다. 근무향해사는 조난위치를 기록하고 배를 선회하여 조난위치로 돌아간다. 조난위치에서는 일반적인 선박에서 직접구조가 어렵기 때문에 구조보트를 진수시킨다. 비상훈련에는 각자 역활이 미리 정해지는데 내가 담당한 역활은 휴무향해사로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용무전기를 휴대하여 구조보트를 지휘하는 것이다.
구조보트는 크레인으로 내리는데 수면에 도착하면 탑승하여 크레인과의 연결을 해제하고, 구조보트를 선원과 2인1조로 조정하여 조난자에게 접근, 구조하고 이머징수트로 체온을 보전한후 비상치료를 하고 선박에 복귀하여 같은 속도와 항로를 유지하면서 조난자를 선박으로 옮기고 크레인에 연결한후 하선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있다. 이 과정에서 조난자를 발견한 사람, 비상경보를 울리는 사람, 조난자의 위치를 계속 감시하는 사람, 크레인을 조작하는 사람, 그리고 브릿지에서 선박을 조정하는 사람 들이 조직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장거리 향해는 주로 오토파일럿을 사용하지만 조타가 잦은 입출항 등의 경우는 방향전환과 속도변경이 더 용이한 수동파일럿이 편리하다. 자동에서 수동으로 변경할 때는 우선 수동파트에서 자동을 수동으로 변경하고 자동파트에서 속도레버를 중립으로 위치한 자동레버와 같은 방식으로 수동파트레버를 앞으로 밀면된다. 회전에 대해 자동은 디지털로 1/5도씩 좌우로 헤딩을 결정하지만 수동은 다이얼돌리듯이 하므로 훨씬 빠르게 전환이 가능하다. 물론 선미의 워터제트방식이라 회전방향은 반대라는 점은 이전에 설명한바와 같다.
수동에서 자동으로 복귀하는 것도 원리는 같다. 우선 속도레버를 중립에 두고 수동파트의 수동을 자동으로 변경하고 자동파트에서 이를 다시 자동으로 변환한 후에 속도레버나 방향전환을 하면 되는데 주의할 점은 명령에 대해 항상 확인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이를 잊으면 작동이 되지않아 당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 이러한 내용을 배우고 머리속에서 많이 반복해보았고 앞으로 매일 한번씩 연습해볼 생각이다.
해저탐사는 10키로에 이르는 여러줄에 공기총을 설치하고 압축공기의 반사에 대한 특성을 비교하여 해저유전층을 찾아낸다. 그래서 전체적인 해저구간을 조사하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수차례에 걸처 반복시험을 통해 통계적 유의성을 높힌다. 한번 출항하면 수개월간 해상조사를 하는 덕분에 공기총에 고장이 나는 경우 소형보트로 그 10키로 구간을 이동해가면서 해상수리를 한다.
이번의 해상수리에 소형보트를 보호하기 위하여 해저탐사모선과 우리 배를 2마일의 간격을 두고 작업을 하기로 했다. 탐사선은 10키로에 이르는 공기총줄을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끌어가야 엉키지않으므로 원래의 항로를 따라야 한다. 따라서 우리배가 탐사선과 소형보트의 거리만큼 반대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자동파일럿보다 수동파일럿이 훨씬 유리하다.
덕분에 자동차운전연습은 돈을 내가면서 실습교사에게 배웠지만 향해연습은 돈을 벌어가면서 선장에게 자동차보다 수백배 비싼 선박으로 배울 수있어 좋았다. 어제 가상연습을 했지만 역시 실제는 달랐다. 가장 큰 차이는 오토파일럿은 레이더를 기준하는 것이 더 향해하기 좋았지만 수동파일럿은 육안을 활용하는 것이 더 편했다는 것이고, 오토는 항로를 정하면 자동실행되지만 수동은 그렇지 않아서 항상 기준 항로의 좌우 5도씩으로 물고기가 헤엄치듯이 조타하라는 선장의 조언을 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수동에서 자동으로 변경시에는 각 추진체는 물론 추진체가 기준하는 컴파스도 같이 변경해줘야 한다는 점이 새로웠다. 미리 연습한 덕에 무난하게 소형보트의 운항에 맞춘 향해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2주간 탐사를 하던 그랜드뱅크지역에서 새로운 지역인 화이트로즈로 이동하게 되었다. 탐사선은 7마일의 에어건을 끌고 있으므로 선미측 8마일과 선수와 선현측은 각각 3마일의 최소이격거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은 우리가 12마일을 먼저 선도하면서 어선이나 어구 등을 만나는 방법이었다. 가능하면 미리 무선을 통해 이격거리를 요청하고 어구 등과 같이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는 우리의 항로를 미리 변경하면서 약50마일을 이동했다.
