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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 정부나 간부급에 해당하는 자리들이 있다. 더 젊은 나이에 그 자리에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은 50대 정도이고, 대부분은 남자다. 여성 상무나 전무 등도 직접 아는 사람들이 몇 사람 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경우는 전부 엄마들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들을 슈퍼맘이라고 부른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느낌으로는, ‘슈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의 삶은 애잔하다. 저렇게 일을 하면서 살아도 몸이 버텨날까 싶은데, 그래서인지 속으로 지병 하나씩은 가지고들 있다
같은 자리에 있는 남성들의 경우를 돌아보자. 겉으로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끼리 살펴보면, 솔직히 좀 찌질하다. 자기 돈은 10원도 안 쓰겠다고 자기 집 제사에 사용하는 제수용 물품까지 법인카드로 구매하는 것도 보았다. 몸조심, 입조심, 이런 거 하느라고 정의, 공평, 진실, 이런 것은 애당초 안방에 모셔놓고, 이제 겉모습으로 남은 것은 어떻게 하면 정년까지 살아남을까, 아니면 연임에 성공할 것인가, 그런 것밖에 안 보인다. 그들도 모두 한때는 정의의 수호신처럼 불타는 청춘을 보냈던 사람들이다.
▲ 노르웨이에서는 남성의 육아나 가사노동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여성신문 북유럽 3개국 특집 중 노르웨이에서 만난 남성들) ©여성신문
식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사람 중에 노르웨이 초등학교 교사가 한 명 있다. 그의 아내는 일본의 유명 언론사 기자였다. 수년에 걸친 국제연애와 일본인 장인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혼했다. 일본에서 열린 결혼식에 신랑 측 노르웨이 부모들은 참석했지만 반대하는 결혼을 하는 딸을 용서할 수 없다는 일본인 장인은 결국 불참했다. 그들 사이에서 딸이 태어났고, 요즘은 오슬로에서 평온하게 지내고 있다.
이 남자의 삶을 멀지 않은 거리에서 지켜보면서 내가 놀란 것은 얼마나 다정하고 살뜰한지, 그리고 그 삶은 얼마나 실용적인지! 나도 배운 게 많다. 우리 집에서 아기 돌보는 일부터 시장 보고 밥하는 일을 내가 하는 것은, 그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바로 옆에서 본 경험 때문이다
남자들이 가사일에 가장 많이 참여하는 나라는 덴마크로 43.99%다. 스웨덴, 노르웨이도 40%가 넘는다. 미국도 37.66%로 프랑스, 독일에 비해 낮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1.97%이고, 거의 국내총생산(GDP) 소득수준에 비례한다. 멕시코로 내려오면 23.17%로 낮아진다. 그렇지만 일본은 17.9%로 아주 낮다. 우리는? 16.52%. 일본보다 더 낮다. 인도의 12.82%와 비교하는 게 빠르다.
좋아서 하든, 어쩔 수 없이 하든, 야근이 많고 잔업이 많은 방식으로 일본과 한국은 노동 과정을 구성해 왔다.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이런 거 아닐까 싶다. 가사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남성, 이게 좁게는 많은 직장맘들의 딜레마가 된다. 넓게는 청년 솔로 현상의 심화와 이로 인한 출산율 저하 등 경제적 주체의 재생산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빠는 죽어라고 직장에서 일하고 엄마는 아이 키우는, 이 사회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 경제적으로 더 높은 단계에 도달한 사회의 남자들 특징은 지금 우리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생각 좀 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