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점심입니다.
집을 나섭니다.
은행나무는 노란데
소나무는 그대로입니다.
택시타고 좀 가서
낮술전문 원장님을 만납니다.
길을 안내하시는데
묘한 느낌의 좁은 골목길입니다.
'고양이의 보은'이나
'귀를 기울이면' 느낌입니다.
이대로 낯선 세계에 흘러들어
모험을 시작하는 걸까요...
오후엔 집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하고
저녁엔 애들을 유치원에서 데려와야 하는데
곤란합니다.
저쪽에 식당이 있다고 하십니다.
낯선 모험을 시작하기엔
배가 너무 고픕니다.
따뜻한 두부입니다.
따뜻한 오징어입니다.
탈모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묘한 골목을 지났지만
대화는 현실적입니다.
처음엔 그냥 더 빠지는구나 싶었는데
요새는 없는 부분이 넓어지고
옆으로 내려오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비빔면이 칼국수라니 신선합니다.
비빔양념맛이 할머니 손맛입니다.
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셔서 모르겠고
외할아버지는 훤하셨습니다.
아버지도 지금 훤하십니다.
저는 결혼도 했고
애도 셋입니다.
낮술전문 원장님도
자녀가 셋입니다.
거리낄 것 없습니다.
운명대로 흘러갈 뿐입니다.
비빔칼국수는 차게 나와서
끝까지 면발이 탱글탱글합니다.
저도 죽을 때까지
풍성탱글하고 싶습니다.
입가심하러
자리를 옮깁니다.
냉면과 팔뚝김밥 중에 고르라 하셔서
여기로 왔습니다.
해장에 좋은 육수입니다.
소주는 같이 먹는 음식을 맛있게 하고
해장이 잘되는지 척도가 되어줍니다.
"그런데 팔뚝김밥집에도 소주가 있나요?"
"없어요. 그래서 여기로 왔죠~"
제가 선택한 대로 살아온 것 같은데
그것이 아닌가 봅니다.
영역다툼 중입니다.
'나의 아저씨'에서와 같은 건널목이
여기도 있습니다.
눈부신 가을 햇살과
눈부신 가을 낮술인데
어느새 깨어버리고
헤어질 시간입니다.
현실로 돌아가
화장실 청소를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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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이상한 나라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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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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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와 점심을 두번이나 드시다니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ㅎㅎ
한번으로 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