속도를 4노트로 하니 12마일은 사실 3시간거리가 된다. 그 정도의 시간이 있으면 길이가 7마일이나 되는 에어건을 돌리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나의 첫 에스코트 향해에서 두 어선을 발견하고 어구를 피해 우회이동하기도 했다. 근무시간은 6시간이니 두번정도의 에스코트가 가능할 듯하다. 어구는 오렌지색의 구 2개로 이루어져 발견하는 것은 용이했고 좌표를 불러주어 탐사선이 미리 우회하게 정보를 제공했다. 흥미로은 향해였다.
새로운 탐사장소에 도착해서 우선 서쪽 끝까지 이동하면서 새로운 7마일의 공기총을 펼쳤다. 그리고 우리는 동쪽 끝까지 어구탐사를 했다. 도중에 하이버니아와 시로즈 해상시추구간인근을 지나는데 이곳에서 10마일이내를 지나는 경우는 진입과 진출시에 마치 입국신고와 출국신고를 하듯이 무선으로 보고를 해야 한다. 캐나다나 한국도 영토에서 12해리이내에 접근하는 경우 똑 같은 절차를 하므로 일종의 소국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우리는 7개의 어구설치신고지역을 중점적으로 속도를 낮추어 탐사 등을 활용해가면서 조사를 했다. 새벽내내 거의 휴식시간없이 조사를 해서인지 같이 근무하는 젊은 고급선원도 피곤한지 원래 아침준비를 해야하지만 근무후에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에 도착하니 브런치로 대체했다. 사실 나도 조금 피곤함을 조사중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새벽 5시경에 약간의 피로를 느꼈다.
우리배의 승무원은 9명이다. 그런데 11명이하의 경우는 요리사가 필수인원이 아닌까닭에 9명이 각자 밥을 해먹어야 하지만, 주방사용이나 조리시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원중 하나를 요리사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품질은 우리 누나와 같이 마법을 부려 신선한 재료가 형편없는 음식으로 둔갑하곤 한다. 특히 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거나 설익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있는 점심은 렌지간단요리를 하곤 한다.
여기에 김치가 빠질 수없다. 요리의 품질도 문제지만 단백질과 섬유질, 에너지원을 적절하게 섭취해야 하는데 편식적인 음식을 준비하고 특히 채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김치가 그 대안이 된다. 그래서 아이스크림통을 활용해 김치를 만들고 관심있는 동료를 위해 조금 더 만들어 적어도 한끼는 맘에 드는 음식을 먹고있다.
항해계획을 짰다. 지금의 위치에서 약 20시간거리로 이동하여 다른 배를 지원하는 업무다. 실습생이 탑승해서 교육을 겸하여 시작했는데 우선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이 있는 큰 범위해도(도면번호4001)로 위치를 표시하고 두 점을 잇는 항로를 결정했다. 실습생을 시키니 325도라고 한다. 그런데 1등향해사가 전자지도에 표시한 내용은 355도였다. 실습생의 착오라고 생각하고 다음 단계로 진행했다. 실제 향해는 가장 상세한 해도를 활용해야 하므로 이를 가지고 설명했고 전자지도와 종이지도의 차이점에 대해 검토하려는 순간 발전기가 고장났다.
