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엄마의 말뚝2」
◆줄거리
발단 : 다리가 부러진 어머니
여든이 넘은 ‘나’의 어머니가 어느 날 눈길에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하였으나 마취의 후유증인지 어머니는 한밤중에 헛것을 본다.
전개 : 어머니의 꿈 : 오빠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
‘군관 동무, 군관 나으리,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하고 빌면서 오빠를 숨겨야 한다면 붕대가 감긴 자신의 다리를 감싸는 것이다. 비교적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것으로 믿었던 어머니는 30년 전 오빠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위기 : 의용군에서 탈출한 오빠와 현저동으로 피신
해방 후 좌익 운동에 가담했다가 전향한 오빠는 인민군 점령 하에서 전향자로 지목 받아 의용군에 지원한다. 그 후 오빠는 부대를 탈출해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사람만 보면 두려워하는 피해 망상으로 이미 정신이 망가져 있었다. 1.4 후퇴때 시민증이 없는 오빠 때문에 서울을 빠져나갈 수 없었던 우리는 어머니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말뚝을 박았던 현저동으로 피신한다.
절정 : 오빠의 죽음
그러나 오빠를 수상하게 여기던 인민군 군관은 사실대로 실토하라며 오빠의 다리에 총을 쏴 댄다.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오빠는 며칠만에 숨지고 어머니와 ‘나’는 오빠를 가매장했다가 나중에 화장하여 고향 개풍군 땅이 보이는 강화도 바닷가에서 한줌 재로 날려 보낸다.
결말 : 유언을 부탁하는 어머니
마취에서 깨어난 다음날 어머니는 ‘나’에게 자신 역시 오빠처럼 화장해 강화도 바닷가에서 날려 줄 것을 유언한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세 편의 연작으로 되어 있는 소설이다. 1편은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이 자식들과 함께 서울에 삶의 공간을 마련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고, 2편은 6.25 전쟁의 고통과 오빠의 죽음을 그리고 있으며, 3편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자신의 소망과 달리 서울 근교의 공원묘지에 묻히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세 편 모두 어머니라는 존재가 화자의 정신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그리고 있으므로 성장소설로 볼 수 있다.
일제 강점덤기부터 해방, 6.25 전쟁 등 민족의 수난기를 배경으로 하여 이로 인해 한 가족이 겪어야 했던 비극적 상황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어머니와 딸이 나누는 인간적 교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엄마의 말뚝’은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도 유려한 문체와 민틈없는 언어 구사로 중년 여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잘 그려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핵심정리
배경 ; 1940년대에서 6.25 전쟁 당시, 1980년대 / 서울 서대문 근처
주제 : 6.25 전쟁의 비극과 극복 의지
출전 : <문학사상> 1980
◆왜 ‘엄마의 말둑’인가?
6.25로 인해 이산된 한 가족이 겪은 전쟁 당시의 상황과 현대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 속에서는 분단의 극복 의지가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 분단의 비극이 아직도 우리의 삶 속에서 꺼지지 않은 불씨로 살아 있다는 점을 작가는 한 어머니의 정신 착란의 외피 속에서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서술자가 몸소 분단의 희생자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담고 잇다는 점에서 더욱 절실하게 와 닿게 하고 있다.
「엄마의 말뚝」에서 보여주는 모성의 집요함이 보편적 공감을 획득한 것은 6.25 전쟁이라는 역사적 시공간과 결합된 것뿐만 아니라 오빠라는 존재를 사이에 둔 모녀 간의 오랜 갈등을 통해 상처런 얼마나 깊고 지속적으로 삶 속에서 거듭 덧나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의 근원적 치유는 결국 죽음이라는 섬뜩한 진실을 제시함으로써 인간 존재의 심연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