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일출을 못 볼까 노심초사하여, 새도록 자지 못하고,
~~~마음에 미쁘지 아니하여 초조하더니, 먼 데 닭이 울며 연하여
자초니,...
~~ 자는 아해를 깨와 떡국을 쑤었으되 아니먹고, 바삐 귀경대에
오르니~~~
소시적에 국학문을 배울때 "동명일기"에 나오는 글이다.
일출을 보기위해 서두르는 의유당의 다급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섣달 그믐날 저녁, 퇴근후 집에 와서 아내에게 내일 아침 일출보러
가까운 행주산성 정상에 가자고 했다. 해넘이는 누구와 같이 봤다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았다.
아내 왈, 몇번 해돋이 가보니 그게 그거더라.. 새벽에 애들깨워서
가려면 뭐가 어쩌구 저쩌구.... 당신 혼자 가면 안돼?
가기 싫은 모양이다. 귀찮아서..
그래도 설득했다. 새해 첫날인데 이불속에서 맞는 새해의 의미보다는
온 가족이 같이하는 의미가 더 있지 않냐고...
간단다.. 대신 애들 일찍 깨워 옷입히고 준비하는거 당신이 좀
챙기란다... 그거야 하면 되지 뭐..
새벽 6시쯤 기상, 집에서 행주산성까지는 승용차로 10분정도 거리..
잠이 채 들깬 아이 둘을 대충 씻기고, 옷입히고.. 그사이 아내는
머리 감고.. 드라이 하고... 치~ 사흘에 한번 감는것 같은 머리는
굳이 바쁜 이 아침에 굳이 저 난리를 피워야 하나???
뚜레박인 남자들아! 여자들하고 같이 한번 나가려면
속이 터져 본적 있습니까?
어쨋든, 그래도 일출보러 가는 정초 아침의 발걸음은 평소 다른날 보다
다름을 느낄수 있었다.
예상했지만, 행주산성 입구 진입로 부터 꽉 막힌 차가 좀체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금 시간 7시.. 일출시간 7시 45분 경
이러다간 차안에서 해 중천에 다 올란거 보겠다 싶어
대충 주차하고, 큰애는 엄마손 잡고, 난 이제 두살 아니 이제 세살이네
세살짜리 안고, 행주산성 입구 진입로에서 부터 부지런히 걸었다.
뚜레박인들도 다 알겠지만, 행주산성은 권율장군의 사당이 있고
행주대첩비가 정상에 있는 문화유적지이다.
고양시 일대 산이라고는 거의 없는 가운데 그래도 유일하게 산이랍시고
있는게 이게 다인데, 해발 200미터 채 아니된다.
그래도 정상까지 가는 길이 굽어져 있어 가벼운 산책코스로는 제격이고
바로 아래로 한강하류와 행주대교가 내려다 보이고 저 멀리 동북쪽으로
북한산이 바라보이는 절경이다...
날씨는 거의 영하권의 차가운 기운에 올라갈수록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아이를 안은 탓에 가슴에는 온기가 느껴지고 등은 시럽고, 입김은
거친 숨소리 사이로 무럭무럭 피어나고.. 매정한 마누라는
아이는 자기가 한번 안겠다는 소리도 안하고...
그런데, 무슨 일출을 보겠다고 밀려든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고양시 사람들 다온줄 알았지...
그래도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구나 싶기도 하고....
에그! 저 멀리 동해로 못가니까 여기라도 오나 보다
싶기도 하고.... 그 좁디 좁은 산성 정상에 이 많은 사람이
모이면 서있을 자리나 있나 싶기도 하고...
거의 정상에 다달았을때, 아니나 다를까 밀려든 인파로 인해 더 이상
발걸음이 진행이 안되고 거의 정상 무렵 산책로에서 멈출수 밖에 없었죠
애들도 없고 혼자 몸이면 어떻게 뚫고 갈수 있을텐데...
해가 떠오를 방향은 사람들이 꽉 채워져 어디하나 비집고 볼틈도
없는 가운데 갑자기 "와" "와" 하는 소리, 박수치는 소리에
시간은 7시45분경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드디어 일출이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우리 가족에게는 보이질 않앗다. 보이는 거라곤 해 떠는 방향으로 돌아선 사람들의 머리 뒤통수 밖에 안보였다.
에이씨~ 졸라 신경질 나네, 이럴줄 알았으면 잠이나 자고 안오는 건데..
아내는 "그봐요.. 그냥 집에 있자니까 괜히 가자구 해가지고
해도 제대로 못보고, 애들 감기 걸리겠다고 쫑알대고...
갑자기 축포가 10여발 쏘아 올라가고.. 펑 펑
오색풍선 수천개가(아니 수백갠가.. 억수로 많은) 하늘을 날고
그렇게 해돋이 행사는 끝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둘 하산하는 분위기... 그런데 우리 가족은 해를 아직도 못본 관계로 내려오는 사람들을 비집고 위로 올라 행주대첩비 앞에
이르렀을때 비로소 해를 볼수 있었다.
비록 불어터진 진빵처럼 확 퍼져버린 뒤였지만, 그래도 평소에 보는
해보다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저 해를 동명일기에서는 수레바퀴, 쟁반,회오리밤,소혀 등으로 묘사했던가? 나는 거저 팍 퍼져버린 찐빵같이만 보이던데...
그래도 새해 정초 기념으로 사진 한장 찌고, 내려오는 길은 그래도 유난히 상쾌한 기분이었다. 이 시간에도 이불속에 뒹구는 이들보다야
그래도 내가 낫다 싶은 마음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생각하기를
"내년 일출에는 얼마전에 간 동해 추암 촛대바위를 가족들과
꼭 한번 같이 가야 겠다. 일출은 뭐니 뭐니 해도 동해바다에서
보는게 제일이지....
어제 같이 마지막 해넘이를 본 그녀도 일출은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새벽부터 서두르게 온 탓인지 시장기가 느껴졌다.
아내보고 이야기해서 집에 가는 길에 떡국과 만두나 사서
정초 아침은 떡만두국으로 하자고 했다.
그날 아침에 오자마자 아내와 애들은 대충 정리하고
방안에 들어가더니 부족한 잠을 사는 사이에 떡만두국을
내가 끓였다.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우려내어 이렇게 저렇게~~
" 혜빈아! 우형아! 여보! 아빠가 맛잇는 떡만두국
끓였다... 그만자고 일어나 먹자아~~~ 안일어나면 아빠 혼자
다 먹는다아 ~~~ "