추친장치나 조타장치가 고장나는 경우 즉시 선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충돌의 위험이 있어 모든 역량을 집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실습생을 선장실로 보내고 1등기관사에게는 무선으로 연락했다. 선장이 도착하고 약 30분만에 해결이 됬다.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우선 이동을 계속할 수있어 교육을 마무리했는데 문제는 새벽근무시간에 다시 발생했다. 발전기문제가 아니고 종이지도와 전자지도의 차이에 대해 해결하지 못한 것이 기존 해도를 다음 해도로 변경한 새벽 2시에 교육생의 항로가 바르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1등향해사를 깨워 확인하려다가 그냥 혼자 몇번의 확인을 거쳐 1등향해사의 전자지도가 잘 못되었다고 판단해서 항로를 355도에서 325도로 수정했다. 6시에 교대하면서 1등향해사와 재확인한 결과 교육생의 항로가 맞는 것으로 판단되어 새벽의 노력에 대한 결실을 가져왔다. 향해계획과 같은 것은 중요하므로 두세번씩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는데 이번에는 발전기의 고장이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되지않았었다.
향해기간이 3주이상이 되면서 식료품이 고갈되었다. 본사에 연락하니 귀향하라는 명령대신 다른 보급선을 통해 보내겠다고 답신이 왔다. 그래서 구조에 사용하던 구명보트를 활용하여 해상보급작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공급자의 책자를 읽어보니 흥미롭다. 매주 공기보트의 압력을 측정하고 모터시동을 하라는 것이 책자의 주요내용이었지만 이외에도 구조에 바람을 향하여 구조자를 우현에 두고 원을 그리면서 접근하라던지 구명정의 구난은 2-3노트의 저속으로 하라던지 등의 흥미로운 내용도 많았다.
우리배에는 초단파와 중/단파 무선이 있고 위성인터넷을 통한 전화도 있다. 그런데 위성인터넷이 불통되면서 회사와의 연결수단이 없어졌다. 이메일은 물론 전화통화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선장은 긴급연락을 위해 중파무선을 활성화 시켰다. 초단파는 수십마일내만 소통이 되지만 중/단파는 지구전리층에서의 반사를 통해 수백마일 혹은 운이 좋으면 지구 반대쪽까지도 연결될 수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수백마일의 거리와 소통하는 경우에 좋은 수단이 된다.
초단파의 16번 채널이 비상 혹은 방송용으로 활용되는 것처럼. 중파에도 200번채널(2.182메가헬츠)이 그런 용도로 활용된다. 그래서 혹시 육지와의 전화통화가 필요하다면, 우선 센죤트레픽에 200번채널로 통화하고 싶은 육지전화번호를 말하고 다른 채널을 배정받는다. 오늘 받았던 전화연결용 채널은 2.512와 2.118메가헬츠로 송수신이 가능했다. 책에서만 공부했던 중파를 통한 전화연락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물론 인터넷이 되지않아 이메일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다음으로 활용한 것은 기상예보다. 인터넷이 가능하면 정부의 기상정보사이트를 확인하면 되나, 인터넷이 불통이므로 기존의 네비텍스와 중파라디오를 활용하는 것이다. 네비텍스는 무선텍스트망을 활용하여 6시간에 한번씩 프린트가 되고 중파라디오는 중/단파무전기의 특정 주파수를 청취하면 된다. 라디오주파수가 지역에 따라 다르듯, 지역에 따라 어떤 주파수에서 어느 지역의 기상정보를 방송하는지를 라디오에이드라는 정부기관의 소식지를 참고하면 된다. 넗은 범위를 커버하기 때문에 국제표준시로 방송한다.
우리배에는 경보장치가 8개다. 좌현에 화재경보, 우현에 인마셋과 중단파조난경보가 있고 중앙 조종석에 좌측으로 부터 항로이탈경보, 레이더경보, 오토파일럿경보, 야간등경보, 그리고 초단파조난경보가 있다. 화재경보는 주로 주방에서 요리를 하다가 연기가 발생하거나 엔진룸의 연기탐지기 이상으로 발생한다. 실제상황인 경우 두팀이 조직되어 한팀은 소화기를 활용하여 진압하고 다른 한팀은 인근에 전파되지 않도록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춘다.
