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 자랑하는 못난 아빠
저는 다섯 살부터 12살이 될 때까지 자식이 없는 고모 댁에서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고모 집의 옆에는 땅콩 농사를 짓고 있었던 반백의 곱슬머리인 할아버지와 백발의 할머니가 살고 계셨습니다. 이분들이 환갑에 이르렀을 때 다섯 자녀가 돈을 모아 설악산 여행을 보내드렸습니다.
두 분은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시고 들뜬 마음으로 여행길에 오르셨습니다. 1962년 당시에는 비행기를 타는 것은 큰 호사에 해당하는지라 두 분은 동네 사람들의 부러운 눈길을 받으며 김포공항에서 속초까지 비행기를 타고 3박 4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셨습니다.
그 후로 틈만 나면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비행기를 보고 놀란 이야기, 기내에서 비스킷과 음료까지 공짜로 주었다는 것 등을 말하곤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 내면에는 자식들에 대한 자랑이 다분하게 섞여 있었음을 훗날 알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색바랜 이야기입니다만 저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 스스로 경계하였는데 제가 그만 그 꼴을 하는 자신을 보면서 피식 웃었습니다.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베트남 나트랑에 두 딸과 함께 저희 부부가 다녀왔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되뇌듯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것도 기대하지 말자고 말입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잘 해 준 것이 없다는 자괴감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실제 딸들이 결혼할 때도 변변하게 해 준 것이 없는 무능한 아버지였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저의 칠순을 맞아 아이들이 여행을 계획하였고, 저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딸들은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모든 일정이 물 흐르듯 하였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면 어느새 택시 기사가 마중을 나왔고, 호텔에 도착하면 짐을 날라 주는 분들이 친절하게 방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매끼 마다 식사를 하는데 가장 맛있고 풍성한 집으로 안내를 하여 입맛을 돋우었고, 국내에 맛보지 못하는 이국적인 경험을 누리도록 하여 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잘해준 것이 없는 저로서는 시간마다 감격이었고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도록 해주었습니다. 여행에 돌아온 후에 사위들에게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딸들을 자랑하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시 127:3 “보라 자식들은 여호와의 기업이요 태의 열매는 그의 상급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