조난경보는 각자 특성이 다르다. 중파조난은 수백마일 전송이 되는 까닭에 받았는데 5분이내에 연안국의 수신확인이 없다면 구조가능한 경우 대신 수신확인을 하고 통화하여 전속력으로 도착해야 한다. 단파는 전리층에 따른 전파거리변화 때문에 연안국의 수신확인이나 다른 선박국의 릴레이가 없다면 릴레이를 대신하고 가능하면 구조해야 한다. 인마셋은 수천마일을 전송하기 때문에 대부분 너무 멀어 의미가 없다. 하지만 경보소리는 가장 요란하기도 하다.
항로이탈과 레이더경보, 그리고 야간등은 원래 배의 조종을 하고 있는 까닭에 그 원인을 알고 있어서 대책이 쉽다. 가장 어려운 것이 오토파일럿 경보인데 이는 주로 엔진룸과 기계장비의 이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토파일럿 경보가 나면 주로 엔진룸에 우선 물어보거나 선장을 호출해야 한다. 어쩌면 가장 쉽기도 하다. 직접 해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북은 항로에서 중요하다. 사막이나 바다와 같이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는 경우 방향을 잡지못하면 마치 미로나 숲속에서 길을 잃어 헤메다가 아사하듯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같은 곳만 맴돌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정규모이상의 선박에는 두개의 캠퍼스를 설치하도록 되있다. 우리 배에는 자이로캠퍼스와 마그네틱캠퍼스가 있는데 그중 마그네틱캠퍼스는 진북이 아닌 자북을 가르킨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그 차이인 캠퍼스에러를 조사해야 자이로캠퍼스가 고장나는 경우 대처가 가능하다.
우리배의 캠퍼스에러를 조사하니 006웨스트이다. 즉 마그네틱캠퍼스의 진북방향에서 6도를 빼야 진북이 된다. 계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마그네틱캠퍼스와 자이로캠퍼스의 항로를 기록하고 마그네틱항로에서 선박자체의 자기에 따른 에러인 디비에이션을 가감하면(이스트는 가산, 웨스트는 감산) 자북이되고 거기서 다시 자북과 진북의 지역적차이인 바리에이션을 같은 방식으로 가감하면 진북이 된다. 예를 들어 어제 조사한 마그네틱캠퍼스의 항로가 025였는데 여기에 출항전에 조사한 항로가 180도인 경우의 디비에이션 000.5이스트를 가산하면 025.5가 자북항로가 되고
여기에 해도에 표시된 바리에이션(1994년 조사시 024웨스트에 17년간 매년 0.10이스트의 변화를 곱하여 더하면 019.5웨스트 )을 감산하면 006이 진북항로가 된다. 그런데 자이로캠퍼스가 가르키는 진북항로는 180이므로 캠퍼스에러는 180-186인 006웨스트가 되는 셈이다.
우리배의 무전기는 총 15대이다. 그중 브릿지에 고정형으로 인마셋, 중/단파, 2대의 초단파무전기가 있고 휴대형으로 2대의 초단파무전기와 구난용 3대(예비밧데리 3개포함)가 있어 9대이고, 메인데크에 고정형 초단파 무전기와 휴대형 5대로 6대가 있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은 휴대용 초단파무전기로 주로 선상작업용으로 활용된다. 74번 채널을 이용하여 엔진룸, 데크, 그리고 브릿지간의 통신에 주로 사용된다. 다음으로 고정형 초단파 무전기는 주로 탐사선과의 연락에 활용되는데 출력이 높아 조금 더 멀리 전파되는 까닭이고 우리는 72번 채널을 사용했다.
고정형중 활용도가 가장 높은 것은 그래도 중/단파 무전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채널 200번을 사용하여 연안과의 통신에도 사용하고 일기예보를 듣기도 한다. 위성통신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가장 중요한 통신수단이었고 지금도 위성이 두절되는 경우에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있다. 다만 수백마일거리를 연결하기 때문에 통신의 질은 상당히 떨어지나 비용대비 성능은 여전히 최고다. 인마셋은 수천마일을 커버하는 까닭에 비용도 높고 관련없는 내용이 많아 생각보다 활용도는 낮다.
중단파무전기의 중요성이 대두되어 메뉴얼을 완독했다. 생각보다 활용도는 많지만 실제로 전화통신의 경우는 연결이 어려웠다. 선장의 연결상태로 보면 통신의 품질도 상당이 열악했다. 그래도 연락수단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 일기예보는 바람(강우와 안개포함)을 향후 24시간에 대해 지역별로 안내하고 파고와 향후 3일간의 풍속과 풍향에 대한 정보를 주는데 이는 6시간마다 방송하여 그중 좋은 내용이었고 조난송신은 중파에는 음성과 문자로, 단파에는 문자 다채널로 전송하는데 위치정보와 선박정보가 음성보다는 문자로 보내는 것이 훨씬 좋은 듯하다.
새벽에 선장을 깨우는 일은 가장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그런 수단을 새벽 2시에 사용하게 되었다. 아침 5시30분에 발생했던 자이로고장이 재발한 것이다. 나름 아침에 눈동냥으로 처치하는 것을 보고 혼자 시도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어 선장을 깨우러 선원을 보내고 이것저것 생각나는대로 시도하다보니 정작 선장이 도착할 때가 되어서는 고칠 수있었다. 문제는 어떻게 고쳤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고장이 재발했을 때 다시 선장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
무전기나 레이더는 메뉴얼이 있어서 향해를 하면서 틈을 내서 공부할 수도 있지만 자이로캠퍼스와 오토파일럿은 메뉴얼도 없고 학교에서 배운적도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되었다. 하루 전에 발생했을 때라도 잘 가르켜주었다면 단잠을 깨우는 일이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미안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배는 15년차의 중고선이라 손볼 곳이 많아 개인적으로는 많은 것을 배울 수있어 좋다. 하지만 메뉴얼은 잘 보관해서 인계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 까 생각한다.
레이더는 항공이나 선박조종에 관심있는 사람이 꼭 익혀야 하는 장비다. 물론 메뉴얼을 읽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공통적인 내용만 정리하자면 다른 선박이나 항공기와 노이즈를 구분하기 위해 레이더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Sensitivity, Sea clutter, Rain clutter이 있고, 추가적으로 Interference Rejecter, Echo stretch, Echo Averaging이 있다. 이를 알면 전문가 수준이라고 볼 수있는데 이는 감도를 약간의 노이즈가 보일 정도로 조정하고 바람이 부는 방향과 반대방향의 차가 날 정도로 씨 클러터를 조정하거나 자동으로 선택하며, 비가 올 때 대상과 노이즈가 구분될 정도로 레인 클러터를 조정하는 것이 1단계로,
여기에 2단계로 다른 레이더와의 간섭을 줄이는 IR(주로 2를 사용하나 심한 경우 3까지 가능하다), 에코를 크게 레이다에 표시하는 ES(노이즈도 확대하기 때문에 1단계의 우선 조정이 필요하다), 파도와 같이 순간적인 반사를 최소화하여 나타나게하기위해 에코의 평균을 사용하는 EAV(고속선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3까지 가능하다)을 적절히 활용하면 최대한 먼 거리에서의 상대 선박이나 항공기의 관측이 가능하여 보다 용이하게 충돌을 회피할 수있다.
귀항은 우선 이카렉에 24시간전에 오염물질의 탑재여부와 오염배상보험의 유효기간 등을 보고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어 영해에 진입하면서 해당 항만에 보고하는 1E(서해안에 위치하면 1W)나 1N 혹은 1S이 있고, 이어 영해내에서 12마일이내에 진입할 때 보고하는 2N와 2S(남해안에 위치하면 2E와 2W), 그리고 파일롯이 탑승하는 2마일 지점인 3과 항만의 최협소지역인 4, 그리고 도착후 보고인 5로 나뉜다. 도착시에는 출발시에 출항보고, 갱웨이 해제, 싱글라인, 올라인 온보드와는 반대로 퍼스트라인 부두연결, 올라인 패스트, 갱웨이 설치, 엔진정지의 단계를 거친다. 8월14일 토요일에 귀항하여 두번째 향해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